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어재단 韓中 전략대화]“동북아 협력 메카니즘 만들자”
대화와 협의를 통한 현안 해결 원칙 재확인
북핵, 한·중·미 등 관계국이 지속 관리해야
韓, 관계의 경색이 감정 대립으로 구조화 돼
中, 다자주의와 포용적 협력 통해 대립 완화
대화가 관계 안정적 관리와 협력 확대 기여

한국과 중국의 전직 고위 관료와 학자들이 한중관계와 한반도 및 동아시아 안보 과제를 심층 논의하는 ‘2026 한중 고위 전략대화’가 16일 중국 심천(深圳)에서 출범식을 갖고 첫 포럼을 열었다.
한국 니어재단(이사장 정덕구 전 산업부장관)과 중국 칭화대 국제전략발전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이번 대화 테이블에서는 한중 양국 간 “대화와 협의를 통한 현안 해결의 원칙을 재확인하며 동북아 협력 메커니즘 구축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아울러 “제한적 충돌 가능성이 상시화 되는 한반도에서 북핵은 중국, 한국, 미국 등 관계국들이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과제”라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
한국 측에서는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윤병세 전 외교부장관(서울국제법연구원 이사장),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니어재단 부이사장), 이근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전 국가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문흥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참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리쳉 홍콩대 정책학부 교수(현대중국세계연구센터 창립소장), 야우 에드워드 전 홍콩 상무경제발전국 장관, 후웨이싱 마카오대 사회과학대학장, 리난 중국사회과학원 미국학연구소 전략연구부 부부장, 저우보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 선임연구원(전 중국 국방부 국제안보협력실 처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대화는 ▲미중 전략전쟁과 동북아에 미치는 영향 ▲한중 전략적 협력관계 강화: 성과, 교훈 및 향후 발전 방향 ▲동아시아 안보의 주요 전략적 과제 및 기회 등 세 가지 주제의 세 세션으로 진행됐다.
발언자의 신원을 비공개로 하는 ‘한중 고위 전략대화’의 원칙(채텀하우스 룰)에 따라 양국 참석자들은 각각 공동의 입장을 밝혔다.
한국 측은 우선 한중 관계의 복원과 안정적 발전의 필요성을 대화 모두에 제기했다. 한국 측은 “2017년 사드사태 이후 한중관계는 냉기류가 형성되었으며, 하루빨리 상호존중을 바탕으로 한 상호 보완적 생존 관계를 회복해 사드 이전의 관계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 관계의 경색이 정부 차원의 외교·안보 갈등을 넘어 양국 국민 간 감정 대립으로 구조화되고 있는 점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과거 갈등을 완충하던 민간교류와 경제협력의 조절 기능이 약화되고 있는 현상을 주목했다. 그 배경에 “민족주의적 요소가 상호 불신과 적대감을 확대·재생산하는 구조가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양국은 비우호적 정서의 관리, 국민정서 악화 방지 노력, 역사·문화 갈등의 정치화 방지, 인문·문화 교류의 강화 등을 통해 안정적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 원칙이 준수돼야 함을 강조했다. 학계와 민간 차원의 다양한 수준의 대화 채널을 유지하고 확대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한국 측은 북핵 문제의 위기화 방지를 위한 공동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 된 현 상황이 동북아의 안정뿐만 아니라 한중의 국익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음을 환기했다.
한국 대표단은 “북한이 핵무장을 체제의 문제로 내재화했기 때문에 핵 문턱 아래에서의 제한적 충돌과 위기 고조 가능성이 상시화되는 ‘위기안정성 취약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며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핵 보유가 과연 중국의 국가 이익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반도 안보의 핵심 과제는 단순한 비핵화 노력 복원을 넘어 억지와 위기관리의 병행을 통해 우발적 충돌과 급속 확전을 방지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AI 군사기술의 발전이 북핵 문제와 결합될 경우 비대칭적 도발 수단으로 활용돼 위기를 더욱 부채질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반도 안정을 위한 한중 협력 방안으로서 ▲긴장고조 시 자제 메시지 발신 ▲오판방지 소통 ▲위기관리채널 유지 및 복원 ▲한중 군사채널 구축 등을 통한 최소한의 안정 협력(minimum stability cooperation)을 추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입장을 제시했다.
