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사태가 세계 각국 재정 건전성 해칠 것”

김승현 기자 2026. 4. 17.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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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재정 모니터’ 보고서

국제통화기금(IMF)이 중동 사태에 따른 재정 지출 압박과 금리 등 차입 비용 상승 등으로 세계 각국의 재정 건전성이 구조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나랏빚이 많은 영국·이탈리아·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에선 중동 전쟁 이후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IMF는 한국에 대해선 “부채 비율의 상당한 증가(significant increases)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韓 일반정부 부채 비율 2031년 63.1%

16일 IMF와 기획예산처 등에 따르면, IMF는 전날 발표한 ‘재정 모니터’ 보고서에서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올해 54.4%에서 2029년 60.1%, 2031년 63.1%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반정부 부채는 국가 채무에 비영리 공공기관의 부채를 합친 것으로 국가 간 비교에 활용된다. IMF는 4월, 10월 등 1년에 두 차례 재정 모니터를 낸다.

IMF는 보고서에서 한국에 대해선 벨기에와 더불어 “부채 비율의 상당한 증가(significant increases)가 예상된다”고 콕 짚어서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망은 지난해 10월 전망보다 시기별로 2.3∼2.6%포인트씩 낮춘 수치다. 기존 전망에는 2028년 이 비율이 60%를 넘기고, 2030년 64.3%에 달할 것이라 봤다. IMF가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우리나라의 명목 성장률을 지난해와 올해 모두 2배쯤 높이면서, 부채 비율의 분모인 GDP가 커져 부채 비율은 줄어든 것이다.

IMF는 전 세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올해 95.3%에서 2029년 100.1%로 상승해 100%를 넘길 것으로 봤다. 이는 지난해 4월 전망치(2029년 98.9%)보다 오른 것이다.

◇IMF 경고 현실화한 유럽 선진국들

IMF가 경고한 차입 비용 상승에 따른 재정 악화는 이미 유럽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가 유럽 국채 시장에서 문제아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세 나라를 재정 취약국으로 묶고 영어명 앞 철자를 따서 ‘BIFs’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한다.

지난 14일 영국은 10년물 국채를 연 4.9% 넘는 금리를 약속하고 발행해야 했다. 2008년 이후 최고치다. 영국과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중동 전쟁이 터진 이후 최소 0.5%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프랑스도 0.46%포인트 올랐다. 영국(103.6%), 이탈리아(138.4%), 프랑스(118.4%) 등은 모두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다. 이 비율이 64.6%에 불과한 독일의 금리 상승 폭이 0.39%포인트에 그친 것과 대비된다. 다만 시장 금리에는 부채 비율 외에도 국채 발행 규모, 수요 등도 반영된다.

영국 자산운용사 트웬티포 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 고든 섀넌은 “이미 부채 비율이 높은 상황에서 추가 지출이 필요해지면 재정 압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IMF “중기 부채 관리 전략, 명확히 해야”

IMF는 보고서에서 향후 세계 각국의 재정 악화를 초래할 주요 위험 요인으로 중동 전쟁에 따른 지출 압박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비효율적 자원 배분, 인공지능(AI) 투자 감소로 인한 금융 리스크, 인구 구조 변화 등을 꼽았다.

IMF는 “재정 지속 가능성을 위해 중기 부채 관리 전략을 명확히 설정하고, 효과가 불분명한 지출은 줄이고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공공 투자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중동 사태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범위를 제한하고 한시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또한 재정 계획에 대한 투명한 평가와 공개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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