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력 안 통했다’…전남·광주 민심 선택은 '새 변화'

정성현 기자 2026. 4.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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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민주당 통합시장 선거
민형배 승리 요인 ‘친명·역선택’
‘통합 주도’ 강기정·김영록 탈락
“기성 정치 향한 유권자들 일침”
쪽부터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 이정락 광주전남정치개혁연대 대표. 전남일보 DB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특별시장 후보 결선에서 민형배 국회의원이 김영록 전남지사를 제치고 승리했다. 통합을 앞세운 광주·전남 현역단체장들이 줄줄이 탈락하면서, 통합에 대한 시민 설득 부족, 조직·연대 중심의 기존 정치 공식이 더는 통하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보는 공진성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 이정락 광주전남정치개혁연대 대표 등 전문가 분석을 통해 이번 경선을 짚어봤다.

통합의 역설…왜 주도자 아닌 민형배였나
이번 경선에서는 통합을 전면에 내세운 주자들이 오히려 선택받지 못했다. 관련 논의를 주도해온 인물들이 잇따라 탈락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기우식 사무처장은 통합 추진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초기에는 단계적 연합 방식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지만, 통합이 급격히 추진되는 과정에서 시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며 "기존 주자들이 '일방 추진' 이미지를 안게 된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진성 교수는 구조적 요인을 짚었다. 그는 "광주는 변화 요구가 강한 반면 전남은 22개 시·군 체제로 불만이 분산된 구조"라며 "통합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김영록 지사의 전남 기반 경쟁력이 확장되지 못했고, 강기정 광주시장도 초반 민심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공 교수는 이번 결과를 뚜렷한 대세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형성된 흐름으로도 해석했다. 그는 "민형배 후보의 승리는 강한 지지의 분출이라기보다 초반 1위 흐름을 끝까지 유지한 측면이 크다"며 "과반을 얻지 못한 점에서도 압도적 승리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정락 대표는 정치권 연대 구도가 민심과 엇갈렸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체 후보군이 김영록 후보 쪽으로 집결하는 양상이었지만 결과는 달랐다"고 말했다.

무너진 '조직 셈법'…왜 유리한 쪽이 졌나
이번 경선의 핵심 변수는 '조직 셈법의 붕괴'였다. 20만 전남 권리당원 규모와 현직 프리미엄, 기성 정치권의 지지 결집 등을 고려하면 김영록 지사가 유리하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이정락 대표는 "광주는 권리당원이 약 11만명인데, 김 후보 측은 여기서 6대4로만 밀려도 전남 표로 뒤집을 수 있다고 본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그 계산이 맞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이 주요 변수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당원과 시·도민이 각자의 판단으로 의사를 표명한 선거"라고 덧붙였다.

김영록 지사를 둘러싼 변수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최근 여수 해양박람회 논란과 타운홀미팅 이후 실망감 등이 행정 능력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우식 사무처장은 "과거처럼 조직 동원으로 표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유권자 개개인의 판단이 작동하는 흐름이 강해졌다"며 "정치권의 셈법과 시민 판단 사이 간극이 드러난 결과"라고 봤다.

공진성 교수는 과열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민형배 후보의 지지세가 크게 확장됐다기보다 1위 흐름을 유지한 측면이 크다"며 "전체적으로는 '어부지리' 성격이 일부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새 물결'의 실체…유권자는 무엇을 바꿨나
이번 결과를 두고 전문가들은 단순한 인물 교체를 넘어 정치 문법의 변화로 해석하고 있다.

기우식 사무처장은 "이제는 유권자가 정치권의 계산을 따르는 구조가 아니라 스스로 판단해 선택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며 "시민이 정치의 방향을 정하고 이를 수행할 대표를 고르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진성 교수는 민형배 의원의 정치적 포지셔닝도 변수로 꼽았다. 그는 "민형배 후보가 호남에서 가장 먼저 '친명'을 자처하며 정치적 위치를 선점한 점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정락 대표는 개인의 행정 경험을 주목했다. 그는 "광산구청장 시절 주변에서 '일은 잘한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규모는 다르지만 행정 역량에 대한 기대가 일정 부분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경선은 조직과 연대 중심 정치가 절대 변수로 작동하지 않는 흐름을 보여줬다. 통합 추진 과정에 대한 부담, 조직 셈법의 한계, 유권자 개별 판단이 맞물리며 결과가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민형배 의원의 승리는 강한 대세론의 결과라기보다 기존 정치 질서가 흔들리는 과정에서 나타난 민심 이동에 가깝다"며 "본선에서는 투표율과 득표율을 통해 이 흐름이 실제 지지 확장으로 이어질지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