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필리핀에 ‘탈중국 공급망’ 전진기지 구축…루손섬 美법 특구 추진

서지연 2026. 4. 1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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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필리핀에 '중국 없는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첨단 산업 특구 조성에 나선다.

핵심 광물 가공과 제조를 중심으로 한 생산 거점을 동남아에 마련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제이컵 헬버그 미국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은 "적대국이 광물과 가공 재료를 통제한다면 미국 내 제조는 유지될 수 없다"며 공급망 독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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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광물 가공·첨단 제조 집중…99년 임차 특구
中 의존 줄이고 공급망 재편 가속
필리핀과 안보·경제 유대 강화도 포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웨스트 윙 입구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미국이 필리핀에 ‘중국 없는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첨단 산업 특구 조성에 나선다. 핵심 광물 가공과 제조를 중심으로 한 생산 거점을 동남아에 마련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필리핀은 16일(현지시간)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첨단 공업 특구를 조성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필리핀이 제공하는 약 4000에이커(16.2㎢) 부지에 조성되는 이 공단은 특별경제구역 형태로 운영되며 미국이 관리하고 미국 제조업체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번 특구의 가장 큰 특징은 법적 체계다. 해당 지역에는 필리핀 법이 아닌 미국 보통법과 외교적 면책 특권이 적용될 예정으로, 이 같은 형태의 해외 산업단지는 처음 시도되는 사례로 평가된다. 부지 임차는 2년 단위 계약을 99년까지 갱신할 수 있는 구조다.

미국이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는 핵심 자원 확보와 공급망 재편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특히 희토류와 니켈 등 전략 자원을 중국 통제에서 분리해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목적이 크다. 미국 기업들이 중국 공급망에 의존하지 않고 원자재 접근과 가공, 생산까지 수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입주 기업은 미국 민간 기업이 맡게 되며, 정부는 제안서를 받아 투자와 생산 계획을 선별할 예정이다. 특히 핵심 광물 가공과 제조를 중국 공급망에서 이전하거나 재배치하는 데 기여하는 기업에 우선권이 주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은 니켈, 구리, 코발트, 크롬철석 등 주요 광물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대부분 원자재 형태로 수출해왔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그레이슬린 바스카란은 “필리핀은 자원이 풍부하지만 기술 공급망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가공 능력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희토류 가공의 약 90%,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의 약 7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구조를 바꾸기 위해 동맹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특구는 단순한 산업 프로젝트를 넘어 지정학적 의미도 갖는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필리핀과의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제이컵 헬버그 미국 국무부 경제성장·에너지·환경 담당 차관은 “적대국이 광물과 가공 재료를 통제한다면 미국 내 제조는 유지될 수 없다”며 공급망 독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구에 들어설 공장은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24시간 가동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입주 기업들은 에너지 비용과 인력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한 계획을 제출해야 하며, 미국 인력을 파견하거나 현지 인력을 채용하는 방식이 병행될 수 있다.

이번 계획은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AI 공급망 협력체인 ‘팍스 실리카’ 전략의 연장선으로도 해석된다. 필리핀은 이 구상에 합류하면서 한국, 일본, 싱가포르, 호주, 인도 등과 함께 공급망 협력 체계에 포함됐다.

또한 이번 특구는 필리핀·미국·일본이 추진 중인 ‘루손 경제 회랑’ 프로젝트와도 맞물려 있다. 수빅만을 중심으로 운송, 청정에너지, 반도체 등 핵심 산업을 육성하는 이 프로젝트는 동남아를 새로운 생산 거점으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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