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요즘은 이런 게 ‘감다살’이래요”

전수한 기자 2026. 4. 1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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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플 & 스타일 - 정치인 SNS 성공공식 M.E.T.

‘SNS 관리 등 홍보 업무 경력자’ ‘유튜브 쇼츠 등 편집 프로그램 사용 가능자’. 최근 의원실 채용 페이지는 ‘홍보 전문 비서관’을 찾는 구인 공고가 뒤덮고 있다.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뉴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회의원들이 너도나도 홍보에 매진하고 있어서다. 국회에 입성한 홍보 비서관들은 저마다 의원의 인지도를 높이려고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어떤 콘텐츠가 조회 수가 ‘터지는지’ 알고리즘의 문법을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고민을 호소한다.

소위 ‘잘하는 방(의원실)’에는 SNS 홍보 분야에서 일종의 ‘성공 공식’이 있다고 한다. 대중적으로 유행하는 ‘밈’을 활용하거나, 의원 본인만 가진 ‘독점성’을 내세우거나, 국회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반전’ 매력 등을 보여주는 방식 등이 타율이 높다는 설명이다.

유행하는 콘텐츠 패러디한 영상 업로드
나경원 ‘범죄도시’ 추미애 ‘환승연애’ 활용
재밌게 해명·메시지 전달… 청년층 어필

◇밈(Meme)=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패러디는 ‘가성비’도, ‘고점’도 높다. 인지도가 있는 유행어 등에 편승하면서 일반적으론 정치인에 큰 관심이 없는 청년층에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밈 홍보의 대표주자다. 나 의원 인스타그램 계정의 <빠루녀 내 아임다> 릴스(짧은 영상)는 영화 ‘범죄도시’의 유명 대사 “내 아임다(내가 한 일이 아니다)”를 차용한 것이다. 영상에서 나 의원은 마치 인터넷 방송처럼 헤드폰을 쓰고 등장한다. 익명의 대화 참여자들이 빠루를 들고 국회 폭력 행위를 주도했다는 소위 ‘나빠루’ 사건을 묻자, 나 의원이 “빠루를 휘두른 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이 빠루를 들고 와서 압수한 상황”이라고 해명한다. “해명을 이렇게 하니 시원하다” 등의 반응과 함께 50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나 의원의 <그긴거 챌린지>는 주로 온라인 게임판에서 사용되는 밈이다. 특정 게임 캐릭터의 사기성을 언급할 때 갖은 미사여구로 최대한 길게 늘여 뜨려 과장해 설명하는 것을 두고 ‘그긴거(그 긴 문장)’라는 밈이 생겼는데, 이재명 대통령의 각종 논란도 ‘길다’고 빗댄 것이다. “전과 4범, 공무원 자격 사칭 및 무고 벌금 150만 원, 음주운전 벌금 150만 원,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공용물건손상 벌금 500만 원,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특경법 위반….” 나 의원은 이 대통령의 ‘그긴거’를 한 호흡에 말하겠다며 ‘챌린지’ 형식을 빌렸다.

나 의원실 관계자는 “‘감다뒤(감이 없다는 뜻의 밈)’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억지로 밈을 쓰지는 않아야 한다”며 “무엇보다 밈 문화가 무엇인지 의원 본인이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서 가능한 홍보 방식”이라고 했다.

패러디는 선거에도 활용된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경기지사 출마 당시 홍보 영상으로 인기 프로 ‘환승 연애’를 본뜬 <미애로 환승> 콘텐츠를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초강성 추다르크’ 이미지에서 ‘인간 추미애’ 이미지로 ‘환승’하겠다는 취지다. 추 의원은 영상에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는다” “아버지는 작은 동네 세탁소를 운영했다” 등을 담담한 표정으로 전한다. 출마 영상 중에서도 끝까지 시청하는 ‘열독률’이 높았다고 한다.

전문 분야·특기 살린 채널들도 호응 얻어
김병주 군사작전·주진우 재판 해설 주목

◇독점성(Exclusive)= 의원의 전문 분야가 있어 ‘독점성’을 가진 콘텐츠는 타율이 높다. 4성 장군 출신 김병주 민주당 의원의 유튜브 채널 <주블리 김병주>는 구독자 50만 명의 거대 채널이다. 비상계엄 사태에서 군 관련 인사 인터뷰, 군사작전 체계 설명 등의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김 의원의 채널이 ‘떡상’했다. 대표적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을 인터뷰한 영상이 있다. 지대지 미사일 ‘현무4’를 설명하는 영상 등도 인기를 끌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주진우의 이슈해설> 시리즈는 법조인 출신 주 의원의 특기를 살려 현안을 법리적 관점에서 설명해주는 콘텐츠다. ‘이재명 선고 결과를 미리 알려드림’ ‘당선무효 확실, 잘 가라 양문석’ 등 주로 정치인들의 재판 상황과 관련해 주 의원이 법적 전망·의미를 짚어주는 것. 화려한 편집도 소품도 없이 주 의원이 사무실이나 차량에서 20분가량을 구두 설명만 하는 ‘롱폼’ 영상으로, 소위 ‘잘 팔리는’ 문법은 아니다. 그러나 조회 수가 많게는 50만까지 나오는 등 의원실의 특기인 ‘숏폼’ 영상 못지않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의원실 관계자는 “율사 출신 의원의 전문성에, 이재명 대통령 재판 등 현안의 시의성이 더해져 인기가 많은 것 같다”며 “과거 충주시 유튜브 채널의 ‘충주맨’처럼 ‘선 업로드 후 결재’ 구조가 인기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딱딱한 정치인 이미지 벗어난 모습 인기
전현희 노래·조정훈 친근한 호칭 어필

◇반전(Twist)= 의원의 평소 이미지를 비트는 ‘반전’ 콘텐츠도 성공 공식 중 하나다. 전현희 민주당 의원 유튜브 채널에서 100만 조회 수를 넘긴 ‘쇼츠’는 전 의원이 한 축산물시장 송년회에서 ‘남행열차’를 열창하는 영상이다. 영상에서 전 의원은 팔을 상하좌우로 흔드는 율동과 함께 “빗물이 흐르고 내 눈물도 흐르고”라는 가사를 따라 부른다. “주민들과 놀 땐 놀고, 일할 땐 일하고 멋지다” “인간다운 모습이 보기 좋다” 등 호응을 얻으며 136만 조회 수를 올렸다. 의원실 관계자는 “평소 정적이고 조용한 전 의원의 ‘이미지 반전’에 지지층이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호통·고성 이미지를 가진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조회 수 1위 쇼츠도, 의외로 국회 계단에 앉아 아무 말 없이 김밥을 먹는 6초짜리 영상이다. “일반 시민과는 다른 이질감이 들었는데, 인간미가 느껴진다”는 평가가 달렸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SNS 상에서 “정훈님”이라고 불린다. ‘의원님’이라는 거리감이 있는 호칭 대신, 친근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조 의원이 먼저 제안한 호칭이라고 한다. 최근 현장에서 그를 “정훈님”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의원실 관계자는 “요즘 마포구에서 의원을 만나는 청년층은 ‘정훈님’이라고 부른다”며 “딱딱한 정치인 이미지를 깨고 구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전수한·이시영·성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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