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성공한 시장 31년간 한 명도 없었다, 이번엔 깨질까

청주/신정훈 기자 2026. 4. 17.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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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시장

“이 동네 사람들은 속내를 잘 안 드러내유. 근데 투표 끝나고 보면 시장이 휙 바뀌어 있는겨. 속을 몰라유.”

지난 15일 오전 충북 최대 전통시장인 청주 육거리 종합시장에서 만난 상인 이순녀(76)씨는 채소를 다듬으며 이렇게 말했다.

인구 85만명, 충청권 최대 기초단체인 청주에선 1995년 민선 자치 시대가 열린 이후 31년간 ‘연임’에 성공한 시장이 한 명도 없었다. 지방선거 때마다 당선자가 바뀌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유일하다.

엄태석 서원대 명예교수는 “충북은 삼국시대부터 고구려, 백제, 신라가 번갈아가며 점령한 땅”이라며 “이 때문에 특정 세력을 계속 지지하기보다 시대 흐름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이 생겨난 것 같다”고 했다. 선거 전문가들은 “현직 이범석 시장이 이 벽을 깰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

1987년 이후 9차례 대선에선 충북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가 전부 당선됐다. 충북에서도 청주 흥덕구가 가장 도드라진다.

지난해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흥덕구에서 49.49% 득표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전국 득표율(49.42%)과 불과 0.07%포인트 차이였다.

선거 전문가들은 “청주 시민의 표심이 전국 평균과 비슷한 건 그만큼 유권자 구성이 다양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제조업 근로자와 오송의 공공기관 직원, 농민 등이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 청주에는 대기업(SK하이닉스) 공장도 있다.

국민의힘 소속인 이범석 현 시장은 이번 선거에서 사상 첫 연임에 도전한다. 오송 참사 책임론이 일면서 지난달 ‘컷오프(경선 배제)’ 통보를 받았으나 재심을 청구한 끝에 최종 경선에 올랐다.

이 시장은 2023년 7월 발생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중대시민재해치사상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검찰은 청주시가 위험 징후를 파악하고도 도로 통제 등 안전 조치를 소홀히 했다고 판단했다. 반면에 이 시장 측은 “당시 시장으로서 법적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고 주장한다. 시장에게 직접적인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시장은 30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 유치, 인프라 확충 등을 실적으로 내세운다.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 빌리지와 창고형 마트 코스트코도 유치했다. 이 시장은 “30년 넘게 이어진 ‘연임 불가’의 고리는 정책의 단절을 가져와 지역 발전을 정체시켰다”며 “투자 유치 등 성과를 바탕으로 청주 미래 100년의 초석을 닦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후보 자리를 두고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 서승우 전 충북도 행정부지사와 이욱희 전 충북도의원이 도전장을 던졌다.

서승우 예비후보는 관료 출신으로 2022~2023년 대통령실 자치행정비서관을 지냈다. 서 후보는 “청주의 안전과 미래를 위해선 중앙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적 자산이 필수적”이라며 ‘청주 특례시 추진’과 ‘스마트 안전도시 구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욱희 예비후보는 청주에 있는 SK하이닉스 직원이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 충북도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40대 기수론’을 앞세워 세대교체를 강조한다. 이 후보는 “청주를 인공지능(AI),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 중심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후보는 29~30일 최종 경선에서 결정된다.

더불어민주당 청주시장 후보로는 이장섭 전 국회의원이 나선다. 16일 최종 경선에서 박완희 청주시의원을 이겼다. 이 전 의원은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보좌관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선임행정관, 충북도 정무부지사, 21대 국회의원(청주 서원) 등을 지냈다. 이 후보는 출마 선언 등을 통해 “현 시정이 청주의 잠재력을 살리지 못하고 시민의 자존심을 실추시켰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국회에서 쌓은 중앙 네트워크와 국정 경험을 바탕으로 청주를 다시 발전 궤도에 올려놓겠다”고 했다.

청주 민심은 신중한 모습이다. 지난달 MBC충북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범석 시장이 17%로 이장섭(8%), 서승우(5%) 등 후보보다 우세했으나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거나 응답하지 않은 사람이 49%에 달했다. 유권자의 절반이 후보를 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 조사는 MBC충북이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실시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선 이처럼 높은 부동층 비율을 두고 “청주시장 선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선거 전문가들은 “청주 시민들이 중앙 정치의 흐름을 좀 더 관찰한 뒤 투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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