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퀴어 크리스천은 '혼전 순결'을 어떻게 생각할까
서다은 활동가, '여성 퀴어 크리스천의 섹슈얼리티 경험 연구' 발표
"이들의 경험 단선적이지 않고 때론 모순적…
트러블과 함께 머무는 행위자로 보자"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개신교의 '혼전 순결' 담론을 여성 퀴어 크리스천의 관점에서 살펴본 논문이 나왔다. 큐앤에이 활동가이자 올해 2월 서강대 대학원 여성학과를 졸업한 서다은 씨가 발표한 석사 논문 <여성 퀴어 크리스천의 섹슈얼리티 경험 연구 - 혼전 순결 담론을 중심으로>다. 4월 15일 서울 종로구 416연대에서 열린 '무지개빛 논문 발표회' 2강에서 서다은 활동가가 직접 자신의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서다은 활동가는 반동성애 운동이 단지 성소수자만을 겨냥하지 않고 여성 혐오를 함께 유발한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성 퀴어 크리스천의 경험이 '여성의 경험 + 퀴어의 경험'처럼 단순히 하나의 옵션을 추가하는 정도로 해석될 수 없다는 데 주목했다. 또 반동성애 현상 자체에만 주목하는 경향 속에서 퀴어 크리스천은 '피해자'로만 고정된다고 했다. 그는 "여성 퀴어 크리스천의 경험은 다양한 정체성이 교차하는 복합적 경험으로 이해돼야 한다. 하지만 퀴어 크리스천 운동도, 반동성애 담론도 사실 그런 구분을 하면서 이루어지지 않아 왔다"고 말했다.
연구 주제를 '혼전 순결'로 잡은 것은 그 자신도 퀴어 크리스천이자 강경한 '혼전순결주의자'였기 때문이었다. 기독교인으로서 혼전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교회에서 자라나면서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다. 여중·여고에서, 선교단체 수련회 밤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혼전 순결 이야기가 나오면 "당연한 걸 왜 물어보느냐"라는 식으로 말하곤 했다. 심지어 섹슈얼한 경험을 하고도 자신이 혼전순결주의자라고 생각했다. 이 담론이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퀴어 크리스천들은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파고들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성경에도 없는 '혼전 순결' |
혼전 순결이라는 말은 성경 어디에도 나오지 않지만, 한국 개신교는 이를 기본적인 성 윤리로 지켜 왔다. 서 활동가는 혼전 순결 담론이 전근대 한국 사회의 정절 담론을 계승하면서, 미국 장로교를 통해 들어온 보수적 신앙관과 결합해 형성됐다고 봤다. 그는 '혼전 순결'이라는 말이 어디서 처음 사용됐는지 알아보려 했지만 찾지 못했다고도 했다.
실제 인터뷰 참여자들은 시점을 기억하지 못한 채 언제부턴가 혼전 순결이라는 성 규범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혼전 순결이라는 말을 처음 어디서 들었느냐"는 질문에 정확히 답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혼전 순결은 단순한 성관계 금지를 넘어 일상을 통제했다. 교회에 가면 "옷을 너무 야하게 입어서 형제들이 어렵다", "양말을 신어라" 같은 말들이 따라붙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사도신경의 '동정녀 마리아'에 대한 반복적인 언급, 중보 기도 자리에서의 '음란함' 고백, 셀 모임에서 오가는 수군거림 등을 통해 혼전 순결을 내면화했다.
연구 참여자들에게 들은 이야기 중 흥미로운 대목은 '소문'이었다. 17명이 모두 다른 지역, 다른 교회를 다녔는데도 비슷한 형태의 소문을 공유하고 있었다. '어떤 여성 청소년이 임신을 하고 불우한 삶을 살았다'는 이야기가 신화처럼 떠돌았다. 서 활동가는 "혼전 순결 담론은 목회자뿐만 아니라 소문, 수군거림, 미디어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위에서 아래로 전달되기보다는 확산하는 방식으로 여성 (퀴어) 크리스천의 성 인식과 행동을 규율하고 자기 성찰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이중 '폐제'되는 여성 퀴어 크리스천 |
정작 여성 퀴어 크리스천들은 '혼전 순결' 담론에서 배제되기도 한다. 혼전 순결이 이성애 관계의 '결혼 전'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 퀴어 크리스천은 '이중 폐제'된 존재라고 서 활동가는 짚었다. '폐제'는 주디스 버틀러가 설명한 개념으로, 보이지도 않고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여겨져 '배제'조차 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상태를 말한다. 교회는 성소수자가 없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색출·통제를 통해 그 부재를 유지한다. 게다가 반동성애 담론은 '항문 성교', 'HIV' 등은 남성 동성애자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여성 퀴어 크리스천의 경험과 거리가 멀다. 그 결과 이들은 혐오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 채 가시화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성 퀴어 크리스천들은 혼전 순결 담론을 다양하게 통과하고 있었다. 서 활동가들은 이들이 규범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거나 자신만의 기준으로 재해석하며 수용·불화·협상하고 있다고 했다. 어떤 참가자들은 동성애라는 금기를 넘으면서 혼전 순결 규범도 신뢰하지 않게 되거나, '이미 타락한 존재가 됐으니 다른 것도 안 지켜도 된다'고 느꼈다. 반면 혼전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내가 규범에서 벗어난 주체라는 감각이 더 커지면서 자신의 성적 지향을 재고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은 '성관계는 하면 안 된다'는 식의 성 엄숙주의적 태도를 가지거나, "3년 사귀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TV에 나오는 정도는 괜찮다"는 고민을 하고 있기도 했다.
'혼전 순결'을 새롭게 의미화하는 사람도 있었다. 무성애자(에이섹슈얼)로 정체화한 한 참여자에게 혼전 순결의 기준은 육체적 결합이 아니라 '관계 안에서 서로에게 윤리적·정서적 책임을 지는가'였다.
서 활동가는 논문을 통해 여성 퀴어 크리스천들의 경험은 단선적이지 않고, 때로는 모순적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들이 '트러블과 함께'한다는 것이다. 그는 "트러블과 함께한다는 것은 그 트러블에 있으면서 그 트러블을 겪어 내는 것이다. 실뜨기를 할 때 누군가가 손을 대 주어야 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주체와 타자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여성 퀴어 크리스천의 삶을 '실뜨기'의 과정이라고 이해해 보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무지개빛 논문 발표회 3강은 4월 22일 배지은 믿는페미 활동가가 '동성 결혼에 대한 언론 보도 및 댓글 분석'을 주제로 발표한다.
나수진 sjnah@newsnjoy.or.kr
Copyright © 뉴스앤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