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1000배 속도에 저전력·극한 견뎌…AI·미래차 게임체인저로 [코어파워 KOREA]

이석진 기자 2026. 4. 1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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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8나노 M램 첫 개발
전기 대신 자성 쓰는 ‘스핀칩’ 기반
-40~150도 환경서도 내구성 입증
2035년 시장 규모 85조원 13배 ↑
TSMC도 5나노 직행…경쟁 본격화
KIST ‘효율 100배’ RPU 연내 설계
삼성전자 차량용 반도체 관련 이미지.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005930)가 자기저항메모리(M램)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현재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주력 메모리칩의 전력 소모와 발열 한계를 극복할 게임체인저로 M램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차량용 메모리를 중심으로 본격 성장하는 시장 주도권을 놓고 삼성전자와 대만 TSMC 등이 앞다퉈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M램 개발 경쟁에 맞춰 관련 핵심 기술인 ‘스핀트로닉스(스핀 반도체)’ 분야 전반에서도 국내외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올해 8㎚(나노미터·10억분의 1m)에 이어 내년 성능을 한층 더 높인 5㎚ 공정 기반 M램 양산을 목표로 기술을 개발 중이다. TSMC도 지난해 5㎚ M램 개발에 착수했으며 삼성전자와 동일하게 2027년을 양산 준비 시점으로 설정했다. 특히 지난해 12㎚ M램 검증을 마친 뒤 8㎚를 건너뛰고 5㎚ M램에 집중하는 초격차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기존 메모리에 이어 M램 분야에서 양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간 본격적인 선단 공정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양 사는 특히 차량용 메모리 시장 선점에 집중하며 M램 생태계를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국제고체회로학회(ISSCC) 2026’에서 8㎚ M램이 영하 40도에서 영상 150도를 오가는 온도 변화와 0.6V의 저전압 등 악조건에서도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차량용 반도체 내구성 표준(AEC-Q100)의 고신뢰성 등급인 ‘오토-G1’을 충족했다고 강조했다. 5㎚ M램 역시 차량용 위주로 공급할 계획이다. TSMC도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NXP와 손잡고 16㎚ M램을 탑재한 차량용 마이크로컨트롤러(MCU) 제품을 선보였다.

실제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M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14.3%, TSMC가 11.9%로 각각 1·2위를 차지하며 초기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인텔과 허니웰·인피니언까지 상위 5개사가 과반인 52.7%를 차지했다.

M램은 차량과 인공지능(AI) 가속기, 지능형 센서 등의 고성능 메모리로 쓰이며 시장 규모가 올해 45억 달러(약 6조 6000억 원)에서 2035년 581억 달러(85조 8000억 원)로 13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정된 전력으로 MCU, 첨단주행보조시스템(ADAS), 자율주행 시스템 등 복잡한 연산을 수행해야 하는 차량용 메모리로서 M램이 조건을 충족했다는 평가다.

M램이 주목받는 이유는 저전력과 고성능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 덕이다. 현재 D램은 빠른 동작 속도로 그래픽처리장치(GPU)의 AI 연산을 효율적으로 보조할 수 있지만 대신 정보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리프레시 전력을 공급해줘야 해 전력 효율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낸드는 전원 없이도 정보를 오래 저장할 수 있지만 동작 속도가 느리다.

반면 M램은 전원 없이도 낸드처럼 정보를 저장할 수 있고 동시에 낸드보다 1000배 빠른 D램급 동작 속도를 자랑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AI 데이터센터 전력 소모량이 올해 550TWh(테라와트시)에서 2030년에는 2배 수준인 950TWh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M램 같은 저전력·고성능 반도체 개발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M램의 이 같은 장점을 구현하는 핵심 기술이 스핀 반도체다. ‘스핀’은 전자가 작은 자석처럼 N극과 S극을 갖는 자성(磁性), 스핀 반도체는 스핀을 응용한 반도체를 말한다. 전자의 N·S극 방향에 따라 0과 1을 구분하고 이를 디지털 정보로 구현할 수 있다. 기존 반도체는 전자가 직접 전선을 타고 흐르는 과정에서 원자핵이나 불순물과 충돌해 에너지를 잃고 열을 발생시키는 반면 스핀 반도체는 전자가 이동하는 대신 스핀으로 정보를 구현하는 덕에 전력 소모와 발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자성을 띤 물질을 이용해 전자를 0이나 1 상태로 만들어 저장하는 스핀 반도체가 M램이다.

전력효율 100배 ‘스핀 AI 칩’도 개발…삼성 M램과 시너지

M램 기술 고도화에 맞춰 유사한 원리를 응용하는 다양한 스핀 반도체 기술 개발도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가 2029년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기존 AI 칩보다 전력 효율을 100배 높이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인 연산 소자 ‘랜덤처리장치(RPU)’가 대표적이다. KIST는 올 하반기 RPU 설계를 완료하고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통해 샘플을 제작해 성능 개선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RPU는 ‘랜덤 연산’이라는 방식으로 연산하는 칩이다. 자성 물질을 이용해 전자를 0이나 1 상태로 고정시키는 M램과 반대로 나노초(10억 분의 1초) 단위로 빠르게 바뀌는 진동 상태로 만들어 0과 1의 계산을 거의 동시에 수행한다. 신약 물질 발굴처럼 수많은 경우의 수를 한꺼번에 비교해 최적의 답을 찾아내는 최적화 문제에 능하다.

RPU는 특히 삼성전자의 M램과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둘 모두 자기터널접합(MTJ) 소자로 구현되는 스핀 반도체로서 기본적인 동작 원리가 같은 만큼 공정 호환성이 좋고 현재 GPU와 D램처럼 연산과 메모리 조합으로도 효율이 기대되는 것이다.

홍석민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 책임연구원은 “RPU는 전 세계적으로도 개발 초기 단계인 가운데 2029년 업계 최고 수준인 5000큐비트(양자컴퓨터 연산 단위)급의 성능을 개발해 기술을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16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스핀반도체 기반 랜덤처리장치(RPU)가 컴퓨터에 연결돼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KIST

이석진 기자 sj@sedaily.com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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