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재의 돌발史전 2.0] 北‘주체’ 日‘대정’ 대만‘민국’... 모두 똑같은 연도였다고?

오키나와에서 한 다리를 건너던 중 ‘西紀 一九五九年’이라 새겨진 것을 봤다. 서기 1959년에 그 다리를 만들었다는 의미일 테니 특별한 게 없을 텐데도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 저런 것을 일본 다른 지역에서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렇다. 일본은 대개의 경우 자체 연호(年號)를 쓴다. 서기 1959년은 쇼와(昭和) 34년이니 그 다리의 경우 ‘昭和 三四年’이라고 해야 했을 것이다. 어떻게 된 거지? 곧 생각이 미친 부분이 있었다. ‘아~ 1959년엔 오키나와가 일본이 아니었구나!’ 원래 독립국인 류큐 왕국이었던 오키나와는 1872년 일본에 병합됐고 1945년 일본 패전과 함께 미 군정이 이뤄졌다가 1972년에야 미국에 반환됐다. 그러니 1945~1972년엔 일본 연호를 쓰지 않고 서기를 썼던 것이다.
지금 우리는 세계 대부분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서기 연호를 쓰고 있지만 예전에도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1948년부터 1962년까지 대한민국의 공식 연호는 단기(檀紀)였다. 단군기원(檀君紀元)의 준말로, 단군조선이 세워진 해를 조선 초 서거정이 ‘동국통감’에서 계산해 내놓은 기원전 2333년으로 잡은 것이다. 1945년 해방은 4278년, 그로부터 10년 뒤인 1955년은 4288년이었다. 사실은 여기서 ‘쌍팔년도’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단기 계산법은 서기 연도에 2333년을 더하는 것이다. 올해는 2026+2333=단기 4359년이다.
불교에서 자주 쓰는 불기(佛紀)는 불멸기원(佛滅紀元)의 준말인데 주로 남방 불교에서 석가모니가 열반에 든 해라고 보는 기원전 544년을 원년으로 삼는 것이다. 서기 연도에 544년을 더하면 불기가 된다. 올해는 2026+544=불기 2570년이다.
단기와 불기에서 이런 계산법이 가능한 것은 ‘기원전(B.C.)’과 ‘서기(A.D.)’ 사이에 ‘0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원전 1년 다음해는 서기 1년이다. 만약 기원전 40년에 태어나 서기 40년에 죽은 인물이 있다면, 이 사람은 만 80세가 아니라 만 79세에 별세한 것이 된다.
일본은 쇼와 일왕(실제로는 ‘천황’이지만 한국 언론은 왕으로 낮춰 쓰는 관례가 있다)이 1926년부터 1989년까지 임금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쇼와’라는 기간이 무척 길다. 쇼와라고 나온 연도에 1925년을 더하면 서기로 환산된다.
대만의 경우 민국(民國)이라는 연호를 쓰고 있다. 민국이란 무엇인가? 방송인 김성주의 아들(김윤덕 기자의 조카) 이름이 아니라, 신해혁명이 일어난 해가 1911년이기 때문에 1912년 1월 1일을 민국 원년(元年)이 된 해로 선포한 뒤 중화민국에서 쓰는 연호다. 1949년 이후의 중화민국은 지금의 대만이다. 따라서 민국이라는 연호에 1911년을 더하면 서기로 환산된다.
그런데.
좀 희한한 사실이 있다. 대만의 ‘민국 1년’은 일본의 ‘다이쇼(大正) 1년’과 같다는 사실이다. 또 하나 있다. 1912년은 ‘민국 1년’도 되고 ‘대정 1년’도 되지만 북한의 ‘주체(主體) 1년’도 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민국’과 ‘대정’과 ‘주체’의 숫자가 똑같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정답은 ‘순전한 우연의 일치’라는 것이다. 1911년 신해혁명이 일어난 것과, 1912년 메이지(明治) 일왕이 죽고 다이쇼 일왕이 즉위한 것과, 1912년 김일성(당시 이름 김성주)이 태어난 것과는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 4월 15일은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날이기도 하지만 이 역시 아무런 연결 고리가 없다.
다만 북한에서 ‘주체’라는 연호를 사용한 것은 김일성이 죽은 뒤 3년이 지난 1997년부터니, 민국, 대정, 주체의 세 연호가 동시에 사용된 적은 없었다. 1912년부터 1925년까지는 대만의 ‘민국’과 일본의 ‘대정’이 함께 쓰였고, 1997년부터 2024년까지는 대만의 ‘민국’과 북한의 ‘주체’가 같이 쓰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기존 인근 국가들의 연호와 숫자가 똑같은 연호를 마치 주체적인 연호처럼 실제로 사용한 것은 기이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잠깐. 북한의 ‘주체’가 2024년까지만 쓰였다고? 이게 무슨 얘긴가. 이제 그걸 설명하겠다.
대만은 1912년 이전에는 중국의 각 왕조가 연호를 썼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 없지만, 북한은 1912년 이전은 어떻게 표현했나? 그냥 서기를 썼다고 한다. 2024년 10월 이후에는 공식 문서에서 아예 주체 연호를 없애고 서기 표기로 환원했다. 이후 주체 연호는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우상화에 집중하기 위해 조부의 그림자조차 지웠다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불편해서였을 수도 있다. 한국·일본과 같은 시간대(UTC+9:00)였던 북한은 2015년 8월 시간대를 30분 앞당겼다가(UTC+8:30) 2018년 5월 원위치시킨 적도 있다.
20세기 이후 쓰였거나 쓰이는 아시아 주요 연호의 계산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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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檀紀): 해당 연도-2333년=서기 연도
불기(佛紀): 해당 연도-544년=서기 연도
민국(民國)=다이쇼(大正)=주체(主體): 해당 연도+1911년=서기 연도
쇼와(昭和): 해당 연도+1925년=서기 연도
헤이세이(平成): 해당 연도+1988년=서기 연도
레이와(令和): 해당 연도+2018년=서기 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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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어디 적거나 캡처해 놓으신다면 더 이상 연호로 인한 혼동과 불편은 없을 것이다.

▶‘유석재의 돌발史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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