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6강 PO] ‘복덩이 꿀벌’ 강지훈과 비상하는 소노, 고양 양봉장의 비행엔 한계가 없다

김채윤 2026. 4. 17.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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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켓코리아=고양/김채윤 기자] “소노라는 벌집을 잘못 건드렸다는 걸 알게 해주겠다.”

지난 10일, 2025~2026 LG전자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손창환 소노 감독이 남긴 출사표는 미디어를 뜨겁게 달궜다.

서울 SK가 정규리그 최종전에서 상대 전적을 따져가며 소노를 ‘선택’했다는 의혹을 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의혹은 잠자던 벌집에 불을 지피기에 충분했다.

선택의 결과는 처참했다. 16일 고양소노아레나에서 펼쳐진 소노의 창단 첫 플레이오프 경기 종료 부저가 울리는 순간 전광판엔 [고양 66-65 서울]이라는 스코어가 찍혔다.

시리즈 전적 3승 무패. 창단 첫 봄 농구에 나선 소노가 정규리그 상위팀 SK를 상대로 단 한 판도 내주지 않고 4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손창환 감독의 말처럼 SK는 벌집을 제대로 건드렸다.

손창환 감독은 경기 후 장내 인터뷰에서 “내가 마치 양봉장 사장이 된 것 같다. 우리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보여드리겠다”라며 함성을 이끌어냈다.

손 감독의 말처럼, 올 시즌 소노의 행보는 꿀벌의 비행을 떠올리게 한다. 생물학적으로 꿀벌은 몸집에 비해 날개가 너무 작아 본래는 날 수 없는 구조라고들 말한다. 올 시즌 초반 잦은 연패에 빠지며 하위권을 전전하던 소노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점친 이가 아무도 없었던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꿀벌은 초당 200회 이상의 치열한 날갯짓으로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하늘을 난다. 소노 역시 5라운드부터 리그 최다인 10연승을 내달리며 불가능해 보였던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고, 4강행 티켓까지 거머쥐는 기적을 일궈냈다. 

이정현(188cm, G)과 케빈 켐바오(195cm, F), 네이던 나이트(202cm, C)로 이어지는 위력적인 삼각편대의 활약도 눈부시지만, 이 기묘하고도 뜨거운 비행의 중심에는 ‘복덩이 루키’ 강지훈(201cm, C)을 빼놓을 수 없다.

강지훈은 연세대 3학년 재학 중 얼리 엔트리로 드래프트에 참가해 1라운드 4순위로 소노 유니폼을 입었다. 다른 시즌이었다면 충분히 신인왕 레이스의 후보 주자로 거론됐을 법하지만, ‘황금 드래프트’로 불린 만큼 쟁쟁한 동기들과 팀 동료 켐바오의 강렬한 존재감에 가려지며 올 시즌 신인왕 레이스에서는 다소 멀어졌다.

그러나 강지훈은 상보다 더 값진 것을 얻었다. 강지훈이 팀에 녹아들기 시작하자 소노의 톱니바퀴도 함께 맞물리기 시작한 것. 팀이 3승 6패로 고전하던 3라운드에서 그는 평균 8.7득점 4.9리바운드로 가능성을 보였고, 4승 5패를 기록한 4라운드에는 평균 22분 57초를 소화하며 10.4득점으로 잠재력을 터뜨렸다.

막내 꿀벌 강지훈의 연착륙과 함께 소노는 5, 6라운드에서 리그 최고의 돌풍을 일으키며 6강에 안착했다. 팬들이 그를 ‘복덩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4강을 확정 지은 뒤 만난 강지훈은 “정말 3대0으로 이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웃음). 형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을 뿐인데 좋은 결과가 있어 다행이다”라고 기뻐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6,200명의 관중이 들어찼다. 소노의 창단 첫 만원관중. 연세대 시절 정기전을 경험했던 강지훈에게도 6,200명이라는 숫자가 주는 위압감은 크게 느껴졌다. 더군다나 그 대부분이 자신과 같은 편에 서있었기에 부담감 역시 남달랐다.

“와 진짜... 정기 연고전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오신 것 같아요(웃음). 제가 여태껏 농구를 하면서 다섯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많이 오신 것 같은데,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응원 열기를 느껴서... 진짜 감사하다는 말로 표현이 안 되는데 감사하다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아요.”

강지훈은 이어 “사실 1차전 때보다 오늘이 더 떨렸다. 신기하게 1쿼터 코너에서 첫 슛을 쏘는데 손끝에서 ‘아 들어갔다’ 하는 확신이 왔다. 2쿼터 3점은 쫓기면서 던졌지만 들어갈 것 같았다. 첫 슛이 일찍 들어가서 긴장이 풀렸다”라고 경기도 돌아봤다.

루키 시즌에 팀의 창단 첫 플레이오프 진출, 그리고 그 큰 경기의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것. 어떤 이에게는 평생 한 번 오지 않을 기회를 잡은 강지훈은 이 모든 게 ‘양봉장 사장’ 손창환 감독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강지훈은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사실 돈 주고도 못 하는 경험이다. 나는 꿀벌이든 말벌이든 상관없다. 감독님이 짜주신 플랜대로 내 몫만 하려고 했다. 2차전 때는 그게 잘 맞아서 활약할 수 있었고, 오늘(3차전)도 기회를 주셔서 정말 소중한 경험치를 쌓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제 소노는 정규리그 우승팀 창원 LG를 상대로 ‘창단 첫 4강 플레이오프’를 치르러 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적지인 창원 역시 ‘농구특별시’라 불릴 만큼 만만치 않은 응원 열기를 자랑하는 곳이다.

강지훈은 ”LG는 SK와 또 다른 팀이다. 준비를 잘 해야한다. 잠실 1차전에서 좋은 경기를 했기 때문에, 감독님이 지시하시는 걸 잘 한다면 창원이라는 적지에서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라며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이제는 당당히 우승 후보를 위협하는 돌풍의 주역으로 우뚝 선 소노. 강지훈과 소노가 써 내려가는 이 기적 같은 비행이 정상의 꽃밭에 닿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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