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한테 돈 보내야 해요” 위기의 노모, 보이스피싱서 ‘요원’이 구했는데…[사기공화국의 민낯]
시중은행 전체인력 0.4%, 상호금융 0.08%
고객응대시간 4년새 263.3%↑,인당 20분
금융사기 예방인력 규정 확립 최우선 과제
사기 전문성 가진 인력 재고용 대안 지적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6/ned/20260416181237719asuv.jpg)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 “우리 아들이 급하게 사업자금이 필요하대요.”
급박하게 카드론 대출을 요청하는 노모의 떨리는 목소리에 카드사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모니터링 요원 A씨는 직감했다. ‘보이스피싱이다.’ 수십 분간 끈질기게 설득했지만 이미 세뇌당한 노모의 고집은 완강했다. 노모를 설득해줄 가까운 지인에게 빠른 시간 내에 상황을 설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결국 가족카드로 연결된 딸과 연락이 닿아 “오빠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는 확인을 거친 뒤에야 한 노인의 소중한 재산을 지켜낼 수 있었다.
최근 보이스피싱은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가스라이팅’ 수법으로 진화했다. 피해자는 금융사 직원이 수차례 확인을 거듭해도 사기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사실상 ‘세뇌 단계’가 피해자를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이에 따라 금융사 직원의 역할은 단순 확인을 넘어 피해자를 사기의 늪에서 ‘구조’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보이스피싱은 더 이상 개인의 부주의를 파고드는 단순 범죄가 아니다. 이재명 정부가 ‘7대 비정상’ 과제로 지목할 만큼 고도로 조직화된 ‘경제 침탈’이며,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피해액이 1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그 규모가 거대해졌다.
대규모 범죄의 파고를 막아낼 최전방 방어선은 결국 금융권의 ‘대응 체계’에 있다. 그 핵심 기제인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이 가동된 지 어느덧 12년. 이제 금융당국은 단순 탐지를 넘어선 실시간 예방 역량을 요구하고 있으며, 금융사 역시 ‘무과실 배상 책임’이라는 무거운 의무를 짊어지게 됐다.
방어선은 과연 견고할까. 본지는 금융사 FDS팀의 업무 체계를 현장에서 심층 분석했다. 은행부터 카드사, 새마을금고까지 총 17개 금융사의 FDS 인력 현황을 집계해 전수 조사하고, 금융사 FDS 담당자·준법감시인·악성앱 탐지 시스템 개발자 등 6인을 직접 만나 시스템의 민낯과 고충을 들었다.
현장의 긴박함은 데이터로 증명된다. 본지가 16일 한 카드사 FDS팀에 의뢰해 고객 응대 통화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2년 대비 2026년 평균 고객 응대 시간은 263.3% 폭증했다. 통화 건수 역시 243.5% 증가하며 대응 보이스피싱 대응 업무가 3.5배 가량 늘어났다. 한 FDS 담당자는 “과거 2분이면 끝났던 확인 절차가 이제는 가스라이팅 당한 고객을 설득하느라 1인당 평균 20분 가까이 소요된다”며 “의심 거래가 발생해 24시간 지급 지연 사유를 설명하다 보면 ‘왜 내 돈을 못 쓰게 하느냐’며 화를 내는 고객도 많아 감정적 소모가 극심하다”고 토로했다.
![[게티이미지뱅크]](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6/ned/20260416181238023cbfd.jpg)
▶금융사고 예방 인력 비중, 강제 규정 없어 ‘천차만별’ = 금융사기 수법은 날이갈수록 고도화되고 있지만, 정작 금융사 내 사기 예방 인력에 대한 규정은 전무한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전자금융감독규정상 정보보호 인력 관련 ‘5·5·7 원칙(IT 인력 5%, 보안 인력 5%, 보안 예산 7%)’이 마련되어 있듯, 보이스피싱 대응 인력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보안 인력은 권고 기준 미충족 시 경영공시를 통해 압박을 받지만, 사고 대응 인력은 관리 대상조차 아니기 때문이다.
본지가 17개 금융사의 FDS 운영 현황을 취합한 결과, 카드사는 전체 인력의 2~4%까지 예방 인력을 배치했으나, 시중은행은 0.1~0.4% 수준에 불과했다. 인터넷은행은 1.3~1.5%대로 나타났다. 가장 취약한 곳은 새마을금고로, 인력 비중이 0.08%에 머물러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카드사 6곳과 인터넷은행 1곳은 “공시 의무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현황 공개를 거부했다.
한 인터넷은행 FDS 팀장은 “AI 머신러닝 등으로 업무를 효율화하고 있지만, 고도화되는 수법에 즉각 대응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전문 인력 확보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숙련 인력 재배치가 현실적 대안” = 대부분의 금융사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업무를 외부 업체에 위탁(도급)하고 있다. 현재 전원 직접 고용 원칙을 고수하는 곳은 신한카드가 유일하며, KB국민카드 등 일부 카드사만이 퇴직 인력 재고용 등의 형태로 직접 고용 비중을 유지하는 실정이다.
통상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요원은 콜센터 경력자를 계약직으로 채용해 운영한다. 이들은 국내외 부정사용 의심 거래(FDS)를 상시 감시하고, 고객 확인 전화를 통해 본인 결제 여부를 파악한다. 의심 정황이 포착될 경우 즉시 거래를 정지시키고 사고 접수를 진행하는 등 최일선 대응을 담당한다.
현장에서는 도급 방식의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한 카드사 FDS 파트장은 “위탁 운영 방식은 현장에서 포착된 신종 수법이 기획 부서로 즉각 공유되지 못하는 소통의 장벽이 존재한다”며 “사기 수법이 고도화되는 만큼 내부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자체 인력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임금피크제 대상자나 정규직 퇴직 인력을 재고용하는 방안을 실질적인 해법으로 제시한다. 풍부한 실무 노하우를 갖춘 숙련 인력을 현장에 재배치함으로써, 금융 사기 대응력을 높이는 동시에 인건비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취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문성을 갖춘 인력 확보와 함께 시스템 유지보수 및 탐지 룰(Rule) 고도화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금융 사기에 빈틈없이 대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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