K-뷰티 대표주자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두 회사가 있습니다. 상장사로는 에이피알(APR), 비상장사로는 구다이글로벌이 꼽힙니다. 구다이글로벌도 내년초쯤이면 상장할 것 같습니다. 에이피알은 진작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을 제치고 코스피에서 시가총액 50위권 대열에 올랐습니다. 지난 16일 종가 기준 시총은 15조5000억원에 이릅니다. 구다이글로벌도 시장에서 이만한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구다이글로벌은 여러가지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한 회사입니다. 물론 유통업체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지만 단순 유통전문회사는 아닙니다. 코스맥스 등 외부 전문 제조사로부터 OEM 또는 ODM 방식으로 화장품을 공급받습니다. 산하에 10여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죠.
조선미녀, 스킨1004, 티르티르, 라운드랩 등이 대표적 브랜드입니다. 지난 13일 이 회사는 2025년도 재무제표와 주석을 담은 감사보고서를 공시했습니다. 몇가지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아래 표는 최근 3년간 손익입니다.
매출 성장세가 가파른데요, 2024년 3730억원에서 2025년 1조4717억원으로 급증한 것은 인수합병 효과의 영향이 가장 컸습니다. 구다이글로벌은 지난해 3월 티르티르, 8월에는 스킨푸드와 서린컴퍼니(브랜드명 라운드랩, 대표제품은 자작나무선크림과 독도토너 등)을 인수했습니다.
영업이익은 1377억원에서 2735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이익률은 37%에서 18.6%로 하락했습니다. 그래도 20%에 가까운 탄탄한 이익율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구다이글로벌의 연결재무제표에 이들 자회사의 실적은 인수시점 이후 숫자만 반영됐습니다. 올해는 이들의 온기 실적이 다 반영될 겁니다. 만약 이 자회사들의 지난해 연간 실적을 구다이글로벌의 연결손익에 반영한다면 매출은 1조7500억원, 영업이익은 4014억원이 된다고 합니다.
이 기준으로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창출을 보여주는 EBITDA(상각비 반영 전 영업이익)를 산출해보면 약 5000억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구다이글로벌의 강점은 지역별 매출과 브랜드별 매출표를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특정 지역 편중없이 매출이 골고루 발생하고 있습니다. 브랜드별 매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SNS 등을 통해 온라인 채널에서 확보한 경쟁력이 오프라인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올해 초 북미 유통사 한성USA를 인수하는 등 유통 인프라 내재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공격적 M&A로 다수 브랜드를 확보하고 육성하는 전략은 마치 엔터기업 하이브를 보는 것 같습니다. 하이브는 산하에 빅히트뮤직(BTS 소속사) 등 다수의 국내외 레이블을 자회사로 두면서 각 레이블이 독자적으로 소속 아티스트를 육성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재무상태표의 자산항목을 보겠습니다. 2024년 1조2328억원이던 자산이 2025년 2조8474억원으로, 1년새 2.3배나 증가했습니다. 무형자산이 4352억원에서 1조6896억원으로, 4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 눈에 띄는데요, 다수의 M&A를 하면서 인식하게 된 영업권 등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지난해 8월 구다이글로벌은 서린컴퍼니 지분 100%를 623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당시 서린컴퍼니의 자산에서 부채를 차감한 순자산(공정가치평가액)은 3902억원이었습니다. 순자산 3902억원 기업을 6230억원을 주고 인수하였으니 말하자면 순자산액 대비 2328억원의 웃돈을 지급한 셈입니다. 이 때의 웃돈을 구다이글로벌은 '영업권'이라는 무형자산 항목으로 연결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겁니다.
아래 표는 구다이글로벌의 2025년 연결재무제표 주석에 나타난 무형자산 변동내역을 편집한 것입니다. 연초 영업권은 373억원 밖에 안됐습니다. 그런데 연중에 여러 건의 사업결합(M&A)을 완료하면서 영업권은 5119억원이나 증가하죠.
위의 표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이 '고객관계'라는 무형자산을 M&A 과정에서 3615억원 취득하게 됐다는 겁니다. 피인수기업들은 오랫동안 거래한 고객(거래처), 앞으로도 계속 거래관계를 유지할 고객들이 있을 겁니다. 이러한 고객네트워크 즉 고객관계의 가치를 구다이글로벌이 새로 인정하고 평가산출한 금액입니다.
이런 식으로 지난해 M&A 때문에 인식하게 된 무형자산 증가액(영업권, 고객관계, 산업재산권 등)은 모두 1조2996억원인 것으로 재무제표 주석은 기재하고 있습니다. K-IFRS 회계기준에 따르면 영업권은 상각(일정기간동안 나누어 비용인식)대상이 아니지만, 고객관계 등은 상각을 해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연간 상각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고, 인수 자회사들의 실적이 견조하기 때문에 이를 상쇄하고도 남습니다. 영업권은 상각은 하지 않더라도 인수한 자회사들의 실적이나 업황이 부진할 경우 감액(영업권 가치평가를 통해 장부상 금액을 하향조정)하고 그만큼을 손실반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구다이글로벌의 자회사 실적을 볼 때 앞으로 영업권 손상감액이 대규모로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것 같습니다.
구다이글로벌이 지난해 인수해 종속기업으로 편입시킨 회사들은 다음표와 같습니다.
부채항목으로 가보면 매입채무나 차입금, 전환사채는 이해가 가는데, 단기파생상품부채로 3563억원이나 잡혀있는 게 눈에 띕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주원인은 지난해 M&A 자금조달을 위해 FI(재무적투자자)들에게 발행한 8000억원 전환사채(CB)에서 파생한 부채라고 할 수 있습니다.
