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는 AI, 책임은 개인”…프리랜서 400만 시대, 무너진 보호체계 [AI시대 프리랜서 : 디지털 부업의 그늘③]

전새날 2026. 4. 1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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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프리랜서 : 디지털 부업의 그늘
③ AI 발전 속 프리랜서 노동 문제 심화
전문가 “제도적 보완·보호 체계 마련 시급”
AI 이미지 [로이터]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프리랜서 노동을 둘러싼 문제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변화한 노동 환경에 맞춰 제도적 보완과 보호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AI가 바꾼 프리랜서 노동…개인 책임 부담 커져

과거 프리랜서 문제는 주로 고용 불안정이나 낮은 단가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노동의 형태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AI 도입 이후 작업 속도는 빨라졌지만 그만큼 요구되는 결과물의 양과 수정 횟수, 작업 범위가 함께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은 줄지 않았고 오히려 더 촘촘해졌다.

AI 기술은 일부 업무를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남아 있는 노동의 방식과 기준 자체를 바꾸고 있다. 그 결과 프리랜서 노동은 더 불안정한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득과 기회의 격차가 확대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생성형 AI는 직업을 통째로 대체하기보다는 업무를 과업 단위로 쪼개 들어온다”며 “전체 업무 중 일부가 AI로 대체되면서 남은 일의 구조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프리랜서는 이러한 변화에 더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김 소장은 “프리랜서는 원래도 과업 단위로 일을 나눠 맡는 구조이기 때문에 AI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며 “중간 수준의 작업이 빠르게 대체되면서 일감 감소와 경쟁 심화가 동시에 나타난다”고 말했다.

AI 관련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보수 구조 역시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프리랜서들은 여전히 근무 시간이 아닌 프로젝트 단위나 작업 건수로 대가를 받는다. 하지만 하나의 작업 안에 포함되는 노동은 과거보다 훨씬 복잡해졌고 추가 노동은 별도의 보상 없이 작업자에게 전가된다. 결과적으로 건당 보수 구조는 유지된 채 노동 시간과 강도만 늘어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경력 형성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김 소장은 “과거에는 낮은 단계의 작업을 맡으며 경험을 쌓고 상위 단계로 이동하는 구조였지만 지금은 그 중간 단계가 AI로 대체되고 있다”며 “신규 진입이 어려워지고 성장 경로 자체가 좁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과 AI 기반 업무 환경이 확산하면서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도 점점 더 불명확해지고 있다. 임창근 노동법률사무소 필립 노무사는 “플랫폼이나 시스템을 매개로 한 간접 고용이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고용 관계가 많이 희석되고 있다”며 “실제로 일을 하고 대가를 받는 구조는 같지만 법적으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구조에서는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노동법상 구제 수단을 활용하기 어려워 프리랜서 개인에게 부담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모든 책임은 오롯이 프리랜서 노동자 개인이 지게 된다. 김 소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업무만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며 “프리랜서는 보호는 없고 위험만 떠안는 구조로 내몰리기 쉽다”고 지적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 등 보호 장치 필요”
지난 2024년 11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프리랜서-플랫폼노동자 권리보호를 위한 입법과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

전문가들은 변화에 맞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다. 우선 근로자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노동법 체계를 넘어 다양한 형태의 노동을 포괄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소장은 “현실적으로 모든 프리랜서를 근로자로 전환하는 것은 어렵다”며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과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기존 노동법 체계에서 제외되었던 다양한 노동자들까지 포함해서 일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이들의 보편적 권리보호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산업구조 변화와 정보통신 분야 기술혁신 등의 변화로 새로운 노무제공 방식이 등장하면서 현행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근로자 보호 제도의 적용이 모호해지고 있는 가운데 입법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는 “AI 도입 이후 프리랜서 노동은 기존 업무를 대체하는 동시에 남아 있는 일을 다시 가공하는 형태로 재편되고 있다”며 “일감이 줄어들거나 반대로 AI 결과물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노동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문제는 프리랜서가 노동법뿐 아니라 상법상 보호에서도 비껴나 있는 경우가 많아 양쪽 모두에서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현재 논의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은 최소한의 권리 보장 근거를 마련한다는 의미는 있지만 계약 관계나 보수 문제까지 직접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는 근로자성을 보다 폭넓게 인정하는 근로자 추정과 같은 제도 도입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현장의 대응도 동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 노무사는 “프리랜서들의 개별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앞으로는 조직화나 제도 개선 논의 등을 통해 권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AI는 단숨에 결과를 만들어내지만 그 뒤에 남은 노동은 더 길어지고 복잡해졌다. AI 확산으로 노동 구조와 방식이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프리랜서는 일하는 사람으로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AI 시대 프리랜서 노동의 그늘을 추적하고 사각지대를 메울 제도적 과제를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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