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시각] ‘어쩔수가없다’ 제지업, 1% 가능성에 베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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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지업계가 시험대에 올랐다.
제지업계 누구를 만나도 안전 관리 이야기를 하고, 관련 시스템 강화에 사활을 걸었다고 한다.
이 변화는 제지업계에 기회가 됐다.
한솔 조성민 부사장, 무림 이도균 대표, 한국제지 단우영 부회장, 깨끗한나라 최현수 회장 등 국내 주요 제지기업은 오너 3세 경영 체제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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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지업계가 시험대에 올랐다. 50년 넘는 업력을 지닌 기업들은 한때 한국 경제 성장의 핵심 축이었지만, 지금은 ‘올드 이코노미’라는 평가 속에서 구조적 전환 압박을 받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수요 감소는 실적 하락으로 이어졌고, 전통 사업만으로는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제지업의 위기는 지난해 9월 개봉한 영화 ‘어쩔수가없다’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제지회사에서 일하던 주인공이 한순간 해고되고 재취업을 위해 경쟁자를 제거하는 극단적 서사는 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 현재도 회자되고 있다.
영화는 허구지만, 현실은 더 심각하다. 실제 한솔제지, 한국제지 등 제지공장에서 근로자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현장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제지업계 누구를 만나도 안전 관리 이야기를 하고, 관련 시스템 강화에 사활을 걸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는 영화 제작 과정에서도 확인됐다. 영화 투자·배급사인 CJ ENM이 같은 범삼성가인 한솔제지에 촬영 협조를 요청했지만, 결국 거절당했다. 제지업을 둘러싼 사양산업 인식과 산업재해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그만큼 뿌리 깊다는 방증이다.
그렇다고 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은 종종 위기에서 길을 찾는다. 계기는 뜻밖이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자 플라스틱 원재료 가격이 출렁였다.
이 변화는 제지업계에 기회가 됐다. 석유화학 의존도가 낮은 종이 포장재가 대안 중 하나로 떠올랐다. 한솔제지, 무림페이퍼, 깨끗한나라 등 기업들은 종이 기반 포장재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가 오랫동안 바라온 ‘탈플라스틱’ 흐름도 다시 힘을 얻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벽은 여전히 높다. 플라스틱은 싸고 강하고 편하다. 종이는 친환경적이지만 비용과 내구성에서 뒤처진다. 기존 포장재 시장을 단번에 뒤집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최근 만난 한 제지기업 임원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의 가능성만 있어도 그걸 보고 나아가는 것이 기업이다.”
시장을 단번에 바꾸기는 어렵다. 그러나 작은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기업만이 결국 성장한다. 한솔 조성민 부사장, 무림 이도균 대표, 한국제지 단우영 부회장, 깨끗한나라 최현수 회장 등 국내 주요 제지기업은 오너 3세 경영 체제로 들어섰다. 이들의 과제는 단순한 ‘버티기’가 아니다. 정체된 산업 구조를 넘어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가정신은 확실한 길에서 나오지 않는다. 불확실한 가능성에 베팅할 때 비로소 드러난다. 국내 제지업은 지금 경계선 위에 서 있다. 업계는 근로자 안전이라는 무거운 과제와 구조적 하락 압력에 직면해 있다.
동시에 탈플라스틱 등 새로운 시장의 문도 서서히 열리고 있다. 위기와 기회는 늘 함께 온다. 그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한끝의 판단’이 기업 나아가 산업의 미래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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