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채소 따지면서 왜 ‘유기농 콘텐츠’ 안 찾나
앨런 핀켈 前 호주 수석 과학자

“채소는 유기농을 찾으면서, 왜 콘텐츠는 유기농(인간 제작)인지 묻지 않습니까?”
앨런 핀켈(Finkel) 전 호주 수석 과학자이자 23퍼스트코퍼레이션 설립자는 최근 본지 화상 인터뷰에서 AI(인공지능) 시대 콘텐츠 출처 표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식품에는 호주산이든 한국산이든 유기농이든 인증 마크를 붙인다”며 “유기농에 관심 있는 사람은 웃돈을 줘서라도 살 것이고, 관심 없는 사람은 안 사면 그만이다. 콘텐츠 역시 같은 논리로 인간 제작인지, 혹은 AI 제작인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인간만이 가진 23쌍의 염색체에서 이름을 딴 23퍼스트코퍼레이션은 인간이 제작한 콘텐츠라는 것을 증명하는 표식을 발급하는 ‘자랑스러운 인간(Proudly Human)’ 인증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핀켈 박사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호주 국가 에너지 정책 등을 총괄한 호주 수석 과학자였다. 호주 정부의 최고 과학 자문역으로 총리와 과학부 장관 등에게 직접 과학 기술 관련 조언을 하고, 코로나 사태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이나 에너지 정책 같은 미래 전략이 필요할 때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 호주 모내시대 총장과 호주과학기술공학원(ATSE) 원장을 지내며 과학과 정치를 잇는 가교 역할도 해왔다.
평생을 기술 개발 최전선에서 보낸 그가 ‘AI 경계론’을 들고 나온 이유는 인간 창의력 말살 위기감 때문이다. 핀켈 박사는 “공학은 그 어느 분야보다 문제의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 필요한 창의력을 요구하는 분야인데 AI가 인간의 창의력을 갉아먹으면 공학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가 내놓은 ‘AI 슬롭(찌꺼기)’ 범람의 해결책은 저질 AI 콘텐츠 색출이 아닌 인간 콘텐츠 인증이다. 그는 “이미 수천 번의 수정 과정을 거치는 콘텐츠에서 AI 흔적을 찾아내거나 워터마크를 강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인간 스스로 진짜 인간이 만들었다는 인증 표식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23퍼스트코퍼레이션의 ‘자랑스러운 인간’ 인증 과정은 총 5단계다. 신원 확인을 거치고 AI 사용 한도 준수 서약, 복수의 AI 탐지기를 통한 교차 검증, 사후 검증 등을 통과해야 인간 인증 마크를 달 수 있다. 현재 도서 인증부터 시작해 음악과 사진·영상 등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핀켈 박사는 콘텐츠의 가치는 단순히 결과물의 품질이 아니라, 인간만이 가진 고유한 기원(Provenance)의 값이라고 했다. AI가 인간의 스타일을 복제할 순 있어도, 인간이 삶에서 겪는 고통과 기쁨의 서사를 창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호주에서 원주민이 만든 예술품을 살 때, 그 작가의 삶과 철학이 담긴 편지(Letter)가 없다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며 “AI가 피카소보다 훌륭한 그림을 그려도, 거기엔 인간의 진정성이나 스토리가 빠져 있다. 그런 작품엔 40달러를 낼 가치도 없다”고 말했다.
핀켈 박사는 자신은 ‘AI 반대주의자(Anti-AI)’가 아니라 ‘친(親) 인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AI가 병원에서 의사의 엑스레이 판독을 돕거나, 로봇이 집안일을 돕는 것은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하는 일”이라며 “그러나 그것을 원치 않는 사람들을 위한 알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 규제에 대해서도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의약품 규제처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약에는 부작용이 있지만, 부작용만 무서워하면 신약을 얻을 수 없다”며 “AI 보호와 촉진이 동시에 가야 한다. AI가 인간을 해치면 안 된다는 내용 등이 담긴 ‘AI 3원칙’ 같은 윤리 가이드라인이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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