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해외 투자 늘며…‘경상수지 흑자=환율 하락’ 공식 깨졌다

김신영 기자 2026. 4. 17.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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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대외 부문 구조적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 뉴스1

경상수지 흑자가 늘면 기업이 벌어들이는 달러가 증가해 환율이 하락하던 과거의 ‘공식’이 깨지고 있다는 보고서를 한국은행이 발표했다. 개인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등 민간의 해외 자산 축적이 증가한 결과다. 한은은 국제금융연구팀 김지현·김민 과장이 17일 발표한 보고서 ‘우리나라 대외 부문의 구조적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2015년 이후 한국이 순대외자산국으로 전환한 이후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빈도가 늘었다. 순대외자산국이란 한국인이 해외에 투자한 자산이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한 자산의 가치보다 많은 나라라는 뜻이다. 한국은 2014년 9월 순대외자산국으로 전환했다.

원화 환율에는 기업과 가계가 모두 영향을 끼친다. 기업이 수출을 많이 해서 달러를 많이 벌어오면 한국 외환 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며 환율을 끌어내리고(원화 가치 상승), 개인이 해외 자산에 투자를 많이 하면 달러가 유출되면서 반대로 환율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한은 분석 결과 2014년 이전엔 경상수지 흑자가 대체로 환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2015년 이후엔 경상수지 흑자가 환율 상승을 동반하는 빈도가 늘었다. 특히 2023년 2분기 이후엔 경상수지 흑자 폭이 확대되는 가운데 환율이 상승하는 패턴이 강화되고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김지현 과장은 “경상수지와 환율 간의 관계가 구조적으로 변화했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한국의 해외 자산 축적이 민간 포트폴리오 투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흐름과 연결된다”고 했다.

해외 투자가 늘며 자본이 국외로 많이 이동하는 이른바 ‘금융 충격’ 발생 때 한국 원화 가치 하락 정도가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한국의 회귀 계수는 0.65로 신흥국 평균인 0.71보다는 낮지만 미국(0.07)·일본(0.38)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는 높았다. 회귀 계수란 원인이 변할 때 결과가 얼마나 변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로, 클수록 원인이 결과를 크게 움직임을 뜻한다. 김지현 과장은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같은 크기의 금융 충격 발생 시 자국 통화 가치가 더 크게 절하(원화 환율 상승)되는 경향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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