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이 정찰, 로봇이 돌격… 젤렌스키 “무인전투로 빼앗긴 영토 탈환”

파리/원선우 특파원 2026. 4. 17.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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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戰, 보병 없는 ‘무인전쟁’
13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방위 산업 노동자의 날’을 맞아 공개한 영상에서 자국이 개발한 미사일과 무인기 등을 배경으로 연설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이후 처음으로 드론과 지상 로봇 등 무인 플랫폼만으로 러시아군 진지를 탈환했다”며 “인간 보병 투입이나 아군 피해 없이 작전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인간 보병을 투입하지 않고 드론과 로봇으로만 작전을 전개해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탈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러시아 매체들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지난 13일 ‘방위 산업 노동자의 날’ 연설에서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적의 진지를 오직 드론과 로봇 같은 무인 플랫폼으로 탈환했다”며 “인간 보병의 개입과 아군 사상자 없이 (작전을) 완료했다”고 했다.

젤렌스키는 작전 시기와 장소, 규모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으나 외신들은 “전쟁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놨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완전 무인(無人) 전투 단계까지 진입하며 현대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쟁에서 첨단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러시아는 유럽 각지의 우크라이나 드론 생산 공장 ‘좌표’를 공개하며 보복을 경고했다.

◇인간 보병 부대처럼 작전 수행

젤렌스키는 연설에서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군 제3독립공격여단이 무인 드론·로봇 부대를 투입해 러시아군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당시 우크라이나군은 자폭 드론과 로봇 차량을 동원해 하르키우주(州)에 주둔한 러시아군 진지를 공격, 러시아 병사들의 항복을 받아냈다. 이들을 우크라이나 진지까지 호송하는 임무도 모두 드론·로봇이 진행했다. 우크라이나는 2024년부터 지상 로봇을 전투에 투입했다.

젤렌스키가 언급한 무인 작전 체계에 따르면, 드론·로봇 부대는 수색·전투·보급·의무 등 병과를 통합해 인간 보병 부대와 동일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공중 드론이 적 진지를 정찰·탐지해 전장 상황을 파악한다. 자폭 지상 로봇 ‘라텔(벌꿀오소리)’이 적 방어선을 무력화하고, 공병 로봇 ‘테르미트(흰개미)’가 지뢰 제거와 장애물 극복을 완료한다. 이어 기관총 탑재 로봇 ‘리스(스라소니)’와 ‘즈미이(용)’가 화력으로 상대 병력을 제압하는 사이 보급 로봇 ‘볼리아(자유)’가 탄약 등 보급품을 운반하고, 교전 후에는 로봇이 적 부상자를 후송하는 방식으로 전투가 진행된다.

젤렌스키는 “지난 3개월 동안 전선에서 로봇 작전이 2만2000건 진행됐다”며 “가장 위험한 지역에 병사 대신 로봇을 투입해 2만2000명 이상 생명을 구한 셈으로, 첨단 기술이 가장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보호한 사례”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수행한 로봇 작전이 9000건 이상으로 2월에 비해 50% 이상 증가했다고도 밝혔다.

전쟁 이전 4100만명이었던 우크라이나 인구는 현재 사망·피란 등으로 3000만명 안팎으로 줄었다. 군인 평균 나이는 45~47세로 고령화된 상황이다. 인구 1억4300만명인 러시아와 5년째 장기전을 벌이는 우크라이나에게 전투 무인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재래식 참호·고지전의 ‘돌파’ 단계를 드론·로봇에 맡기고, 인간 병사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후방에서 이를 조종해 인명 손실을 줄이는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은 최장 1750㎞ 떨어진 목표물까지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무인 전투, 전쟁 판도 바꿀수도”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무인 전투 기술이 발달하면서 현 전쟁의 판도가 바뀔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사 분석가 이반 스투박은 “우리는 지금 중대한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며 “무인 부대가 향후 대규모 작전으로 더 큰 목표물을 점령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 군사 전문가 유리 페도로프도 “우크라이나는 현재 드론·로봇 전투 방면의 선구적 국가”라며 “러시아가 모방에 나서고 있지만 속도 면에서 우크라이나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고, 자칫 러시아가 전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러시아는 이를 중대한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우크라이나 드론 부품을 생산하는 유럽 내 공장의 좌표를 공개하며 “잠재적 공격 표적”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15일 우크라이나의 드론 생산 기업들이 영국·독일·덴마크·라트비아·리투아니아·네덜란드·폴란드·체코 8국에 지사를 두고 있다며 업체명과 공장 주소, 생산 품목까지 모두 공개했다. 러시아는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드론을 공급하고 있다”며 “이는 유럽의 군사·정치적 상황을 악화시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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