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최고가격제 한 달, 현장은?… "유류 소비 줄어" vs "수요 억제 폭 미미"
산업부, 휘발유1.8%·경유7.6% 감축
"가격 인상 전 기름 채운 건 소비자 선택"
전문가 "심각성 인지 어려운 것도 부작용"

미국·이란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폭등이 국내 유류비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가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실시한 지 한 달이 흘렀다. 전쟁 전과 비교해 국제 휘발유·경유 가격은 최대 100~200% 올랐지만 국내 가격은 아직 리터(L)당 2,000원 수준으로 억제되고 있다. 최고가격제가 물가 안정에 기여했다는 평가와 동시에 되레 수요를 촉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최고가격이 억제한 유류비 인상... 수요는?

1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현재 국내 유가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에 비해 상당히 낮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두 전쟁 발발 직전일과 유종별 최고가를 비교하면 러·우 전쟁 때는 배럴당 국제가격이 휘발유는 42%, 경유는 68% 인상됐고 국내 가격은 L당 각각 23%, 38% 올랐다. 반면 이번에는 휘발유 국제가격이 97%, 경유는 무려 215% 급등했지만 국내 가격 인상률은 18%, 25%에 그치고 있다. 최고가격제가 국내 유가 인상을 억제한 효과다.
문제는 수요다.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수요 감축 유인이 적다. 차라리 최고가격 변화 추이에 따라 주유 시기를 바꾸는 게 합리적이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2차 최고가격 고시(3월 27일)가 예정됐던 지난달 넷째 주 판매량은 △휘발유 32만1,051킬로리터(kL) △경유 40만9,949kL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각각 15.3%, 4.4% 늘었다. 2차부터는 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이 반영돼 최고가격 인상이 확실시된 터라 그 전에 주유하려는 이들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패턴은 이후에도 나타난다. 2차 최고가격에 따른 인상세가 본격화된 이달 첫째 주에는 판매량이 전년 대비 평균 13.2% 줄었고, 3차 최고가격 고시(4월 10일)가 예정된 둘째 주에는 꾸준한 가격 인상세에도 불구하고 감소폭이 평균 11.3%로 다소 줄었다.
정부는 수요 감축이 분명히 나타났다고 강조한다. 1차 최고가격제가 적용된 지난달 셋째 주부터 이달 둘째 주까지 주유소 판매량이 △휘발유 110만7,161kL △경유 144만4,570kL로 지난해 대비 각각 1.8%, 7.6% 줄어서다. 산업부 관계자는 "가격이 오를 거라 예상되는 상황에 기름을 미리 채운 것은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최고가격제가) 수요를 자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물가잡기용 최고가격제, 그만 해야"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러·우 전쟁 때와 달리 지금은 공급부터 위기인 만큼 수요 억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가격 개입으로 수요 억제 폭을 제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 개입 없이 가격이 올랐다면 자연스레 수요량은 더 줄었을 거라고 설명한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가격이 수요 억제에 중대한 신호로 작용하는데, (최고가격제로) 한국은 다른 나라 대비 심각성을 인지하기 어렵다"며 "(이대로) 수요가 더 줄지 않으면 더 큰 피해가 닥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물가 잡기용 최고가격제를 더 끌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휘발유 수요량 감축 폭이 미미하다는 점도 우려를 더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는) 레저·승용차용인 휘발유가 줄어야 바람직한데, 지금은 경유가 더 많이 줄었기에 생계형 활동을 줄였다는 뜻으로 볼 수 있어 걱정스럽다"며 "최고가격 인상과 유류세 복원을 통해 에너지바우처, 유류 쿠폰 발급을 늘려 저소득층을 핀셋 지원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더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 부담도 고려가 필요한 지점이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라 정유사가 입은 손실을 보전하기로 했다. 원유 도입 가격은 오르는데, 최고가격이 낮은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보전 비용도 불어날 수밖에 없다. 백 교수는 "현물시장에서 비싸게 사온 기름들이 다음 달부터 본격 도입되면 정유사 손실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전예현 기자 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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