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다시 키우는 韓…정책 개방에 산업지도 바뀌나
中 저가공세 여전…내수 확대시 생태계 재편 가능성

|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이 다시 태양광을 축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동안 태양광 시장은 주민수용성, 입지 규제, 중국 저가 공세 등에 눌려 성장세가 둔화됐으나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보급 100GW를 조기 달성하고 발전 비중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히며 관련 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국내 총 발전 중 재생에너지비중이 11% 대에 그치는 등 현실의 벽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이를 메울 무기로 태양광이 재부상하는 모습이다.
▲ 한동안 주춤했던 국내 태양광 산업, 다시 '기지개'
한국에너지공단 재생에너지 클라우드플랫폼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국내 태양광 발전소는 20만286개소, 설비용량은 3만996MW다. 아울러 지난해 연간 태양광 발전량은 3714만1089MWh로 집계됐다.
2024년 사업용 태양광 신규 보급은 잠정 3.16GW로 2021년 이후 처음 다시 연간 3GW대를 회복했다. 특히 공장부지 내 설치가 늘며 산업단지 기반 보급 확대 가능성이 확인됐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장기간 이어진 침체에서 벗어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내 태양광 산업 병목 요인은 기술보다 부지와 계통 문제에 있다. 정부가 태양광 확대 방안으로 산단 지붕형과 공공주차장, 수상형, 접경지역, RE100 수요 연계형 사업까지 폭넓게 거론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특히 영농형 태양광은 농업과 발전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지 한계를 완화할 카드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절대농지 74만헥타르를 바탕으로 영농형 태양광 잠재 설치량이 200GW 이상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 목표를 맞추려면 태양광 누적 설치량이 90GW 안팎까지 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를 곧바로 현실화하기는 어렵다. 영농형 태양광 관련 특별법안과 농지법 개정안 필요성이 커지고 여러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제도화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태양광 산업 면면을 더 분석해보면 설치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통이 받쳐주지 않으면 발전소가 늘어도 출력제어와 접속 지연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실제 전력거래소는 제주 지역에서 높은 태양광 이용률, 발전량에 따른 계통 불안정을 이유로 출력제어 예고를 수시로 공지해 왔다. 정부도 이런 구조적 한계를 의식해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수용을 전제로 전력계통 혁신대책 TF를 가동했다. 아울러 비전통적 송배전 솔루션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활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결국 향후 태양광 시장은 단순한 모듈 판매 경쟁이 아닌 전력망, 저장장치, 전력거래 구조까지 묶인 일종의 '패키지 산업'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 한화솔루션·SK이터닉스 등 수혜 '기대'…"정책 집행 속도·전력망 투자 지원 관건"
한화솔루션은 국내 대표 태양광 사업자지만 아직 실적 부담이 크다. 회사 공시에 따르면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13조3544억원, 영업손실은 3533억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국내 태양광 시장 확대와 내수 공급망 활성화가 이뤄질 경우 가장 먼저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으로 꼽힌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 역시 국내 모듈 생산기반을 가진 업체로 설치 수요 회복 시 직접적 수요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OCI홀딩스는 폴리실리콘과 발전사업을 잇는 태양광 밸류체인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있다.
이밖에 SK이터닉스는 2025년 상반기 기준 총 3GW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는데 이 가운데 태양광이 0.5GW다. 국내 상위 태양광 제조업체들 모듈 기준 연간 생산능력이 약 5~6GW인 점을 감안하면 내수 시장이 커질 경우 제조·개발 모두에서 가동률과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신중론도 제기된다. 한국의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24년 기준 10% 안팎으로 OECD 주요국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성장 여력이 크다는 해석도 가능하나 현실적으로는 제도·계통·수용성 문제를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 중국산 저가 모듈 공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설치 총량이 늘더라도 국내 기업 수익으로 직결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국내 태양광 산업 향방은 3가지로 압축된다. 정부가 보급 목표를 얼마나 속도감 있게 집행할 수 있는지, 전력망과 ESS 투자가 얼마나 받쳐주는지, 그리고 늘어난 내수 시장이 실제로 국내 제조·개발업체 일감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산업은 다시 성장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를 곧바로 국내 산업 '체력 강화'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정책이 시장을 활성화할 수는 있어도 산업 경쟁력까지 보장해 주지는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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