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산 결정’ 日 통일교…이름만 바꿔 부활 시도
종교 활동 중단·직원 해고 수순 속 새 조직 ‘FFWPU’ 설립 준비
(시사저널=김현지 기자)
일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이하 가정연합)이 일본 법원의 해산 결정 직후 교단 관련 일반재단법인을 통해 종교 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등기 변경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정연합이 해산되더라도 다른 법인을 통해 합법적으로 신자들의 헌금을 계속 받으려 한 것이다. 이는 지난 3월 도쿄고등재판소로부터 해산 결정을 받자마자 이뤄졌다.
현재 가정연합은 기존 법인이 아닌 새로운 종교단체 설립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은 가정연합에서 가장 많은 헌금 수입액을 기록해온 나라다. 청산 절차에 들어간 일본의 상황은 본부가 있는 한국 가정연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정교유착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학자 총재의 법무 비용을 위한 특별헌금과 예배 의식 헌금 모금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재정 상황을 비롯해 후계 구도 등 교단의 향방에 대한 관심도 모아지고 있다.


판결 직후 일반재단법인에 '종교 사업' 추가
일본 가정연합에 대한 청산 절차는 3월4일 도쿄고등재판소(고등법원)의 해산 결정이 나온 당일부터 시작됐다. 이날 도쿄고등재판소는 문부과학성이 가정연합을 상대로 제기한 해산 명령 청구 사건 항소심에서 1심 판결대로 해산을 결정했다. 가정연합이 2009년 법률 준수를 위한 선언(컴플라이언스 선언)을 했음에도 지속적으로 과도한 헌금을 받았다는 게 이유다.
가정연합은 이에 불복해 특별항고를 했다. 최고재판소(대법원)의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다만 일본 종교법인법은 해산 명령이 내려지면 2심 판결 즉시 처분을 시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당시 상황을 아는 한 관계자는 "법원이 3월4일 오전 해산을 결정하자마자 몇 시간 만에 청산인들이 마치 대기하고 있었다는 듯 전국 교회에 도착했다"며 "목회자 등 교인들은 제대로 물건도 챙기지 못하고 급하게 쫓겨나듯 건물에서 나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자 교단은 즉각 움직였다. 가정연합 관련 일반재단법인인 효정교육문화재단을 통해 종교 활동을 이어가려고 한 것이다. 시사저널이 확보한 재단 등기부등본 등 자료를 살펴보면, 일본 도쿄에 있는 재단은 2018년 6월 장학 사업과 청소년 육성 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3월7일 재단은 여기에 의식·교육을 동반하는 종교 등의 사업 목적도 추가했다. 이날 등기 변경에 따라 취임한 새 대표이사는 호리 마사이치다. 일본 가정연합 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런 내용의 등기 변경 신청은 3월13일 완료됐다.
일본 법무성 민사국 담당자는 4월15일 시사저널에 "(일본 가정연합 관련 재단의 등기 변경 승인 여부는) 개별 단체에 대해 불이익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답하기 어렵다"고 했다. 등기 변경 승인 관련 통상적인 절차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일반재단법인이 목적을 변경할 때 관련 법령 위반 등의 내용이 포함되지 않는 한 기본적으로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일본 가정연합은 새 단체 설립도 준비 중이다. 이 사실은 4월초 일본 언론을 통해 처음 알려지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4월8일 구체적으로 "가정연합 옛 간부들이 종교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조만간 새 단체를 설립할 예정으로, 새 단체의 대표는 호리 마사이치"라고 보도했다. 새 단체를 통해 신자들에게서 헌금을 걷으려 한다는 취지다. 단체의 이름은 가정연합의 영어명 약칭을 따 'FFWPU'로 지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4월11일 일본 중의원 법무위원회에서 종교 사업을 추가한 효정교육문화재단의 명칭 변경(FFWPU)과 일본 법무국의 거부 여부 등에 대한 질의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국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가정연합의 목회자와 직원들은 5월20일자로 노동계약이 종료된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가정연합은 다른 임의단체 설립 등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학자, 정교유착 의혹으로 사법 리스크
이런 움직임은 판결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본 1·2심 재판부는 가정연합이 1970년대부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살 사건이 일어난 2022년까지 신자들에게 헌금을 과도하게 걷었다고 판단했다. 신자들이 설립한 주식회사 해피월드 등 기업형 종교단체의 특징, 과도한 헌금 목표액 제시 등을 종합 검토해 '악질적인 헌금 강요 행태'라고 했다. 해산 결정의 단초가 된 피살 사건의 배경도 마찬가지다.
