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을 바꾼 무소속 4선이냐, 텃밭 내세운 민주냐

“인자 더불어민주당만 주야장천 찍어대는 시상은 기냥 지나부렀어. 당이 밥 맥여준다요? 일 잘하는 사람이 장땡이제. 여기는 인물 보고 뽑는 순천인게!”
지난 14일 오후 전남 순천시 장천동에서 만난 최모(62)씨는 6·3 제9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식당을 하는 최씨는 “노관규 현 시장이 야무지게 일하는 걸 봤으니 4년을 더 맡겨볼 작정”이라고 했다. 노 시장은 무소속이다. 반면 조례동 대형 마트 앞에서 만난 주부 김모(48)씨는 “민주당 텃밭인 전남에서 무소속 단체장을 둔 순천만 ‘외딴섬’처럼 고립될까 걱정된다”며 “정부·여당과 척척 호흡을 맞추려면 아무래도 민주당 후보가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순천은 전남 22개 시·군 중 ‘무소속 깃발’이 꽂힌 유일한 곳이다. 순천시에서 만난 민심은 민주당이 우세한 전남 다른 기초단체와는 달랐다.
30~50대가 많은 신대지구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38)씨는 최근 정비된 신대천변을 가리키며 “서울 청계천이 부럽지 않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2023년 국제정원박람회 이후 눈에 띄게 좋아진 도시 환경이 효능감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국제정원박람회엔 980만명이 찾았다.

순천시는 작년 말 모든 시민에게 20만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했다. 주부 양모(52)씨는 “시 살림이 넉넉하니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온 것 아니냐”며 “이웃 여수와 광양 주민들도 순천을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전남 최초로 창고형 대형 마트 코스트코도 유치했다. 양씨는 “만나는 사람마다 정당 배경보다는 ‘내 삶을 바꾼 행정 성과’가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반면 무소속 시장의 정치적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중앙동에서 만난 주민 조모(33)씨는 “대통령도, 전남광주특별시장도, 국회의원도 모두 민주당이 될 가능성이 큰데 순천시장만 무소속이면 일이 잘 굴러갈지 모르겠다”며 “큰 사업을 할 때는 결국 ‘여당의 힘’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했다.
이번 순천시장 선거는 민주당 손훈모(57), 진보당 이성수(57), 무소속 노관규(66) 후보의 3파전 경쟁 구도로 흐르고 있다.
손 후보는 순천고, 고려대 법대를 졸업했고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2018년 순천시장 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적이 있다. 최근 오하근 예비후보를 누르고 민주당 후보로 결정됐다.
이 후보는 진보당 전남도당위원장이다. 광양제철소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민주노총 기획실장도 지냈다. 2024년 22대 총선(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 갑)에 출마해 18.04% 득표율을 기록했다.
노 시장은 ‘징검다리 4선’을 노린다. 노 시장은 2006년 민주당 소속으로 민선 4기 순천시장에 당선됐고 2010년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2011년 중도 사퇴한 뒤 총선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3선 시장 고지에 올랐다.
손훈모 후보는 “고립된 무소속의 성벽 안에서는 시대적 파도를 넘을 수 없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 노관규 시장은 “위기의 시대에는 말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한 유능한 시장이 필요하다”며 “지난 4년간 만들어온 순천의 변화를 끝까지 완성하겠다”고 했다. 이성수 후보는 “오만한 민주당과 독선적인 무소속 사이에서 노동자와 서민의 눈물을 닦아줄 선명한 야당이 필요하다”고 했다.
순천은 2014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와 2016년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국민의힘의 전신) 소속 이정현 전 의원이 당선된 곳이기도 하다. 2011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와 2012년 19대 총선 때는 김선동 전 의원이 각각 민주노동당과 통합진보당 소속으로 당선됐다. 선거 전문가들은 “순천에는 광양·여수의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외지인 근로자들이 많이 거주해 ‘연고주의’보다는 실익을 중시하는 투표 경향이 있다”고 했다.
KBS광주방송총국·한국갤럽이 지난달 23~24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노 시장이 31%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번 조사는 KBS 광주방송총국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3월 23~24일 만 18세 이상 순천시민 503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실시했다. 응답률은 20.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KBS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지역 정가에서는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면 승부의 향방은 안갯속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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