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문 메이필드호텔 대표, '잠'만 팔지 않는 호텔에 미래가 있다
한국을 향한 세계의 시선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정부는 폭발적인 관광 수요를 잡겠다며 연일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지만, 현장의 공기는 사뭇 다르다. 서울의 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이들을 수용할 호텔은 태부족하고, 규제는 여전히 과거의 문법에 갇혀 투자의 발목을 잡는다. 취업난 속에서도 호텔은 정작 일할 사람을 찾지 못해 아우성이다.

현장과 정책, 학계를 두루 거친 드문 경영자인 김영문 대표는 현재 메이필드호텔 서울 대표이사이자 한국호텔업협회 대외협력 부회장으로 활동하며, 이 모순된 간극의 한가운데 서 있다. 23년간 관광 산업에 몸담으며 2021년 동탑산업훈장을 수훈한 그에게서 대한민국 호텔 산업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길을 물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의 유연함’
“서울은 지금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산업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죠. 호텔을 더 지어야 하는 시점에 여전히 취득세 중과와 복잡한 인허가 구조가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뼈아픈 현실입니다.”
김영문 대표는 관광 산업 육성이라는 구호와 달리, 실제 제도가 과거의 억제 중심 틀에 머물러 있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경직성은 지역 관광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된다. 로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도 지방의 열악한 호텔 인프라와 서비스 수준이 이를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관광객은 선택권 없이 서울에 머물고, 지방은 소중한 기회를 놓친다. 그는 “광역시급 지역에 글로벌 수준의 호텔이 들어서고 투자자가 안심하고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취득세 중과 같은 낡은 규제를 풀고, 시대 흐름에 맞는 행정의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관계’를 넘어 ‘직무’로, 인적 경쟁력의 재편
호텔업의 본질은 ‘사람’이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큰 위기도 ‘사람’에서 온다. 김 대표는 단순한 인력 부족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구조적 문제, 즉 관계 중심의 조직 문화를 꼬집는다.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직무급제’로의 전환이다. 해외 사례처럼 개인의 역량과 발전 의지에 따라 업무와 보상을 세분화하자는 것이다. 더 성장하고 싶은 이에게는 명확한 비전을, 현재의 숙련도를 유지하려는 이에게는 그에 맞는 역할을 부여하는 유연함이 필요하다.

이는 교육 현장과도 맞물린다.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원 겸임교수로서 후진을 양성 중인 그는 “관광 전공자들이 현장에서 제 역량을 온전히 발휘하고, 실제 채용으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산학 연계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향 평준화된 서비스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진단한다.
AI 시대, 5성 호텔은 ‘휴먼 터치’에 사활 걸 것
디지털 전환과 AI가 일상을 장악할수록 김 대표는 오히려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의 가치가 커질 것이라고 단언한다. 특히 5성 호텔은 단순한 숙박 시설을 넘어 ‘좋은 추억을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예약과 체크인은 기계가 대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에게 잊지 못할 서사를 선물하고 감동을 주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입니다.”
그는 런트립(Run-trip) 프로그램처럼 호텔이 투숙객의 라이프스타일에 직접 관여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인적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럭셔리 관광의 본질은 화려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대체 불가능한 인간적인 환대와 경험의 밀도에 성패가 있다는 것이다.
숙박업을 넘어 ‘경험 산업’으로
김영문 대표는 롯데면세점을 시작으로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상무이사를 거쳐 현재 메이필드호텔 서울에 이르기까지 한국 관광 산업의 성장사와 궤를 같이한다. 팬데믹 당시 한국호텔업협회 대외협력 부회장으로서 업계 지원책 마련에 앞장섰던 그의 행보는 단순한 경영인을 넘어 산업 전체의 리더로 각인시켰다.
“호텔은 이제 잠만 자는 곳이 아닙니다.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만들고, 기억을 남기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정책이 길을 열고, 투자가 인프라를 만들며 사람 중심의 서비스가 그 안을 채운다. 관광객은 보시다시피 충분하다.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내국인 관광객은 물론 해외에서 날아온 귀한 방문객을, 가능하면 하루라도 더 오래 머무르게 할 이유를 증명하는 일이다.
정상미 기자 vivi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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