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인마’ 대신 ‘응우옌아’ ‘콩’ 이름을 불러주세요···이주노동자 이름 불러주기 전국 확대

김준용 기자 2026. 4. 1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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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주노동자들에게 지급한 안전모. 경향신문 자료사진

“외국인 동료들 이름이 어렵다고요? 애칭으로 부르면 되잖아요.”

울산 매곡산단 금화테크에 근무하는 전준봉 이사가 말했다. 이 곳에는 총 9명의 이주노동자가 근무 중이다. 회사에서는 이들을 부를 때 ‘디하수’ ‘콩’ 등의 애칭으로 부른다. 회사가 아무렇게나 만든 애칭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에서 평소 가족친지 등과 함께 있을 때 쓰던 애칭이다.

전 이사는 “이주노동자의 이름을 부를 때 ‘야’ ‘인마’ 이런식으로 부르는 곳도 있는데, 그런 방식은 좀 아닌 것 같다”며 “이름을 불러주는 게 동료들 사이 친밀감이 생기고 회사 분위기도 더 좋아진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이주노동자 이름부르기’ 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된다. 16일 공공상생연대기금과 금융산업공익재단,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전태일재단 등은 “지난해 전남, 울산 등 일부 사업장에서 캠페인 형태로 진행된 이 사업을 고용노동부와 함께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17일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는다.

이주노동자는 현장에서 이름 대신 비인격적 호칭으로 불리는 경우가 잦고, 이는 결국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이 사업이 시작됐다. 2024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이주노동자 사망에 대한 원인 분석 및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우린 이름이 없다. 야, 혹은 이 XX로 불린다”, “한국문화에선 ‘야’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이런 호칭을 막대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등의 인권침해 경험을 증언했다.

고정은 울산 북부 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안전보건실장은 “이주노동자의 이름이 익숙하지 않다보니, 나라로 이름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는 듯 하다”며 “‘어이, 베트남’ ‘어이, 미얀마’ 등 국가 이름으로 불리는 이주노동자도 많다”고 밝혔다.

이름부르기 사업은 총 3단계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주노동자에게 안전모(5000개)를 지원하고, 노동자의 이름을 스티커로 부착하는 게 1단계다. 이 안전모는 이주노동자가 많은 건설 현장이나 조선소 등 대형 노동현장에 집중 보급될 예정이다. 2단계로 야외작업이 잦은 이주노동자들에게 겨울옷을 지급하는 사업이 진행된다. 3단계 사업에는 젓가락 사용이 서툴 수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포크를 제공하는 것과 식사메뉴를 이들의 언어로 번역해 식당에 게시하자는 계획이 담겼다.

노동부 등은 오는 27일부터 사업의 본격 확대 시행을 위해 울산 지역 산단에서 사업 참여 희망 업체를 모집 중이다. 앞으로 경남 김해시, 경기 안산시처럼 이주노동자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점차 사업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문길주 사업총괄단장은 “1970~1980년대 우리나라 사람들도 돈 벌러 해외나가서 외국인노동자로 근무했다는 역사를 잊어선 안된다”며 “이름 불러주기는 이주노동자 인권보호의 시작점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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