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에도 고환율 원인은 ‘금융충격’…해외증권투자 비중 외환보유 3배

김벼리 2026. 4. 17. 06:0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이슈노트’ 발표
대외자산 축적 구조 변화
자분유출 경로 영향 커져
고령화도 환율 상승 기여
선진국보다 환율 충격 커
1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우리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송출중인 중동전쟁 관련 뉴스 옆으로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장기간 경상수지 흑자 행렬에도 최근 원/달러 환율이 오히려 상승하는 것은 민간이 해외자산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전체 대외자산에서 증권투자 비중이 외환보유액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 우리나라 대외부문의 구조적 변화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2분기 이후 한국에서는 경상수지 흑자폭이 확대되는 가운데 실질환율은 오르는 움직임이 상당 기간 이어지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커지면 달러 유입이 늘면서 원화 가치는 오르는 전통적인 경로와는 대조적이다.

보고서는 그 원인으로 한국의 대외자산 축적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간 부문의 해외자산 비중이 확대되면서 거주자 중심의 자본유출 경로가 대외 부문과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4년 3분기 순대외채무국에서 순대외자산국으로 전환된 뒤 한국의 해외자산 축적은 공공부문의 준비자산 중심에서 민간의 포트폴리오 투자 중심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전체 대외자산에서 증권투자(주식·채권) 비중은 44.1%에 달했다. 반면 외환보유액 비중은 14.9%에 그쳤다. 미국 쏠림 현상도 심화했다. 2024년 기준 한국 대외 증권투자의 63.4%가 미국 자산에 집중됐다. 선진국 평균(25.3%)의 2.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마디로 과거에는 수출로 번 달러가 국내로 들어와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그 돈의 상당액이 미국 주식·채권 등 해외 자산을 사는 데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국내 시장에서 달러 공급이 줄어들고 환율이 오른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런 변화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경상수지와 환율의 관계를 ‘상품충격’과 ‘금융충격’ 두 가지로 구분했다. 상품충격이란 순수출이 늘면서 원화가 절상되는 경로를, 금융충격은 민간의 달러 자산 선호 확대로 자본이 유출되면서 경상수지 흑자와 원화 절하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로를 말한다.

분석 결과 실질환율 변동의 주요 요인이 과거에는 상품충격이었는데 최근에는 금융충격으로 바뀌었다.

금융충격의 발생 빈도는 순대외자산국 전환 전후에 유사했지만 실질환율 상승과 자본유출로 이어지는 양(+)의 금융충격의 빈도는 더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2014년까지 환율 하락을 주도했던 상품 충격의 영향은 최근 약해졌다.

금융충격 중에서도 ‘달러자산 수요 충격’과 ‘저축 수요 충격’이 크게 확대됐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달러자산 수요 충격은 환율이 단기간에 크게 상승했던 시기에 기여도가 급격히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고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 저축수요 충격은 2011년 이후 가계 저축률의 추세적 증가와 함께 실질환율의 완만한 추세적 상승에 기여했다. 2011년 말부터 2025년 3분기까지 저축수요 충격이 실질환율을 약 12%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노후를 대비해 저축을 늘리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그 결과 해와 자산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주요 선진국보다 한국은 금융충격 발생 시 자본유출에 더 크게 흔들리는 특징도 확인됐다. 한은에 따르면 같은 규모의 자금이 빠져나갈 때 원화 절하 폭을 나타내는 계수가 한국은 0.65로, 일본(0.38)이나 미국(0.07)보다 높다.

보고서는 “분석 결과는 우리나라 실질환율의 변동이 자본유출입에 따른 금융충격에 크게 기인하는 가운데 최근 대외자산 축적의 주체 및 구성 변화에 따라 거주자의 역할이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확대됐음을 시사한다”며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 완화를 위한 정책적 대응과 함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외환시장 심도 제고를 위한 정책을 병행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와 관련해 외환당국이 추진 중인 외환시장 구조개선과 ‘MSCI 선진국지수’ 및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을 통한 자본유입 기반 확충과 투자자 다변화는 외환시장 심도를 강화함으로써 단기적 수급 불균형에 따른 환율 변동성을 완충하고 외환시장의 민감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