아베 전 총리를 사제 총으로 쏜 야마가미 데쓰야는 모친이 가정연합에 빠져 과도하게 헌금을 냈고, 그 때문에 교단과 관계가 깊은 정치인 아베 전 총리를 노렸다고 했다. 일본 가정연합의 헌금은 2006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400억~500억 엔대를 기록했다. 일본 가정연합의 최대 해외 송금처는 한국이다. 일본 가정연합의 순자산은 2024년 기준 1040억 엔, 우리 돈으로 1조원에 달한다(시사저널 4월4일자 〈[日 통일교 해산 판결문 분석] 20대 대선 전 한국 송금 '최대 규모'〉 기사 참조).
한국 가정연합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한학자 총재의 사법적 문제는 위험 요소로 지목된다. 한 총재는 20대 대통령선거(2022년 3월9일) 과정에서 국민의힘 후보였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대선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일본 도쿄고등재판소는 판결문에서 대선 직전인 2021년 가정연합의 해외 송금액이 179억 엔, 같은 해 엔화 환율 기준으로 약 1863억원인 사실을 적시했다. 이를 포함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656억 엔(약 6000억원) 이상의 돈이 해외로 흘러나갔고, 이 중 90% 이상이 한국에 송금됐다.
또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대선 전후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 여사에게 고가의 선물을 건넨 의혹,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현금 지원 등도 지난해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한 총재는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 등과 함께 매주 재판을 받고 있다. 다만 한 총재는 이재명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시장 후보) 사건과 관련해서는 4월10일 전 의원과 함께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전 의원의 부산 지역구 사무실 PC 등에서 증거를 인멸했다는 혐의로 보좌진 4명만 기소했다.
한 총재는 1943년생으로 올해 나이가 83세다. 가정연합은 지난해 11월부터 '참어머님(한 총재를 지칭하는 단어) 법무 비용 지원을 위한 특별모금' 안내를 통해 모금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를 희망하는 신자들은 가상계좌에 돈을 입금하고 있다. 교단에선 'Holy Mother Han 참어머님을 위한 신한국 특별정성'이란 이름의 구치소 기도회 등도 진행 중이다.

후계 구도, 한 총재의 손자 문신출·신흥씨로
일본 법원이 '자금줄'로 의심한 조상해원 의식도 여전하다. 이는 1995년부터 경기도 가평군 HJ천주천보수련원(옛 천주청평수련원)에서 실시된 의식이다. 조상의 원죄를 씻어주고 축복을 빌어준다는 의식이다. 신자들은 조상해원 감사헌금과 축복 비용 등을 개별적으로 낸다. 일본 법원은 헌금 압박이 있었다는 배경 중 하나로 조상해원을 판결문에서 지목했다.
일본인의 경우 1~7대(부모와의 관계가 1대, 이후부터 순차 계산) 전까지 조상해원 관련 액수는 70만 엔 등이고, 한 총재가 이 의식과 관련해 감사헌금 완납 등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일본 가정연합 청산 절차 중에도 조상해원 의식은 매주 진행되고 있다. 내부에서는 '일본 외에 유일한 자금줄이 청평수련원'이라는 목소리가 존재한다.
앞서 일본 가정연합 회장을 지낸 호리 마사이치는 3월5일 입장문에서 법원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도쿄지방법원의 1심 판결은 종교의 자유라는 우월적 인권을 박탈하는 내용임에도, 오랫동안 정착해온 법 해석의 임의적 변경이 쉽게 추인돼 소급 적용되는 것은 헌법 위반·국제법 위반"이라며 "지난해 10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서 보도자료를 발표해 도쿄지방법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고 경고했지만 도쿄고등법원은 위 주장을 기각하고 국제사회의 경고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한국 가정연합 세계선교본부(본부장 두승연)도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인 종교의 자유와 적법 절차라는 보편적 원칙이 훼손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단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한학자 총재의 손자 세대가 주축이 돼 후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가정연합 측은 지난해 9월 '천애축승자'인 문효진씨(문선명-한학자 부부의 장남으로 2008년 사망)의 첫째·둘째 아들인 문신출·문신흥씨, '참가정 사위기대'인 문효진·문흥진씨 가정 중심으로 가정연합 대표회의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참가정 사위기대에 문효진씨의 부인 문연아씨(본명 최연아에서 문선명의 성으로 변경)와 차남 문흥진씨(1984년 사망)의 부인 문훈숙씨가 포함된다.
문신출·문신흥씨는 사실상 후계자로, 한 총재의 교리 전파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당초 유력한 후계자였던 3남 문현진씨(UCI재단 이사장)는 2012년 문선명 총재 사후 내부 갈등 끝에 가정연합에서 독립해 미국으로 향했다. 이후 2대 총재 자리에 오른 한 총재와 가정연합 자산과 관련해 소송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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