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핫스팟] 세월호 참사 12주기···정치구호 말고 실제 고쳐진 건 뭔가?

김현우 기자 2026. 4. 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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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스팟(HotSpot)'
도로 위 죽음은 외면
참사의 정치 자본화
무너진 시스템 복구
세월호 참사는 상징성 탓에 진영 정치의 전리품으로 소비되는 반면, 더 많은 희생을 낳는 일상의 안전 문제는 외면받고 있다. 진정한 추모는 감정적 대립에 그치지 않고, 무명의 죽음을 막아내는 차가운 시스템 복구와 근본적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연합뉴스

어느 대단지 아파트에 전설적인 사건이 하나 있다. 12년 전 단지 한가운데 심어둔 1억원짜리 희귀 소나무가 말라 죽었다. 원인은 관리사무소의 어처구니없는 밸브 조작 실수였다. 잎이 누렇게 변하더니 뚝 부러지고 말았다. 그날 이후 매년 4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소나무 밑동 앞에서 엄숙한 추도식을 연다. 올해는 새로 당선된 입주자대표회장도 처음으로 참석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이 아파트 정문 앞에서는 깨진 보도블록에 걸려 넘어져 발목이 부러지거나 응급실에 실려 가는 주민이 매년 250명에 달한다. 한데 보도블록 희생자를 위한 추도식은 없다. 누구도 관리소장에게 석고대죄를 요구하지 않는다. 보도블록에 걸려 넘어지는 건 '재수 없는 일상'이고 소나무가 죽은 건 '단지의 수치이자 시스템의 붕괴'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12주기와 매년 도로 위에서 사라지는 수천명의 목숨이 그렇다. 왜 12년이 지나도록 특정 참사만 정치의 한복판에 남아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숫자는 현실을 말하고 상징은 정치를 부른다

도로교통공단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는 2023년 2551명, 2024년 2521명. 계산기만 두드려보면 도로 위의 일상적인 죽음이 훨씬 크고 압도적이다. 그럼에도 세월호가 단순한 '해상 교통사고'로 쪼그라들지 않는 이유는 명품 소나무처럼 상징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수학여행을 가던 학생들의 죽음과 구조 실패의 전 과정이 전국에 생중계된 집단 트라우마다. △'국가라는 관리사무소'의 완벽한 직무유기였다. △유가족·시민단체가 12년째 '근본적인 아파트 규정(제도)을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세월호는 현재 진행형인 '국가 실패의 오답노트'로 굳어졌다. 도로에서 매년 죽어나는 수천명 즉 도로교통 실태 그리고 운전자의 안전운전 문화는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는데 말이다.

진영의 펜듈럼···슬픔은 어떻게 정치 자본이 되나

문제는 이 지점부터다. 트랜서핑의 언어를 빌리자면 세월호는 하나의 거대한 '정치적 펜듈럼(에너지 복합체)'이 됐다. 보도블록에서 다친 2500명은 날짜·장소·사연이 뿔뿔이 흩어져 있다. 대중이 감정을 한데 모아 터뜨릴 과녁이 없다. 반면 세월호는 4월 16일, 전남 진도·경기 안산, 그리고 '국가'라는 명확한 시공간과 타깃이 존재한다. 정치가 숟가락을 얹기에 이보다 완벽한 구조가 없다.

슬픔은 추모의 연료가 되고 분노는 책임 추궁의 땔감이 되더니 어느새 정치는 이 에너지를 '진영의 도덕성 인증 마크'로 가로챘다. 한쪽은 "국가 책임을 잊지 말자"를 깃발로 들고 다른 한쪽은 "언제까지 참사를 우려먹냐"며 반격한다. 천안함 배지가 보수의 신분증이라면 노란 리본은 진보의 출입증처럼 소비된다. 애도가 "너는 어느 쪽이냐"를 묻는 사상검증 도구이자 선택적 추모의 언어로 전락한 것이다. 많은 이가 느끼는 피로감과 불쾌감의 본질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절반의 성공 남은 절반은 시스템 몫

한국 사회는 비극을 예방하는 '지루한 현실 조정'에는 한없이 무능하면서 이미 벌어진 비극을 둘러싼 '화려한 감정 증폭'에는 올림픽 금메달급 실력을 자랑한다. 보행환경 개선·고령 운전자 관리·교차로 설계 같은 보도블록을 고치는 일은 재미도 없고 팍팍한 행정과 예산이 필요하다.

반면 소나무 밑에서 눈물을 훔치며 분노하는 건 마이크 하나면 충분하고 뉴스에도 잘 나온다. 올해 12주기 역시 기억식의 숙연함과 별개로 뉴스 시장은 "대통령이 왔는가, 무슨 말을 했는가, 어느 진영에 유리한가"라는 정치 신호로만 소비했다.

"왜 세월호만 챙기느냐"는 투덜거림은 분석이 얕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진짜 뼈아픈 질문은 "12년간 그토록 성대하게 소나무를 기억했는데 우리 아파트의 깨진 보도블록은 단 한 칸이라도 고쳐졌는가."

그 기억이 도로·바다·공장·병원·군대에서 스러지는 무명의 죽음을 함께 줄여내는 방향으로 확장되지 못한다면 지금의 추모는 절반만 성공한 것이다. 남은 절반은 차갑고 건조한 시스템이 채워야 한다. 그래야만 세월호가 특정 진영의 전리품이 아닌 국가가 다시는 실패하지 않겠다는 진짜 '기준점'으로 남을 수 있다.

☞트랜서핑= 러시아의 양자물리학자 바딤 젤란드가 고안한 개념으로, 현실을 통제하는 대신 파도(가능성)를 타듯 원하는 현실을 선택하는 방법을 말한다. 여기서 '펜듈럼'은 사람들의 생각과 에너지가 모여 만들어진 독립적인 에너지 구조체로, 대중의 감정을 흡수하며 세력을 키우는 특성을 갖는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