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유료화 논쟁

조문욱 기자 2026. 4. 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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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초등학교 시절, 학교 화장실은 '푸세식'이었다.

학교는 시골에 위치했는데 오물 수거 차량 대신 어린 학생들이 지독한 악취를 참아가며 직접 화장실에 쌓인 분뇨를 처리했다.

최근 우리나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장실 유료화'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화장실 유료화에 대한 강한 거부감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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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위원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 학교 화장실은 '푸세식'이었다. 학교는 시골에 위치했는데 오물 수거 차량 대신 어린 학생들이 지독한 악취를 참아가며 직접 화장실에 쌓인 분뇨를 처리했다.

화장실을 청소하는 날이면 고학년들이 긴 막대에 바가지가 달린 장비와 양동이 등을 이용해 학교 구석 퇴비를 쌓아두는 곳으로 옮기기도 하고, 학교 담장 주변 나무와 꽃밭 등에 뿌리곤 했다.

화장실을 청소하다가 옷과 몸에 분뇨가 묻어 많은 아이들이 울기도 하고, 선생님들은 그 학생을 일찍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요즘 청소년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최근 우리나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장실 유료화'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주문없이 화장실만 이용 2000원'. 어느 한 카페의 키오스크 메뉴에 커피도, 디저트도 아닌 '화장실 이용'이 메뉴로 등장했다.

음료 등을 주문하지 않고 화장실만 이용하는 메뉴.

그동안 식당 등 영업장 내 화장실은 무료라는 인식이 오랫동안 자연스럽게 자리잡아왔다. 하지만 몇 년전부터 일부 영업장 화장실을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개방하지 않고 있다.

화장실 문을 잠궈 놓고 열쇠를 비치해 고객만 이용하게 하거나, 전자 도어락을 설치해 이용객만 비밀번호를 알고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 정착된 지 오래다.

하지만 최근 이 카페의 '화장실만 이용 시 2000원'이라는 키오스크 안내 사진이 사회관계망을 통해 퍼지면서 찬반 여론이 팽팽히 맞서는 분위기다.

찬성 측은 카페 등 영업장의 화장실은 공공시설이 아닌 만큼 비용을 받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공중화장실처럼 이용되면서 청소 부담과 휴지, 비누 등 소모품 비용, 특히 일부 이용객들의 무분별한 비매너 사용 등으로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화장실 유료화에 대한 강한 거부감도 드러내고 있다. '화장실 이용은 급박한 생리적 문제인데, 돈까지 받는 것은 지나치다', 또는 '정(情)이 없는 각박한 사회가 되는 것 같다'라는 지적이다.

유럽의 지하철이나, 고속도로변 휴게소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화장실 이용이 유료화다. 휴게소 등의 경우 화장실 이용 금액 지불 영수증을 제시하면 요금액만큼 할인받아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2000년전 로마 황제 베스파시아누스가 공중화장실에 '오줌세'를 처음 부과했다고 한다.

그의 아들이 오물에 세금을 물려도 부과해도 되느냐고 묻자 황제는 금화를 들이대며 말했다.

"돈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

많은 건물들이 화장실을 걸어 잠그면서 시민들이 거리에서의 생리문제 해결에 어려움을 겪자 정부와 자자체마다 주유소 등 민간 건물에 '개방화장실'을 유도했다. 시민들에게 화장실을 개방하는 업주나 건물주에게는 수도요금 인하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다. 

제주에도 오래전에 유료 화장실이 있었다. 1980년대 후반 즈음으로 기억하는데, 제주시 중앙로 지하상가 마련된 유료 화장실을 찾아 50원을 내고 이용했었다.

이용 요금이 당시에 현실적으로 큰 부담이 없었고, 급한 생리현상을 해결할 수 있었기에 이용자들이 화장실 유료화에 큰 거부감은 없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무료 화장실이 유료화되면서 단순히 요금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 충돌이라는 분석, 또는 유럽처럼 선진화 돼가는 과정이라는 시각 등이 있다.

모두가 사용하는 화장실을 제 집처럼 깨끗하게 이용하고 아꼈다면 화장실 유료화 논쟁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