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 생존 전략 上] 맏형 'HD현대의 고백’⋯ 선복량 과잉에 수주 ‘빨간불’ 켜졌나

염재인 기자 2026. 4. 1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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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K-조선, 속도 조절 구간 진입론 대두
글로벌 신조선 수주량 전년 대비 약 21% 감소
中 점유율 확대… 중동 리스크도 단기 변동성 영향
공급 확대와 해운 시황 약화가 맞물리며 조선업황이 고점 이후 둔화 국면에 진입하는 흐름이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해 인도한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HD현대 제공

글로벌 신조선 수주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조선업계에서도 속도 조절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선가 상승세 역시 제한될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조선업황이 고점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선박 수주는 여전히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증가 속도 둔화세가 확연하다. 일부 선종에서는 수주 시점 지연과 관망세가 확산되고 있다는 후문도 나온다. 특히 해운 시황 불확실성 확대 등이 해운사들의 발주 지연 사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벌써 연간 기준 발주 감소 흐름이 시작된 모습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신조선 수주량은 6171만CGT로, 2024년(7784만CGT) 대비 21% 안팎 줄어들었다.

국내 조선업계도 이런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HD현대는 최근 증권신고서 관련 공시를 통해 향후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확산이나 선박 공급 과잉 등 수급 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추가 선박가격 상승 여력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 것이란 시각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향후 신조선가 추가 상승 여력 제한이나 하락 전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글로벌 신조선 발주 감소 배경 중 가장 큰 게 해운 시황 둔화다. 부산항만공사가 발간한 ‘글로벌 해운·물류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운임 하락과 신조선 공급 확대 등 영향으로 주요 글로벌 해운사들의 실적이 감소했다. 실제 홍콩 선사 OOCL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41%, 대만 선사인 양밍해운과 에버그린은 각각 73%, 51% 줄어들었다.

해운 공급 측면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국제해운단체 BIMCO에 따르면 글로벌 컨테이너선 오더북(수주잔량)은 1350척 이상, 약 118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규모에 달한다. 무역 정책 불확실성과 운임 하락에도 불구하고, 활발한 수발주가 이어지자 공급 과잉 우려을 제기한 것이다. 최근 수년간 대규모 수주 물량이 순차적으로 인도되면서 선복량 증가 속도가 수요를 웃돌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선가 역시 고점 이후 조정 국면이 확연하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지수는 올해 3월 기준 182.07로 지난해 1월 189.38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선박 공급 확대가 더 크게 맞물릴 경우, 선가 상승 여력은 그만큼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경쟁 환경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시간이 갈수록 중국 조선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해가고 있다. 2026년 3월 기준 글로벌 수주량(CGT 기준)에서 중국은 64%, 한국은 19%를 차지했다는 게 클락슨리서치 측 집계다. 중국은 최근 60%대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업계는 중동 변수를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로 전쟁 보험료가 최대 12배 수준까지 급등하고, 일부 항로 운임이 상승하는 등 해상 운송 환경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선사들의 운항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신규 발주 관망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업황이 급격히 꺾이는 국면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 선종 수요가 여전하고,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까지 커지는 만큼 시황 방어가 가능하다는 시각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최근 국내 조선사들은 LNG선 등 일부 고부가 선종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대신, 탱커·컨테이너선 등은 중국에 넘겨준 상황”이라면서 “앞으로도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기술 경쟁력 강화와 함께 생산성 개선, 정책적 지원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염재인 기자 yj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