한국 측은 산업·기술 협력 확대를 통한 보완적 관계를 심화시킬 것을 제안했다. 한중 간 산업·경제 관계가 보완적 구조에서 협력과 경쟁이 동시에 심화되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점을 주시하고, 혁신 생태계와 제조 역량을 결합한 중요한 협력 파트너로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중 전략경쟁과 국제질서 변화에 대한 인식과 대응 방향에 대해서도 한국 측은 의견을 개진했다.
미중관계는 탈냉전시대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의 향방을 둘러싼 장기적 전략경쟁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동북아는 그 핵심 접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같은 환경 아래서 한중 양국은 협력·경쟁·갈등(3C)을 구분한 전략적 관리, 동맹과 전략적 협력 관계의 병행, 사안별 리스크 관리, 통합적 대응 전략을 통해 동북아 전략 환경의 안정을 꾀해야 함을 제시했다.
한국 대표단은 동북아에서의 전쟁 방지와 전략적 협력 필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동북아에서 어떤 경우에도 전쟁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부각했다.
한국 대표단은 “우크라이나전쟁과 이란전쟁과 같이 전쟁은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급격히 확대하고 지역 분쟁을 넘어 글로벌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한중은 동북아에서 전쟁 발발을 막기 위해 공동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 달 중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이 동북아 평화와 협력 확대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중국 대표단은 “현재 국제 체제가 격동과 변화의 국면에 놓여 있다”며 “한·중 양국이 동북아의 주요 국가로서 지역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며 상호 신뢰를 증진하고, 다자주의와 포용적 협력을 고수함으로써 동북아가 대립과 갈등에 빠지는 것을 함께 방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한중 양국이 지역 안보 분야에서의 대화와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 국가들이 주도하는 동북아 협력 메카니즘 구축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 측은 향후 양국 간 협력이 원칙적 합의 수준에 그치지 말고, 디지털 경제, 인공지능(AI), 실버 경제, 과학기술 혁신 등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한중 관계가 과거의 있었던 일을 잊고 옛날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기를 중국정부는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국 대표단은 북핵 문제는 결국 중국, 미국 등 관계국들이 관리하고 그것이 도발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누구보다도 그 일원으로 참여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국 대표단은 이번 전략 대화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와 미래지향적 협력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데 의견일치를 보였다. 한중 양국 대표단은 제2차 한중 고위 전략대화를 오는 10월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가 한 일 맞아” 교토 초등생 살해 ‘시체 유기’…범인은 37세 계부였다
- 이번엔 ‘예수 품에 안긴 트럼프’…“신께서 트럼프 카드 꺼내신 듯”
- 트럼프·시진핑 오른 ‘타임 100’, 블랙핑크 제니 등장…한국계 미국인도 눈길
- “구릿값 올라 떼다 팔았다” 전국 교량 이름판 훔친 30대…“복구 비용 수억원”
- 만취 상태로 오토바이 탄 10대…욕설하며 음주단속 경찰관에 흉기 휘둘러
- 20대 여성 집 침입 성폭행 시도한 50대男…“강간 계획한 것 아니다”
- [속보] 이번엔 중학교서…학생이 교사 밀쳐 뇌진탕, 출석정지 조치
- 20년 만에 ‘응애’ 아기 울음소리 울려퍼진 이 마을…“백일잔치 준비 한 뜻”
- 5명 숨진 고속도로 블랙아이스 참사…‘제설 대응 미흡’ 도공 직원 2명 송치
- ‘늑구’ 또 놓쳤다…드론 띄웠지만 “위치 확인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