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 벨트’가 사라졌다… UFC서 ‘저주 받은 체급’

김동현 기자 2026. 4. 17.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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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울버그(뉴질랜드)와 이리 프로하츠카(체코)의 UFC 라이트헤비급(93㎏) 챔피언 결정전을 앞두고 지난 12일 챔피언 벨트가 전시돼 있다. 격투기계에선 ‘저주받은 벨트’로 화제가 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이 챔피언 벨트는 저주받았다.”(UFC 18대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자마할 힐)

지난 12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캐세야 센터에서 열린 종합격투기 UFC 라이트헤비급(93㎏) 타이틀전. 뉴질랜드 킥복싱 강자 카를로스 울버그가 챔피언 출신 이리 프로하츠카(체코)를 상대로 1라운드 3분 45초 만에 극적인 왼손 카운터 훅을 적중시키며 KO 승리를 거뒀다. 경기 초반 백스텝을 헛디뎌 무릎을 다친 울버그가 빈틈을 노리고 돌진하던 전(前) 챔피언을 단 한 번의 펀치로 무너뜨린 짜릿한 역전극이었다. 이 한 방으로 프로하츠카는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고, 울버그는 옥타곤 철조망을 두드리며 관중석을 향해 포효했다.

4월 11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카세야 센터에서 열린 UFC 327 대회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십 경기에서 뉴질랜드의 카를로스 울버그가 체코의 지리 프로차즈카를 상대로 KO 승리를 거둔 후 기뻐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

하지만 영광의 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두르고 의기양양하게 경기장을 나선 울버그는 불과 하루 만에 벨트를 분실하는 황당한 사고를 겪었다. 승리를 자축하기 위해 찾은 나이트클럽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는 15일 폭스스포츠 인터뷰에서 “처음엔 술을 안 마시려고 했지만, 누군가가 축하한다며 샴페인을 건넸고 그러다 보니 계속 마셨다”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벨트는 내 곁에 없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설상가상으로 울버그가 이날 경기 중 입은 무릎 부상은 전방 십자인대 파열로 추정되는 상황. 미 격투기 전문 매체 MMA마니아에 따르면, 울버그는 조만간 병원을 찾아 정밀 검사를 받을 예정으로, 최악의 경우 1년 이상 재활에 매진해야 한다. UFC는 과거 챔피언이 장기 부상으로 방어전을 치르지 못할 경우 타이틀을 박탈한 전례가 있어, 그의 챔피언 유지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2010년대 종합격투기 ‘전설’ 존 존스(은퇴·미국)의 타이틀 통산 11회 방어라는 기록적인 활약으로 UFC 최고의 흥행 카드로 부상했던 라이트헤비급이 “저주받은 체급”이라는 오명에 시달리고 있다. 울버그뿐 아니라 최근 이 체급을 석권한 파이터들이 줄줄이 예기치 못한 부상이나 외부 요인으로 타이틀을 내려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픽=이진영

라이트헤비급의 잔혹사는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2년 UFC 입성 단 2년 만에 체코 출신 최초의 챔피언에 올랐던 프로하츠카는 그해 11월, 첫 방어전을 한 달 앞두고 어깨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그는 방어전을 미루는 대신 타이틀을 자진 반납하며 팬들의 찬사를 받았으나, 비극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프로하츠카의 뒤를 이어 2023년 1월 새로운 챔피언에 오른 자마할 힐(미국) 역시 6개월 뒤 농구를 하다가 아킬레스건이 끊어져 허무하게 벨트를 반납했다.

이후 킥복싱계를 평정하고 UFC에 입성한 알렉스 페레이라(브라질)가 힐의 빈자리를 꿰차고 타이틀을 연달아 방어하며 혼란을 수습하는 듯했다. 지난해 3월 마고메드 안칼라예프(러시아)에게 판정패를 당해 챔피언에서 내려오기도 했지만, 7개월 만에 재대결에서 1라운드 1분 20초 만에 TKO승을 거두며 곧바로 벨트를 탈환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페레이라의 시대도 지난 2월 그가 돌연 상위 체급인 헤비급 진출을 선언하며 막을 내렸다. 6월 15일 미 백악관에서 열리는 UFC 대회에서 시릴 간(프랑스)과 헤비급 빅 매치를 치르기 위해 또 한 번 라이트헤비급 벨트를 스스로 내려놓은 것이다.

페레이라의 체급 변경으로 다시 주인을 잃은 챔피언 벨트가 울버그에게 돌아갔지만, 새 챔피언이 치명적인 부상과 벨트 분실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사고에 휩싸이면서 라이트헤비급의 앞날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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