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종교] 교회의 '선거 개입'도 종교 자유일까… '정교분리'가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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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교는 존재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헌법 제20조 2항에 규정된 '정교분리'가 개신교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과 신천지예수교회(신천지) 등을 겨냥한 법안이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을 규제 근거로 거론하자, 보수 성향 교회를 중심으로 '정교분리 왜곡'이란 반발이 거세다.
개신교계에 따르면, 정교분리 논란이 불거진 계기는 올 초 최혁진 무소속 의원을 비롯한 여권 의원들이 발의한 정교유착방지법안(민법 개정안)이다. 앞서 일본 법원이 종교법인법을 근거로 일본 내 통일교의 해산 명령을 내리자, 한국에는 불법적 수단으로 정치 개입과 유착을 도모하는 종교단체에 대한 제재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법안이 만들어졌다. 법안엔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과 공직선거법 등을 위반해 정치 활동에 체계적으로 개입해 공익을 해할 경우' 정부가 종교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고 재산을 조사해 몰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법안에 주로 보수적 정치 성향의 개신교 목회자들이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당장은 자신들이 이단·사이비로 규정한 교단이 제재 대상이 되겠지만, 결국에는 '정통 교회'의 정부 반대 의견도 법으로 제한될 거라 주장하는 것이다. 지난 1일 국회 앞에선 '윤 어게인' 성향으로 분류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 등이 모여 해당 법안을 '교회폐쇄법' 등으로 지칭하며 반대 집회를 열었다.

정교유착 방지법안이 쏘아 올린 정교분리 논쟁

우려는 보수 교회에만 국한한 게 아니다. 개신교 주요 교단이 모인 한국교회총연합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모두 이 법안이 자의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점은 '정교분리 위반'이란 개념 자체가 모호하다는 것. 정교분리 위반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규정되지 않아 행정청이 이 조항을 남용할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헌법상 정교분리의 개념 자체를 되짚어봐야 한다며 보다 적극적인 주장도 제기된다. 전윤성 숭실대 국제법무학과 교수는 지난 10일 정교분리를 주제로 진행된 '나부터포럼'에 참석해 "세계적으로 대부분 국가는 정교분리를 '정치와 종교'가 아닌 '종교와 국가' 분리로 규정한다"면서 "정교분리를 마치 종교가 정치에 참여하면 안 되는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짚었다.
나아가 일부 보수 교회들은 종교단체 내 선거운동을 불법화하는 현행 공직선거법이 위헌이라며 개정을 주장한다. 교단에서 정치적 설교를 하는 것은 종교의 자유와 기본권에 포함되므로 권력이 규제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손 목사는 지난 13일 종교의자유수호를위한국민연대가 개최한 정교분리 세미나에서 자신이 공직선거법상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을 두고 "정교분리를 오해해 특정 종교를 압박하고 목사가 설교 중 했던 발언으로 구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류 교파들은 이런 주장과는 선을 긋기 위해 애쓴다. 보수 교회가 12·3 계엄 이후 아스팔트 우파와 결합하면서 개신교의 대중적 신뢰도가 떨어지는 상황을 우려한 것이다. 김주한 한신대 신학대학 교수는 "정교분리 원칙은 종교의 정치 참여를 막는 원리가 아니라 참여를 통한 종교의 정치권력화, 이익집단화를 규율하는 규범적 장치"라고 봤다. 임성빈 전 장로회신학대 총장은 "종교가 정치권력과 과도하게 결합할 경우 신앙 메시지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종속될 위험이 있다"면서 "이는 종교의 도덕적 권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비틀린 정교분리 오해론, 정교유착 옹호로 변질

'정교분리에 대한 오해' 주장은 미국에서는 이미 '정교유착'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 기반 중 하나인 기독교 국가주의 진영은 기독교 이념을 구현하는 수단으로서 국가 권력과 정치에 적극 관여해야 한다고 본다. 공화당 친트럼프파의 대표 격인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미국 수정헌법 1조에 규정된 국교분리는 잘못된 표현"이라면서 "이 문구는 원래 정부가 교회의 영역을 침범하지 말라는 뜻이지 신앙의 원칙이 공공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원치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기독교 국가주의가 유발한 정교분리 논란은 최근 이란과의 전쟁을 둘러싸고 절정에 달했다. 백악관 부활절 행사에 참석한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는 이란과의 전쟁을 정의로운 전쟁으로 묘사하며 "군대에 신의 축복을 내려달라"고 기도했다. 물론 이런 흐름에 반발하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 2월 미국에서 목사·사제·신학자 400명 명의로 발표된 성명 '신앙과 민주주의의 위기 속 그리스도인을 향한 호소'는 "종교는 정치인을 신격화하거나 그들의 횡포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된다면 신앙은 더 이상 신실하지 않고 이단과 위선의 무기가 된다"고 주장했다.
반사회적 종교, 어떻게 제재할 것인가

정교분리 원칙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주류 교단이 반사회적 종교로 분류해 온 종교들에 대한 규제 논의도 덩달아 표류하게 됐다. 한교총 연관 단체인 한국교회법학회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방식으로 제재 대상을 신천지·통일교로 한정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특정 종교를 표적으로 하는 입법이야말로 정치가 종교에 적극 개입하는 선례가 될 거란 지적이 나와 교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반사회적 종교에 대해선 법률을 통한 처벌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피해자를 지원하는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영국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중립적 입장으로 신흥 종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폼(INFORM), 일본에서 종교 피해자 구호 활동을 펼친 전국영감상법대책변호사연락회 등이 모범 사례로 거론된다.
국내 이단 연구의 권위자인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현재처럼 이단 문제가 불거져도 이슈가 이슈를 덮거나 정치적으로 반대파를 공격하는 데만 활용된다면 궁극적인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면서 "종교에 대한 통제와 감시 대신 건전한 종교 문화를 마련하는 지속 가능한 대책을 향해 단계적으로 접근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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