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7월부터 ‘송곳 심사’

‘경제적 동일체’ 인식 땐 대상에
모회사 기존 주주 동의 명문화
“기존 중복상장 해소 대책 필요”
“획일 규제 아닌 시점별 따져야”
의견 수렴해 최종안 도출하기로
금융당국이 이르면 7월부터 사실상 동일한 기업으로 볼 수 있는 계열사의 중복상장 여부를 엄격히 심사한다. 자회사 상장 전에 모회사가 기존 주주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절차도 명문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주들 사이에 논란이 커진 자회사의 중복상장 시도에 ‘현미경 심사’ 방침을 꺼낸 것이다.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는 16일 ‘중복상장 제도개선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 세미나’에서 중복상장 제도 개선의 구체적인 심사 기준과 적용 범위안을 발표했다. 금융위가 지난달 ‘중복상장 원칙 금지·예외허용’ 기조를 발표한 이후 나온 후속 조치다.
상장 예비 심사에 적용되는 질적 심사 기준 및 상장세칙에 ‘중복상장 특례’를 마련해 해당 대상과 기준을 규정하기로 했다. ‘경제적 동일체’로 인식되는 종속회사를 별도 상장하려 할 때 중복상장 심사를 받도록 할 방침이다. 연결재무제표의 연결 대상 종속회사이거나, 동일 기업집단의 계열회사로 수직적 지배관계인 경우가 해당된다.
물적·인적 분할 자회사 상장뿐 아니라 설립 또는 인수한 자회사 상장도 심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심사 기준은 크게 영업 독립성과 경영 독립성, 투자자 보호로 나뉘며 이 중 하나라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할 수 없다.
그동안 한국 자본시장에서 중복상장은 지배주주가 추가 출자 없이 자회사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지배주주는 지배력을 유지하며 기업집단을 확장하지만 모회사 일반 주주는 자회사 상장으로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2024년 기준 IBK투자증권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중복상장 비율은 18.43%로 일본(4.38%), 대만(3.18%), 미국(0.35%)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날 발제를 맡은 나현승 고려대 교수가 2000년부터 2024년까지 중복상장 사례를 실증분석한 자료를 보면, 자회사의 IPO 6개월 뒤 모회사의 평균 주가는 10.81% 하락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중복상장은 일반 주주의 이익을 구조적으로 희생시키는 메커니즘”이라며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도 반드시 모회사 일반 주주 과반의 동의를 얻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규 금지뿐 아니라 기존 중복상장 해소를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중복상장 여부를 획일적으로 규제하기보다 기업 분할, 상장과 상장 이후 관리 단계에 이르기까지 시점별로 기업의 설명 책임을 부과해 시장의 자율적 교정 기능을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상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은 “벤처투자 회수 수단 중 IPO가 절반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복상장 규제는 벤처투자 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저해한다”며 예외 기준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금융위와 거래소는 이날 의견을 반영해 오는 6월까지 개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7월부터 새로운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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