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삶] 위기극복의 달인 대한민국

박성면 2026. 4. 16. 18:5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세계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발발한지 4년을 넘겼지만 아직도 전쟁은 끝날 기미가 없다. 2025년 5월 28일에는 태국과 캄보디아의 국경에서 잠시나마 분쟁도 있었다. 2024년 7월 19일 이란의 후원을 등에 업은 후티 반군의 드론이 텔아비브를 공격하면서 이스라엘의 보복이 있었다. 올 연초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은 계속 이어졌다. 1월 4일 미국은 남미 베네수엘라의 마두로 대통령 체포하는 작전을 펼쳤다. 이어 2월 21일에는 파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을 공습하며 지역분쟁이 있었다. 일주일 후인 2월 28일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중동의 화약고는 위험한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지구촌은 하루도 잠잠할 날 없이 포화의 연속이다.

이들 전쟁의 목적은 자국의 이익 보호이지만 우리에게도 먼 나라 남의 일만이 아니다. 영향의 강도는 다르지만 직·간접적으로 우리 삶과 연결되지 않은 전쟁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은 우리에게 던져진 직격탄이다. 유가와 환율은 치솟고, 주가가 곤두박질친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서는 우회로를 찾아 대안을 마련해 보려 하지만 역부족이다. 그저 이 전쟁이 하루속히 끝나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우리 경제는 고도성장을 통해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 중 하나로 자리 잡았지만 핵심은 유가에 의해 그 성장이 좌우된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안정적인 석유확보 여부가 나라의 운명을 가름하는 처지인 것이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MAGA는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게 관세를 통해 목줄을 조이는 형국이었다. 간신히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또다시 중동전쟁으로 인해 우리 경제의 앞날이 위태롭기 그지없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삼 면이 바다이고 북으로는 휴전선에 막혀 갈 수 없는 섬나라나 마찬가지라고 가르치고 배워왔다. 지정학적 위치 면에서 매우 불리한 최악의 위치이기 때문이다. 사무실 벽에 걸린 세계지도를 바라볼 때마다 동방 구석에 박힌 반도 국가에다가 동서남북 갈 곳 없이 막힌 대한민국이 위태롭기 그지없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중국과 러시아, 일본과 북한에 둘러싸인 우리 대한민국의 위치는 안보와 경제면에서 최악이다. 이런 곳에 자리 잡으신 단군 할아버지가 원망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매우 위험하지만 절묘하기도 하다. 국토의 70% 정도가 산이고 삼면이 바다인 열악한 환경은 우리의 생존 본능을 자극했다. 뒤집어 보면 그 절묘한 위치가 대한민국을 오천년 이상 버티게 한 '신의 한 수'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말이다.

미국의 중국 경제 옥죄기는 힘겹게 버티던 우리 반도체 산업에 호황을 맞게 했다. 중국을 견제하다 보니 그 기회가 한국에게 온 것이다. 세계 곳곳의 분쟁으로 인해 방산주들은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대한민국 무기들이 최고의 평가를 받는 무대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동안 방산 대국의 그늘에서 실전경험이 부족한 우리 방산 무기들은 값싼 취급을 받았지만 지구촌 분쟁은 우리 방산의 진가를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 소련과의 수교로 빌려준 차관을 못 받을 지경에 이르자 우리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소련의 무기들을 받았는데, 그 무기들을 뜯고 분해하며 철저히 우리 것으로 만들었다.

그 결과 최고의 무기를 만들어 수출 효자 종목을 만들었는가 하면, 우주를 넘보는 계기를 마련한 전화위복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세계가 무기를 손에서 내려놓을 때 북한의 위협 속에 끊임없이 준비해 온 방위산업은 혼돈 속에서 독보적 기지를 발휘하게 되었다. 어느덧 방산 강국의 반열에 올라서게 되었다. 그 무기는 대기업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들이 뒷받침하기에 함께 성장하는 구조가 되었다.

우리에게 종래의 바다는 세계와 소통하는 큰 장애물이었지만, 오늘날의 바다는 5대양 6대주로 나가는 통로이자 활동무대인 것이다. 바다는 우리의 먹거리인 무역 길이고, 바다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보니 세계 최고의 조선 강국이 되었다. 바다는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우리가 가진 천혜의 무대가 된 셈이다.

길을 막던 산을 뚫어 터널을 만들다 보니 세계 최고의 굴착기술을 확보했다. 남들은 달과 화성만을 쳐다볼 때 우리는 지하철부터 보령 해저터널, 가거 해저터널 등 최고의 터널 굴착기술을 얻게 됐다. 저주받은 지형이 아닌 축복의 지형이 된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극악한 조건이 오늘날 대한민국을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과 일본에 둘러싸여 지정학적 위치가 최고로 불리한 대한민국은 생존을 위해 이 모든 장애물을 기술로 극복했다. 극악한 환경을 가진 대한민국은 불리한 조건들을 이겨내다 보니 어느덧 우리의 든든한 먹거리가 된 것이다. 언제든 바나나를 따 먹을 수 있었다면 우리 경제발전은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는 위협에  대비한 결과 방산 수출국이 되었고, 가진 것은 사람뿐인 나라라서 AI 산업의 주도권도 쥐게 된 것이다.

세계의 길목인 홍해와 호르무즈가 안정적이지 못해 불안하고 안타깝지만 우리는 이 위기 또한 기회로 만들어 갈 것이다. 일시적으로 먼 희망봉을 돌아가는 상황이지만 조만간 호르무즈해협과 홍해는 우리의 앞길을 막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항상 위기를 새로운 기회와 도약의 계기로 만들어 온 민족이기 때문이다.

박성면 경기도중소기업CEO연합회 회장

Copyright © 저작권자 © 중부일보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