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보다 3년 빨라...韓, 22년전 ‘AI GPU시대’ 논문 썼다
2004년 GPU 인공신경망 최초 구현
훗날 딥러닝 등 AI 혁명의 기초 마련
“영광스럽지만 아쉬움 남는 것도 사실”
![오경수(오른쪽)·정기철 숭실대 미디어학부 교수가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2004년 GPU 인공신경망 연구를 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숭실대학교]](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16/mk/20260416180901530fbfz.jpg)
GPU 인공신경망은 오늘날 AI 열풍의 핵심 기술이다. GPU는 원래 게임 그래픽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후 AI의 대량 연산을 수행하는 ‘두뇌’로 자리 잡았다. 중앙처리장치(CPU)에만 의존하던 인공신경망을 GPU로도 구현한다는, 세상에 없던 발상을 처음 구현한 것이다. 그것도 무려 22년 전에.
두 교수는 GPU가 처리하는 픽셀의 색깔을 데이터로 변환해 방대한 연산 데이터를 이미지로 만들었다. 이미지 처리에 특화된 GPU가 복잡한 행렬 연산도 빠르게 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이들이 수행한 세계 최초 GPU 연산은 CPU보다 약 30배 빨랐다. 당시 학계는 GPU로 간단한 사칙연산 정도를 시도하는 수준이었는데, 이 둘이 파격적인 도약을 이끌었다.
이 논문은 지금까지 800회 이상 인용될 정도로 많은 연구자에게 영향을 미쳤다. 구글의 AI 수석 과학자 제프 딘이 2022년 직접 이 연구를 언급할 정도였다. 업계에서는 암암리에 알려져 있었지만, 국내에는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오경수, 정기철 교수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이 연구를 할 때만 해도 새로운 연구라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세상을 바꿀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며 “당시 연구를 이어갔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오 교수는 GPU를, 정 교수는 인공신경망을 전공했다. 2004년 당시 인공신경망과 GPU는 주목받지 못하던 분야였다. 정 교수는 “인공신경망은 오히려 지는 기술이라는 평가를 들을 정도”라고 했고, 오 교수 역시 “박사과정 때 게임 분야를 연구한다고 하니 무슨 박사가 게임을 연구하냐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22년전 한국 연구자들 성과였다

그러던 중 오 교수가 처음 아이디어를 던졌고,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연구 기간은 두 달, 연구 과제도 연구비도 없었다. 오 교수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니 구현은 어렵지 않았고, 연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회고했다. 국제 학술지 ‘패턴인식저널’에 투고한 지 일주일 만에 게재 허가를 받았다. 이례적으로 빨랐고, 수정 사항도 전혀 없었다.
다만 저자들조차 연구의 가치를 깨달은 건 한참 뒤의 일이다. 2010년대 초반 딥러닝이 등장하고, AI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미국 웹사이트에서 ‘GPU 인공신경망의 최초 연구자가 누구냐’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이들의 이름이 거론됐다. 정 교수는 “그 글을 보고 나서야 우리가 중요한 연구를 했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오 교수는 “당시는 중요성을 제대로 몰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면서도 “연구를 더 깊게 이어 나가지 못해 아쉽기도 하다”고 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인공신경망으로 수익을 얻는 회사가 없었던 만큼, 이들의 연구를 제대로 활용했다면 한국이 AI 시대의 초반 승기를 잡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연구를 더 깊게 파고들거나 사업화로 연결하지 못한 것은 ‘양적 성과 중심의 평가 제도’도 한몫 했다. 정 교수는 “임용 초기라서 연구의 양적 성과에 대한 압박이 심했다”며 “양적 지표를 중시하는 분위기에서 연구를 깊게 진행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학과 내부 교수끼리 평가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국가 전체의 공동 평가 기준이 있다”고 했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평가 기준은 양적 지표를 채택할 수밖에 없다. 오 교수는 “논문 편수로 따지면 논문의 질을 놓치게 되는 허점이 분명 있다”며 “특히 빠르게 발전하는 컴퓨터 분야에서는 신뢰 기반의 유연한 평가 기준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러한 문제는 20년 이상 지난 지금의 국내 과학계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내 연구자 1148명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연구자의 84.7%는 규제가 연구에 전념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이들은 연구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인 정량 목표를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논문 편수, 특허 건수 등 정량 목표를 강요해 질적으로 의미 있는 연구를 시작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오 교수와 정 교수는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연구에 몰입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고 입을 모았다. 정 교수는 “사실 교수는 자유롭게 연구해야 하는 직업인데, 하다보면 연구자보다는 관리자에 가까워진다”고 했다. 연구 과제를 수주하는 등 각종 행정 업무와 학생 지도에 집중한 나머지 정작 연구는 교수가 아닌 대학원생들의 몫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다시 돌아가면 연구를 더 하고 싶다”며 “임용한지 얼마 안 된 후배 교수들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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