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 여의도] "마지막 카드 버리는 셈"…김형오도 만류한 한동훈의 부산 북갑 출사표, 최종 선택은?

이영란 기자 2026. 4. 1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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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대구일보 DB

6·3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 북구갑이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무소속 출마를 공식화한 한동훈 전 대표를 위해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무공천론'과 공당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필승공천론'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가운데, 보수 원로의 '불출마 고언'까지 터져나오는 등 백가쟁명이 난무하고 있다. 한 전 대표라는 '거물급 무소속'의 등장이 자칫 여권에 어부지리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일치하는 가운데, 부산 출신 정치인들의 엇갈린 주장도 쏟아지고 있다.

◆보수 원로 김형오의 경고…"한동훈, 지금은 멈춰야 할 때"

부산 출신 전직 의원인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16일 자신의 블로그에 '한동훈에게 기회가 왔다 : 버림으로써 얻는 보수의 길'이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부디 눈앞의 의원직이 아닌 보수의 미래와 나라의 안녕을 선택하는 '큰 정치인'의 길을 걷길 기대한다"며 한 전 대표의 출마 포기를 촉구했다. 이는 한 전 대표의 등판이 자칫 '양날의 검'이 돼 보수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원로의 뼈아픈 조언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는 한 전 대표의 부산 출마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스스로 버리는 악수(惡手)를 두는 셈"이라고 평가하면서 "북구갑은 이미 한동훈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첫 국무위원을 지낸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공을 들여온 곳이다. 두 사람 모두 유능한 장관으로 칭송받았으나, 국회의원 자리 하나를 놓고 동료·선후배가 경쟁하는 모습은 씁쓸한 흥미거리이자 정치 후진의 현장이 될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한동훈은 눈을 크게 뜨고 멀리 바라봐야 한다. 허물어져 가는 당을 살릴 적임자라는 자부심이 있다면, 소탐대실의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며 "지도자라면 당의 승리를 위해 자신을 던지는 희생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재차 "한동훈에게 진정한 기회가 왔다. 이 기회는 '버림으로써 얻는다'는 정치적 철학을 실천할 때만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원칙론' vs 김도읍 '무공천론' vs 곽규택 '실용론'

이날 같은 부산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당내에서 고개를 드는 '무공천론'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안 의원도 현재 부산 북구갑에서 표밭을 갈고 있는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 등 당내 인사를 언급하며, "지금 이 시간에도 부산 북구의 골목을 누비고 있는 분이 있는 마당에, 그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이 할 일인지 의문"이라며 한 전 대표를 위한 '길 터주기'식 공천 배제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안 의원은 특히 박 전 장관이 지난 총선 당시 한 전 대표의 요청으로 서울 험지에 출마했던 '희생'을 강조했다. 그는 "당 소속이 아닌 사람(한동훈)을 위해 공천을 접으라고 하거나,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며 "누가 되더라도 먼저 우리 당 후보를 정하고, 최선을 다해 지원하는 것이 순서"라고 못 박았다. 이는 한 전 대표와의 연대나 단일화 논의 이전에 공당으로서의 책임정치가 우선돼야 한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안 의원의 발언에 앞서 지난 15일, 부산 지역구 의원들 사이에서도 북구갑 공천 문제를 둘러싸고 다양한 주장이 쏟아졌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당 공천관리위원이자, 원내수석대변인인 곽규택 의원의 발언이다. 곽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파격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한 전 대표를 당으로 다시 불러들여야 한다"며 '재입당 후 공천 경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곽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 후보와 맞붙는 3자 구도는 필패"라며 "한 전 대표가 복당해 당당히 경선을 치름으로써 보수진영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무소속 출마로 인한 3자 구도의 필패를 막기 위한 '빅텐트' 전략이다.

이와 연장선상에서 지역의 터줏대감인 서병수 전 의원은 "누가 나오든 당당히 경쟁해야 한다"면서도 부산지역 의원 전원이 '원팀'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반면, 부산지역 중진인 김도읍 의원은 현실적인 위기감을 반영한 '무공천'을 제안했다. 김 의원은 "지금 상황 자체가 전국적으로 녹록지 않다"며 "승리를 위해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한 전 대표와의 표 분산이 곧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 공포에 기반한 전략적 무공천론이다.

◆한 전 대표, 명분과 실리의 합일점 찾아낼까

이미 부산 북구 만덕동에 전입신고를 마치고, 사실상 '마이웨이'를 선언한 한 전 대표. 보수 원로의 만류와 당내의 엇갈린 공천 고차방정식 속에서 그가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지, 그 결과에 따라 차기 대권 지형까지 통두리째 흔들릴 전망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한 전 대표에게 가장 바람직한 길은 결국 당지도부로부터 복당 허가를 얻어 당당히 당내 경선을 거쳐 '압도적 지지'를 증명하는 것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는 것이라고 짚는다. 그러나 장동혁 지도부가 복당을 허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부산 북구갑 보수진영의 딜레마다.

결론적으로 한동훈의 모범 답안은 '고립된 무소속'이 아닌 '보수 통합의 중심'으로 서야 한다는 주문이 부산 정치권에서 나온다. 부산지역 정가 관계자는 "한 전 대표는 이미 부산에 전입신고를 하며 무소속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그러나 무소속을 고집해서는 곤란하고, 국민의힘이 후보를 낼 경우 단일화 과정을 통해 보수 표심을 결집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북구 만덕2동으로 전입신고를 마친 그가 보수 원로의 만류와 당내 계파 간의 틈바구니에서 어떤 묘수를 꺼낼지, 여의도의 시선은 6월3일을 향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영란 기자 yrlee31@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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