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식탁이 곧 당신의 문명입니다

생화학자 배리 시어즈(Barry Sears) 박사의 저서 《The Zone(번역서: 나와 가족을 위한 휴먼영양학)》과 《The Anti-Inflammation Zone(번역서: 염증의 바다 건너가기)》을 관통하는 하나의 지도가 있다. 그 지도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라는 세 가지 영양소가 우리 몸의 생리 조절 시스템을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세포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하며 염증과 혈관 반응을 조절하는 아이코사노이드(eicosanoid)와, 염증 반응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레졸빈(resolvin)의 균형이 이 지도 속에서 핵심 축을 이룬다. 이 지도를 바라보면 하나의 분명한 경계가 드러난다.
우리가 식품을 고르고 식탁을 차리는 영역은 인간이 만들어 온 '문화'의 영역이다. 반면 음식을 삼킨 뒤 우리 몸속에서 펼쳐지는 대사과정은 인간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자연'의 영역이다. 사람은 식탁 위의 메뉴를 선택할 수 있지만, 그 음식이 몸속에서 어떤 생화학 반응을 일으킬지는 선택할 수 없다. 자연은 오직 자신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건강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단순하다. 자연이 그 법칙대로 작동하도록 적절한 원료를 공급하는 것이다. 그 원칙은 복잡하지 않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섭취를 탄수화물 9g·단백질 7g·지방 3g의 비율로 '알맞게' 맞추고, 다양한 식품을 '골고루' 섞으며, 인슐린 작용의 주기를 고려해 약 5시간 간격으로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원칙, 곧 '골고루·알맞게·규칙적'이라는 단순한 식사 습관이야말로 우리가 자연의 거대한 생리 시스템과 연결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다.
겉으로 보면 작은 식탁 위의 선택이지만, 이 선택이야말로 우리 몸 깊은 곳에서 돌아가는 생화학적 톱니바퀴를 움직이는 스위치다. 이 사실을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건강 문제를 단순한 운이나 체질의 문제로 여기지 않게 된다. 대신 스스로 몸의 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주체적인 '지식'의 자리에 서게 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맛과 풍요를 즐기며 만들어 온 음식 문화는 분명 인류 문명의 중요한 성취다. 오늘날 전 세계가 주목하는 K-푸드 역시 그 문화적 성취의 한 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한 가지 분명히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요리는 문화이지만, 대사는 자연이다. 아무리 뛰어난 셰프가 정성을 다해 만든 음식이라도 그 음식이 몸속에서 일으키는 생리 반응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 셰프의 영역은 식탁 위에서 끝나며, 그 이후는 분자생물학적 법칙이 지배하는 자연의 시간이다. 건강식으로 알려진 음식이라도 이 법칙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비빔밥, 김밥, 떡볶이, 라면처럼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음식들이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것은 분명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만약 그 음식들이 탄수화물 중심으로 구성되어 단백질과 지방의 균형을 잃는다면, 우리는 어쩌면 문화 뿐 아니라 비만과 만성질환이라는 또 다른 결과까지 함께 수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몸속에서 벌어지는 호르몬의 불균형과 염증 반응은 문화적 감성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것은 자연의 법칙이 드러나는 생리적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오늘 당신의 식탁은 어떤 문명을 선택하고 있는가. 당신이 오늘 무엇을 먹느냐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당신의 몸 안에서 작동하는 생리 시스템의 방향을 결정하는 선택이다. 식탁이라는 문화의 입구에서 올바른 균형이 이루어질 때, 보이지 않는 자연의 영역에서는 아이코사노이드와 레졸빈의 균형이 회복된다. 혈관은 부드럽게 확장되고, 통증은 줄어들며, 염증은 정리된다. 이 상태가 바로 '더 존(The Zone)'이라 불리는 생리적 균형 상태다. 결국, 최고의 건강은 특별한 기술이나 비밀스러운 처방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그것은 매일 반복되는 한 가지 겸손한 선택에서 시작된다. 당신이 오늘 들어 올린 숟가락 끝에서, 당신의 개인 문명은 이미 방향을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준홍 원장 (doctorzon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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