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여온 중국 ‘미·이란 협상 국면’ 광폭 외교로 영향력 과시
이란 압박하며 미국 비판…트럼프 견제 맞서 국가 안보 조치 강화
미국과 이란이 2차 대면 종전 회담을 추진하는 와중에 중국이 광폭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이란 압박에 동참하는 한편 미국도 비판하면서 향후 미·중 정상회담 이후까지 염두에 둔 외교적 포석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4~15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칼리드 모하마드 빈 알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또럼 베트남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 등을 만났다.
시 주석은 페드로 총리와의 회담에서 “세계가 정글의 법칙으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며 전쟁 당사국을 비판했다. 아부다비 왕세자와 만나서는 중동 평화·안정을 위한 4대 원칙을 밝혔다.
왕이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도 지난 15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에게 전화해 “이란의 주권, 안보, 정당한 권익은 존중받고 수호돼야 한다”며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와 안전 또한 보장돼야 하며 해협의 정상적인 항행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국제사회의 만장일치 요구”라고 말했다. 우방국 이란에 호르무즈를 열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간 중국은 중동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지 않아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평가돼왔다. 그러나 이처럼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내놓는 게 궁극적으로 중국의 외교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조너선 풀턴 비상임연구원은 “중국의 입장은 일관성은 있지만 결정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고, 구체적인 지원을 기대하는 지역 행위자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미국이 주도하는 현 국제 체제가 불안정하고 지속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강화하고 대안적 질서를 구상하기 위한, 더 광범위한 국가 간 연합이 형성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든다”고 평가했다.
엔지 아라파 이집트 카이로대 강사는 미 뉴욕대가 운영하는 웹진 ‘IR 인사이더’ 기고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기존 동맹을 대체하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차원의 상호작용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란과의 1차 대면 회담이 결렬된 이후 중국을 향해 비판적인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14일 중국이 석유를 비축하고 자국산 황산 수출 등을 통제한다며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중국은 광폭 외교를 펼치는 한편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 조치를 염두에 둔 국가 안보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7일부터 ‘산업 공급망 안보에 관한 규정’을 시행하고 있다. 탈중국을 추진하는 외국 기업을 직접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용히 보복 수단을 강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미·중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외교적 움직임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시 주석 예방 전 왕 부장과 만나 이란, 우크라이나, 남중국해, 한반도 문제 등을 논의했다.
왕 부장은 지난 9~10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으며, 시 주석은 정리원 대만 국민당 주석과 지난 10일 회동했다. 중국은 지역 정세와 관련해서는 미국을 상대로 강력하게 이익을 관철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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