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부담 무게 100㎏라면 행복은 최소 1000㎏예요”
[아이들이 바꾼 우리] 권다솔·백영걸 부부

현관문이 열리자, 안에 있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15층 아파트 복도 전체로 울려 퍼졌다. 15일 저녁 경기 구리시의 한 아파트에서 세쌍둥이 시언(4·아들)·다은(4·딸)·다혜(4·딸)가 엄마 권다솔(34)씨와 아빠 백영걸(39)씨에게 업히거나 매달리면서 깔깔대고 있었다. 삼 남매는 퇴근해 거실 소파에서 쉬고 있는 엄마의 다리에 서로 올라가 앉으려고 쟁탈을 벌이기도 했다. 시언이가 엄마 다리를 차지하고 내려오지 않자, 막내인 다혜가 토라져 뚱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엄마를 등졌다. 순간 아빠가 다혜를 번쩍 들어 무릎에 앉히자, 다혜 표정이 풀렸다.
엄마 권씨는 사회복지사다. 회사원인 남편 백씨는 현재 육아 휴직(1년) 중이다. 부부는 시험관 시술을 통해 2021년 세쌍둥이를 임신했다. “기다리던 임신 소식이라 너무 기뻤지만, 세쌍둥이가 모두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다”고 했다. 세쌍둥이 임신은 조산 등의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임신’으로 통한다. 백씨는 “주변에선 아내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태아 하나를 줄이는) 선택적 유산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내 권씨는 병원 초음파 검사로 세 아이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듣고 나서부터는 세쌍둥이 중 한 명도 포기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2022년 5월 4일 오전 10시 26분, 아들 시언이가 세상으로 나왔다. 이후 1분 간격으로 다은이와 다혜가 태어났다. 권씨는 “세 아이가 모두 무사히 태어나 우는 걸 보고 안도감에 수술대에 누운 채로 펑펑 울었다”고 했다.
권씨 부부의 ‘정신 없는 하루’는 새벽 6시에 시작된다. 권씨가 출근 준비를 할 동안 남편 백씨는 아이들 유치원 가방을 싸고 아침을 차린다. 아침 7시에 아이들을 깨운다. 권씨는 아이들 아침을 먹이다가 집을 나서 서울 송파구 직장으로 출근한다. 이때부터 세쌍둥이의 식사, 양치, 세수, 머리 땋기와 옷 입히기는 남편 백씨와 친정 어머니가 맡는다. 백씨는 “아침 8시 10분에 유치원 통학 버스가 아파트 정문으로 온다”며 “아이들과 어떤 옷을 입을지 실랑이를 벌이면 정말 시간에 쫓기게 된다”고 했다.
백씨는 오후 3시 30분이 다가오면 집에 있는 분홍색 킥보드 3대를 양손에 들고 아파트 정문으로 가서 하원하는 아이들을 기다린다. 세쌍둥이는 바로 킥보드를 타고 아파트 단지 곳곳을 누비고, 백씨는 아이들을 쫓아 뛰어다닌다. 아내 권씨는 저녁 7시 30분쯤 귀가한다.
권씨는 “세쌍둥이 육아는 여전히 호락호락하지 않다”며 “출산 직후 혼자 육아를 할 땐 아이들이 울면 한 명은 업고, 또 한 명은 안았는데도 여전히 한 명이 남아 쩔쩔매다가 제가 주저앉아 울 때도 많았다”고 했다.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했던 시언이는 생후 100일 만에 심장 수술을 받았다. 백씨는 “의사 선생님이 ‘아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했다”며 “다행히 수술이 잘 끝나 지금은 우리 집 최고 개구쟁이가 됐다”고 했다. 이들 부부는 “세쌍둥이를 낳지 않았으면 어쩔 뻔 했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했다. 권씨는 “제가 표정이 안 좋으면 아이들이 슬며시 와서 뽀뽀도 해주고 등도 토닥여준다”며 “시언이는 ‘엄마 힘들지?’라면서 제 손과 발 여기저기에 반창고를 붙여준다(웃음)”고 했다.
남편 백씨는 작년 11월부터 6개월째 육아 휴직 중이다. 그동안 그는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서울의 직장으로 출근했고, 아이들이 잠자리에 든 뒤 집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백씨는 “주말에 아이들과 놀려고 하면 ‘아빠 저리 가’라며 피하더라”며 “제가 밥 먹여주는 것도, 옷 입혀주는 것도 싫어하는 걸 보고 지금이 아이들과 친해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휴직계를 냈다”고 했다. 그는 “요즘은 아이들에게 공룡 책도 읽어주고 같이 숨바꼭질도 할 정도로 친해졌다”며 “예전 상태로 아이들이 자랐다면 날 ‘돈 버는 사람’으로만 생각했을 것 같다”고 했다. 시언이는 “아빠가 집에 있으니 재밌다”고 했고, 다은이는 “아빠랑 놀아서 좋다”고 했다.
아내 권씨는 “엄마가 눈치 보지 않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좋겠다”며 “월급은 적게 받더라도 아이가 어느 정도 클 때까진 엄마가 오전에만 일하는 등의 단축 근무를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요즘 젊은 층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가 뭐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다들 고단해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예전에는 열심히 일해서 적금 붓고 하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나”라며 “저희만 해도 다자녀 (아파트) 청약이 있지만 당첨이 된다 해도 높은 분양가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부부는 “(출산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아이를 낳아 기르는 건 해볼 만한 일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아내 권씨는 “세쌍둥이 육아 부담의 무게가 100㎏이라면, 행복의 무게는 최소 1000㎏”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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