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니어 머니’ 4600조… 유언 쓰기로 상속 전쟁 비극 막아야

2026. 4. 16.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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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이들이 축적한 막대한 규모의 자산이 다음 세대로 이전되는 '대(大)상속 시대'가 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60대 이상 고령층이 보유한 자산, 이른바 '시니어 머니(senior money)'는 지난해 기준 4600조 원에 이른다.

지나친 형식주의를 완화하고 유언장 작성과 등록, 보관을 공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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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이들이 축적한 막대한 규모의 자산이 다음 세대로 이전되는 ‘대(大)상속 시대’가 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60대 이상 고령층이 보유한 자산, 이른바 ‘시니어 머니(senior money)’는 지난해 기준 4600조 원에 이른다. 하지만 거대한 부의 이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준비는 턱없이 미흡하다. 자신의 재산을 어떻게 처분할지 미리 정해두는 유언장을 작성하는 비율은 채 1%가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된다.

‘노 윌(No Will·유언장 없는 죽음)’의 대가는 참담하다. 준비 없는 이별은 곧장 가족 간 법정 다툼으로 이어진다. 유산 분배에 불만을 품고 굴착기로 집을 부수거나 가족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는 등의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법원에 따르면 상속재산 분할 사건은 2014년 771건에서 2024년 3075건으로 크게 늘었는데, 이 중 10건 중 8건 이상이 1억 원 이하 재산이 대상이었다. 상속 분쟁은 이제 부유층만이 아닌 대부분 가정이 마주하게 될 생활 문제가 됐다.

분쟁을 예방할 수 있는 유언장 작성이 저조한 데는 죽음에 대해 언급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하는 문화의 영향이 크다. 법정 상속 비율대로 나누면 공평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도 분쟁을 키운다. 부모를 주로 부양한 자녀의 기여도나 특정 자녀에 대한 사전 증여 등 가정마다 사정이 복잡한데 법정 비율의 잣대만 들이대면 억울한 쪽이 생기고 갈등이 폭발할 수 있다.

까다로운 법적 요건도 걸림돌이다. 민법상 자필 유언장이 효력을 인정받으려면 내용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직접 쓰고 도장이나 지장을 찍어야 한다. 이 중 일부가 누락되거나 도장 대신 서명을 했다는 이유로 유언장 전체가 무효가 되어 소송전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선 유언의 방식을 유연하게 인정하고 디지털 유언장까지 도입하는 추세다. 지나친 형식주의를 완화하고 유언장 작성과 등록, 보관을 공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유언을 남기는 것은 남은 가족들에게 분란의 불씨를 물려주지 않는 확실한 예방책이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가족에게 남기고 싶은 당부를 전하는 숭고한 과정이기도 하다. 생애를 반추하는 과정에서 사후에 재산의 일부를 사회에 나누는 ‘유산 기부’에 대한 관심도 커질 수 있다. ‘웰다잉(well-dying)’ 차원에서 유언장 쓰기를 자연스럽고 필수적인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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