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업무혁신 해냈나" 임원 평가기준 바꾼다

박소라 기자(park.sora@mk.co.kr) 2026. 4. 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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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대기업 최초로 인사평가에 AX 반영

LG전자가 임원 평가 기준을 전면 개편한다. 인공지능(AI)을 통한 업무 혁신을 평가 핵심 지표로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국내 대기업 중 최초 사례여서 주목된다.

매출과 영업이익 중심의 기존 핵심성과지표(KPI)를 넘어 AI로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꾼 정도가 성과를 가르는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재계 전반의 평가 체계에도 변화가 확산할 전망이다.

◆ 'AX 성과'가 핵심지표

16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올해부터 400여 개 임원 조직을 대상으로 한 임원 평가에 AI 전환(AX) 과제 수행 여부를 필수로 반영한다. 기존에는 재무 성과가 임원 평가의 절대적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AI를 활용해 업무 프로세스를 얼마나 재설계하고 성과를 냈는지가 핵심 평가 항목으로 새롭게 들어왔다.

LG전자 임원에게 주어진 AI 전환의 핵심 과제는 단순 자동화가 아니라 '업무 재설계'다. 각 조직은 단순 반복 업무를 줄이는 수준을 넘어 품질(Q), 비용(C), 납기(D), 매출(R) 등 모든 영역에서 AI 기반 구조 개선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 설계부터 영업까지 AI로

가전제품 개발 조직은 '가상제품 개발(VPD)'에 AI를 접목해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는 과제를 설정했다. 가상제품 개발은 실제 시제품을 만들기 전에 디지털 환경에서 제품을 먼저 설계하고 시험해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내년에 선보일 신형 냉장고를 개발할 때 선반 구조, 단열재 두께, 냉기 흐름 등을 AI가 수천 가지로 조합해 최적의 설계를 도출한다. 이를 디지털 환경에서 먼저 검증해 시제품 제작과 테스트를 줄이고 개발 기간을 30% 이상 단축하는 것이 목표다. 영업 조직은 AI 에이전트로 가격, 재고, 제품 전략을 실시간 도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향후 5년간 수천억 원 규모 매출 증대를 노리고 있다. 물류·오퍼레이션 영역에서도 AI로 모든 과정을 가시화해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동시에 추진한다.

AI 전환 성과를 임원 평가에 반영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꼽히는 '공정성' 문제에 대해서도 LG전자는 별도 검증 구조를 마련했다. LG전자는 각 임원이 제출한 AX 과제에 대해 '경영혁신AX실'이 먼저 난이도와 실행 가능성, 기대 효과를 기준으로 1차 검증을 진행한다. 과제가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성과를 품질·비용·납기·매출 등 지표로 측정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따지는 구조다.

◆ "일하는 방식 바꿨나" 평가

이 과정에서 경영혁신AX실은 AI 전환 성과를 객관화된 지표로 환산하는 작업도 전담한다. 각 과제는 사전에 설정된 KPI에 따라 성과를 수치로 환산해 평가되며 조직 간 비교가 가능하도록 공통된 기준이 적용된다. 과제 난이도와 기대 효과를 함께 반영해 평가 편차를 줄이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통과한 과제만 최종적으로 최고경영자(CEO) 승인을 받아 임원 평가 항목으로 확정된다. AI를 도입했다는 선언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성과와 연결된 과제만 KPI로 인정하겠다는 의미다.

LG전자 관계자는 "AI로 단기 성과를 창출하는 것보다는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지속가능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불확실한 대외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AX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사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 AI 활용, 자율에서 의무로

이번 변화는 류재철 신임 CEO 체제 출범 이후 첫 전사 조직 혁신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류 CEO는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AX를 활용해 2~3년 내 업무 생산성을 30% 향상하겠다"며 "AX를 일부 부서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임직원이 참여하는 활동으로 정착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 개편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 산하 기존 디지털전환센터(DX센터)를 AX센터로 개편하고, 개발·영업·마케팅 등 기능별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를 총괄하는 경영혁신AX실을 신설했다.

◆ 삼성·SK로 확산 주목

재계에서는 LG전자의 이번 시도를 '임원 평가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보고 있다. 재무 성과 중심이던 기존 평가 체계에 AI 기반 업무 혁신 성과가 핵심 기준으로 추가되면서 임원 역할 자체를 성과 관리 중심에서 업무 방식 혁신으로 확장했다는 평가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그동안은 일부 조직이 AI 프로젝트를 시범적으로 도입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임원 평가와 직결되면서 사실상 전사 강제 확산 단계로 넘어간 것"이라며 "삼성과 SK 등 다른 기업도 도입을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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