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지역재생의 성공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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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으로 그 촬영지인 강원 영월군이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인구가 3만6000명에 불과하고 지역소멸까지 우려되던 농촌지역에 한편의 영화가 관광객 폭증이라는 기현상을 몰고왔다.
지역과 주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4000㎞에 달하는 루트 66이 쇠퇴의 갈림길에서 대표 관광 루트로 부활한 것처럼 한국의 농촌지역도 소멸 위기 가운데 주민과 지자체의 지혜를 모아 성공적인 지역재생 모델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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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으로 그 촬영지인 강원 영월군이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인구가 3만6000명에 불과하고 지역소멸까지 우려되던 농촌지역에 한편의 영화가 관광객 폭증이라는 기현상을 몰고왔다. 주요 관광지의 상권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으며 그 주변 지역까지 경제적 효과가 파급되는 양상을 보인다. 문화 콘텐츠가 지역경제를 되살리는 대표 사례인 셈이다. 주민들은 지역을 배경으로 촬영된 영화를 단체관람하며 애향심을 드높이는 계기도 됐다.
이런 분위기는 4월말에 개최 예정인 ‘단종문화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 이후의 지속가능성이다.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주목받다가 그 열기가 식고 나면 기억 속에서 멀어진 지역이 부지기수다. 새로운 콘텐츠와 트랜드를 추구하는 관광 소비 패턴에 비춰보면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핵심과제로 삼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 입장에선 지역 홍보는 물론 인구와 자본 유입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마냥 놓치고 싶지는 않을 것
이다.
한편의 영화가 불러온 훈풍을 타고 지역소멸의 강을 건널 돛단배의 노를 저을 주인공은 바로 지역주민과 지자체다. 이 대목에서 미국 ‘루트 66’의 지역재생 모델을 살펴보자. 루트 66은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와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를 잇는 주요 간선도로며, 1926년 개통돼 올해 100주년을 맞는다. 1960년대까지 동부와 서부를 연결하면서 물류와 인구 이동, 문화 교류에 중추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마더로드(Mother Road)’로 불렸으며, 미국의 경제·사회·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들어 고속도로가 신설되면서 루트 66의 차량 통행량이 급격히 줄었고 도로변에 형성된 소도시들은 자연히 쇠퇴했다. 1985년 루트 66은 공식적으로 폐지돼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소도시 상인과 주민들 중심으로 낡은 도로의 보존 운동이 시작됐고, 그에 힘입어 주별로 ‘역사적인 루트 66’ 구간을 설정해 표지를 설치하는가 하면, 1999년 연방 차원에서도 ‘루트 66 보존법’을 제정해 공식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역특색의 박물관이 세워지고 빈티지 모텔과 식당이 운영되며, 도시의 네온사인이 정비되고 도로변의 관광지가 개발됐다. 흥미로운 스토리가 입혀지면서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을 유입하는 미국의 대표 관광지로 변모했다. 한마디로 주민 주도(Bottom-up)의 지역재생 성공 사례가 됐다.
한국에서도 ‘농촌공간재구조화법’이 제정되고 농촌재생을 위한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여전히 지자체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주민 참여가 저조하고, 보존보다는 개발에 방점을 두고 있으며, 지역별 특성을 부각하기보다는 트랜드에 편승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보니 지원 종료 후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과 주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4000㎞에 달하는 루트 66이 쇠퇴의 갈림길에서 대표 관광 루트로 부활한 것처럼 한국의 농촌지역도 소멸 위기 가운데 주민과 지자체의 지혜를 모아 성공적인 지역재생 모델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필자의 고향이기도 한 영월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한국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라도 각종 농촌재생사업 추진에 있어 지자체의 행정적 지원과 주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지성태 서울대 국제농업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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