CB 발행금액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의 부채로 나뉘어 회계처리 됩니다. 주채무(원리금을 갚아야 할 의무)와 전환권(투자자의 원금 대신 주식발행을 요구할 때 응해야 할 의무)입니다. CB에 내재된 전환권의 가치 즉 파생부채 금액은 기업가치가 오를수록 커집니다.
회계처리가 이렇다는 것이고, 구다이글로벌의 경우 CB가 회사에 재무적 부담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지난해 왜 많은 FI들이 이 CB를 서로 인수하겠다며 경쟁적으로 뛰어들었을까요? 구다이글로벌의 IPO를 내다본 겁니다. 기업가치가 올라가고 IPO가 되면 보통주로 전환해 큰 투자차익을 노릴 수 있는 거죠. 구다이글로벌의 CB는 IPO와 함께 부채에서 자본(주식발행)으로 바뀔 것이 확실합니다. 따라서 전환사채 주채무나 파생상품부채는 사라질 것이므로, 현재 부채로 기록되어 있는 장부금액을 그리 신경 쓸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이제 자본으로 가 보겠습니다.
매출이 1조5000억원에 달하는 회사로 성장하였는데, 자본금은 여전히 3억500만원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주식발행초과금(자본잉여금)은 1억원도 안되는 4400만원에 불과합니다. 창업자인 천주혁 대표가 회사를 키우면서 외부의 지분투자를 거의 안 받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앞에서 봤듯 M&A 자금도 나중에 주식전환은 하겠지만 일단은 CB로 조달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천 대표의 지분율은 여전히 96.4%에 이릅니다. 흔치않은 사례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컬리의 경우를 한번 볼까요.
현재 김슬아 대표의 지분은 5.70%에 불과합니다. 대다수 재무적투자자들보다 지분율이 낮습니다. 사업상 제휴를 맺은 네이버(5.08%)와도 지분율이 비슷한 수준이죠. 회사 성장과정에서 외부의 지분투자를 많이 받았기 때문에 저렇게 창업자 지분에 과도한 희석이 발생한 겁니다.
컬리의 2023년 자본구성을 보면 영업에서 창출한 이익의 누적상태를 보여주는 이익잉여금은 마이너스 2조2615억원입니다. 결손이 그만큼 쌓여있다는 뜻이죠. 반면 자본잉여금은 2조2303억원에 이릅니다. 외부로부터 지분투자로 받은 금액이 이 정도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2024년에 가서 컬리는 자본잉여금을 대거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합니다. 누적결손을 상쇄하기 위해서죠. 이 과정을 통해 2024년말 자본구조는 자본잉여금 77억원, 이익잉여금 510억원으로 바뀝니다.
지난해 구다이글로벌은 영업활동에서 2871억원의 현금흐름을 창출했습니다. 이자지급이나 법인세 납부 등을 차감한 최종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854억원입니다. 전기로부터 넘어온 현금이 552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난해 필요한 M&A 자금은 재무활동을 통해 마련했는데요, 전환사채(8000억원) 발행, 장기차입(5981억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투자활동을 보면 사업결합(M&A) 현금유출은 8445억원이 발생했습니다.
구다이글로벌은 자본금 3억원으로 설립됐고 중간에 불과 5000만원 미만의 증자만 있었던 회사입니다. 현금흐름표에 나타난 2024년 1308억, 2025년 17억원의 유상증자는 자회사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구다이글로벌의 상장목표시점은 내년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올해 3분기 중에 한국거래소에 예심청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장기업가치는 10조원 수준으로 이야기되고 있는데요, 회사 내부적으로 15조원을 최저선으로 정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15조 최저선은 창작소설로 보고 있습니다.
구다이글로벌의 경쟁기업 에이피알의 현재 시총은 지난 16일 종가기준으로 15조5100억원입니다. 2025년말 기준 EV/EBITDA는 21배 수준입니다. 구다이글로벌의 2025년 EBITDA를 5000억원(자회사 온기 실적 반영 가정)으로 보고, 20배를 적용하면 10조원이 됩니다. 상장과정에서 공모신주발행과 할인율 적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상장시총기준으로 10조원을 예상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에이피알이 국내 대형 화장품 회사 시총을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보도를 본 게 엊그제같은 느낌인데요, 이제는 거의 넘사벽이 돼가고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시총은 7조7900억원, LG생활건강은 3조87800억원 수준입니다.
다음 표는 올 4월에 나온 각 증권사들의 리포트 제목들입니다. '반박불가한 호실적 전망' '타의 추종을 불허하다' '끝이 안 보이는 성장' '얼마나 성공하고 싶은건지 감도 안 옴'..
시장에서 에이피알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고 있으며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짐작이 갑니다.
에이피알의 최근 3개년 실적과 12개월 전망기준 PER 밴드차트를 보면 증권업계 리포트를 수긍할 수 있습니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가볍게 돌파했고, 올해는 2조5000억원 이상 달성이 예상됩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3조원을 내다봅니다. 영업이익률도 20%대를 유지할 것으로 봅니다.
미국시장에서도 급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는데요, 매출성장률은 둔화되겠지만 매출액 성장은 두드러질 것으로들 예상합니다.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앞으로 또 어떻게 조정할지 궁금해집니다.
아울러 구다이글로벌의 상장하면 K-뷰티 대표기업이자 라이벌 기업으로서 두 회사의 시총경쟁에도 많은 관심이 쏠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