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로봇이 건네는 가장 따뜻한 애도
장한새 연출가와 3번째 연극 협업

“죽음이 무엇입니까?” 안드로이드 장의사 로비스가 묻자 인간이 답한다. “정체를 안다면 두렵지 않겠지.” 인간이 로봇에게 묻는다. “너는 어떻게 인간을 위로할 줄 알지?” 로봇이 답한다. “죽음이 무엇인지 몰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달 4일부터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뼈의 기록’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영안실에서 시신을 염하는 안드로이드 장의사 로비스가 인간의 마지막 순간을 배웅한다. 로비스는 뼈의 굴곡을 더듬으며 ‘아름다움’이란 개념을 익힌다. “아름다움은 뼈와 같습니다. 뼈는 모두가 가지고 있지만 모두 다르며, 존재하지만 볼 수 없다는 불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로비스는 죽음도 아름다움과 비슷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살아 있는 것은 모두 죽음을 맞지만, 그 죽음은 결코 같지 않다. 죽음은 도처에 존재하지만, 죽음 그 자체는 볼 수 없다.
단출하지만 응집력 있는 작품이다. 관 모양을 본뜬 무대에는 별다른 장식이 없다. 출연 배우는 단 두 명. 로비스 역에는 강기둥·장석환·이현우가 트리플 캐스팅됐고, 모미·무영 등을 비롯해 영안실을 찾는 인간 역할은 정운선·강해진이 돌아가며 맡는다. 조명 사용도 제한적이다. 적막이 감도는 무대는 대체로 까맣거나 하얗다. 절제된 연출 덕에 대사에 무게가 실린다. 장한새 연출은 두 배우가 주고받은 대사로 켜켜이 쌓아올린 감정을 딱 필요한 만큼만, 기술적으로 터뜨릴 줄 안다.

인기 SF 작가 천선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장한새 연출은 앞서 천선란의 소설 ‘천 개의 파랑’ ‘밤에 찾아오는 구원자’를 각색해 무대에 올렸다. 벌써 세 번째 협업이다. 지난 8일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에서 장한새는 “천선란 작가의 소설은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땅에 발을 붙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그 점이 위로를 준다”고 했다. 천선란은 “인간은 죽음 앞에서 냉정해질 수 없지만, 그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로봇이라면 어떨까 생각하며 쓴 소설”이라고 했다. 공연은 다음 달 10일까지. 5만~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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