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업계, 화장품에 의ㆍ과학 전문 의견 더한다

문수아 2026. 4.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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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주는 뷰티’에서 ‘증명하는 뷰티’로…더마 사이언스 경쟁 본격화

‘보여주는 뷰티’에서 ‘증명하는 뷰티’로…더마 사이언스 경쟁 본격화

[대한경제=문수아 기자]글로벌 뷰티업계가 ‘보여주는 뷰티’에서 ‘증명 가능한 뷰티’로 전환하고 있다. 틱톡 등 숏폼 플랫폼 중심의 자극적 마케팅에서 벗어나 의학·과학 전문가 의견과 학술 연구를 앞세운 전략으로 차별화하는 전략이다.

19일 관련업계에 국내외 뷰티 브랜드들이 의사 등 전문가 자문과 논문 데이터를 제품에 결합해 성분ㆍ효능의 전문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단순히 주름을 펴주는 정도로‘안티에이징 효과’를 내세우던 단계를 넘어 노화 단계별 원인에 맞춤 처방을 하는 ‘스킨롱제비티’개념이 등장하면서다. 스킨롱제비티 브랜드로 내세우려면 피부의 세포와 분자 단위에서 노화 원인을 관리한다는 의ㆍ과학적 증명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전문가가 개발 단계에 참여하거나 직접 효과를 검토해 추천하는 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지난 달 말 열린 세계 최대 피부과 학회인 미국피부과학회(AAD)에서 이같은 흐름이 두드러졌다. AAD는 글로벌 더마 표준을 논의하는 자리로, △유세린 △라로슈포제 △바이오더마 등 전통적인 더마 브랜드가 주축을 이뤄왔다. 올해는 이머징 더마 부문을 만들고 한국 브랜드 중 닥터리쥬올과 아누아를 소개했다. 이미 글로벌화에 성공한 K-뷰티 브랜드 가운데 임상적 효능과 신뢰의 더마 영역으로 확장하는 브랜드를 선정한 것이다. 닥터리쥬올은 자체 연구팀이 수행한 논문이 학회에서 소개됐고, 아누아는 트렌디 브랜드로 주목받았다.

럭셔리 뷰티 브랜드도 AAD에서 더마 화장품으로 인정받으려 나섰다. 랑콤은 AAD에서 제품 3종을 공개했다. 미토콘드리아를 활성화하는 성분을 담고 상품명에는 ‘롱제비티 MD(Medical Device)’를 명시했다. 가격대는 155~175달러 로 최상위에 속한다. 제품 뿐 아니라 매장에서 혈액 등을 이용해 바이오마커를 측정한 뒤 생물학적 나이를 산출하고 제품 사용 설계까지 제공한다.

랑콤 외에 시슬리도 롱제비티 라인업을 마련했고, 클라란스는 에피제네틱스(후성유전학)를 적용한 세럼을 선보였다. 한국의 고운세상코스메틱을 인수한 로레알도 ‘닥터지’단일 브랜드만 살리고 효과를 검증한 더마 뷰티로 키울 계획이다. 모두 숏폼 중심의 짧은 주기로 소비되는 인디 브랜드 공식과 아예 다른 시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아누아가 AAD에서 선보인 부스. 더마 전문가로부터 확인을 받았다는 내용을 전면에 내세웠다. /사진: 아누아 제공

한국 브랜드도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누아는 K-뷰티가 트렌디한 제품으로만 인식되는 데서 탈피하기 위해 피부과 전문의 자문단을 구성했다. 자문단과 공동 개발한 ‘베리어 리부트’ 제품도 준비 중이다. 자문단에는 틱톡에서 1800만 팔로워를 보유한 피부과 전문의가 포함돼 있다. 바이럴 플랫폼은 유지하되 콘텐츠를 연구개발 영역으로 전환한 셈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정통 더마 브랜드 에스트라를 앞세워 2026 대한피부연구학회-세계피부연구학회 아시아ㆍ태평양 지부(KSID-ISID APAC) 공동학술대회 후원사로 나섰다. R&I 센터는 스킨 롱제비티ㆍ피부 장벽 등 핵심 연구 성과를 발표하며 더마 사이언스 파트너십을 강화했다.

K-뷰티 브랜드를 탄생시키는 ODM(제조업자개발생산)사도 변화에 합류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한국 피부과에서 처방을 받아야만 구매할 수 있는 메디컬 디바이스(MD)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화장품 소재 전문 기업 대봉엘에스도 자체 개발한 MD 처방을 내놓았다.

의과학 전문가와 협력하는 스킨롱제비티 콘셉트 제품은 특히 북미 시장에서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는 화장품법에 따라 의사와 의료기관이 추천·개발을 암시하는 표현을 쓸 수 없지만, 미국에서는 FTC(연방거래위원회) 조건을 충족하면 허용된다. 추천인이 실제로 제품을 검토했는지 책임을 묻기 때문에, 미국에서 전문가와 더마 마케팅을 전개한다는 것 자체가 실질적인 더마톨로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화장품 소비 양상이 숏폼 중심의 콘텐츠로 유입되는 방향과 전문가를 통해 효과를 실제 증명했는지 판단하는 방향으로 나뉘고 있다”면서 “중저가 브랜드로 인식된 K-뷰티 브랜드들에게 전환의 기회이자 도전 과제”라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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