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랄해 희망이 보인다…파괴서 회복으로 [이규화의 지리각각]
앞 못보는 인간의 어리석음이 빚은 비극
회생의 의지 보여주는 대역사가 진행 중
물고기가 돌아오고 폐쇄됐던 어항도 개항
갈길 멀지만 지구촌 최대 환경복원 사례
북아랄해는 파괴가 아닌 회복을 말한다

죽어가던 아랄해가 부분적으로나마 살아나고 있다.
한때 ‘중앙아시아의 푸른 바다’로 불리던 아랄해는 인류가 남긴 가장 참혹한 환경 파괴의 상징이었다.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사이에 자리한 이 거대한 내륙해는 서쪽으로 약 500㎞ 떨어진 카스피해와 함께 중앙아시아 생태계를 지탱하던 핵심 수자원이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아랄쿰 사막’으로 변해버렸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질 것만 같았던 이 바다에 다시 물이 차오르고 있다. 파괴의 잔해 위에서 회복의 가능성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1960년대 이전 아랄해는 면적이 약 6만8000㎢에 달하는 세계 4위 규모의 내해로, 수십 종의 어류와 풍부한 수산업을 기반으로 주변 경제를 떠받쳤다. 아무다리아강과 시르다리아강이 끊임없이 물을 공급하며 ‘중앙아시아의 젖줄’ 역할을 했고, 항구 도시 아랄스크는 어선들이 드나들며 번성한 어업 항구였다.
그러나 이 균형은 구소련의 대규모 농업 정책으로 무너졌다. ‘화이트 골드’라 불리던 면화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두 강의 물줄기를 대규모 운하로 돌리면서, 아랄해로 유입되던 수량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유입보다 증발이 많은 내륙호의 특성상 이는 곧 재앙으로 이어졌다. 바다는 수십년 만에 수면적의 90%를 잃었다.
바다가 물러난 자리에는 생명이 아닌 소금과 독성 먼지만 남았다. 염분 농도가 치솟으면서 물고기는 사라졌고, 한때 연간 4만 톤에 달하던 어획량 역시 종적을 감췄다. 마른 해저에서는 소금과 농약 잔류물이 뒤섞인 먼지가 바람을 타고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하며 주민들의 호흡기 질환을 유발했고, 농경지마저 황폐화시켰다. 녹슨 채 방치된 어선들이 사막 한가운데 놓인 기괴한 풍경은 인간의 어리석음이 남긴 상흔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같은 비극 속에서도 국제사회와 주변국들은 복원을 위한 시도를 이어왔다. 특히 카자흐스탄은 ‘전체를 살릴 수 없다면 일부라도 살리자’는 현실적 전략 아래 북아랄해 복원에 집중했다.
세계은행과의 협력으로 2005년 완공된 코카랄댐은 전환점이 됐다. 이 댐은 시르다리아강의 물이 남쪽으로 흘러가 증발하는 것을 막고 북쪽에 가두는 역할을 했다. 불과 몇 달 만에 수위를 급격히 끌어올렸다. 세계 언론들은 “희망이 물과 함께 되돌아오고 있다”고 전하며, 실제로 어획량이 회복되고 주민들이 생업을 되찾기 시작한 현장을 찾았다.
세계은행과 공동으로 추진 중인 2단계 프로젝트는 시르다리아강 하구를 정비해 유입량을 늘리고, 아랄스크까지 다시 물을 끌어들이는 일이다. 동시에 사막화된 남아랄해 해저에 염분에 강한 사크사울 나무를 대규모로 식재해 유독성 소금 먼지를 차단하는 ‘녹색 방벽’ 구축도 진행하고 있다. 110만 헥타르 이상의 면적에 방풍 숲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북아랄해의 수위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한때 30m까지 떨어졌던 수위는 현재 42m로 상승했다. 그 핵심이 코카랄 댐 고도화다. 현재 42m인 수위를 45~48m까지 높이기 위해 댐을 보강하거나 제2의 댐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저수량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2년 말 189억㎥였던 저수량이 2025년 말 기준 230억㎥까지 늘어났다.
물이 돌아오자 생태계도 빠르게 반응했다. 민물고기가 다시 서식하기 시작했고, 어업이 재개되면서 지역 경제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 과거 항구 도시였던 아랄스크 인근까지 물이 접근하면서, 주민들은 잃어버렸던 삶의 기반을 조금씩 되찾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향후 로드맵은 단순히 물을 채우는 것을 넘어 경제적 부활을 꿈꾸고 있다.
최근 들어 이러한 변화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타임즈와 국영 통신사 카진포름에 따르면, 정부는 물 문제를 국가 핵심 의제로 격상시키고 ‘물자원관개부’를 신설하는 등 복원 정책을 대폭 강화했다.
물론 아랄해 전체를 과거의 모습으로 완전히 되돌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남아랄해는 여전히 대부분이 사막으로 남아 있고, 기후 변화로 인한 수자원 감소와 산업 구조의 한계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북아랄해의 회생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인간이 저지른 환경 파괴가 완전히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해도, 다시 인간의 의지와 협력을 통해 일부라도 복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북아랄해의 사례는 인간의 선택에 따라 파괴로 갈 수 있고, 회생의 길로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때 죽음의 바다로 불렸던 곳에 다시 물이 흐르고 생명이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가 향할 방향이 어느 쪽인지 분명하게 말해준다. 아랄해의 물줄기는 아직 여리지만, 그 푸르른 윤슬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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