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 당신은 누구십니까] 해외는 ‘공개·선택’, 한국은 ‘정보 공백’

박명호·박지우 2026. 4. 1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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⓹完: 유권자는 후보를 안다
독일·북유럽, 후보 명단·이력 사전 공개
개방형 명부로 개인 선택 가능
“한국은 공보 의무 없어 정보 비대칭”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사진=ChatGPT

비례대표 후보에 대한 정보 공개와 유권자 선택권 보장을 둘러싸고 한국과 해외 제도 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독일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운영하면서 각 정당의 후보 명단과 순번을 선거 전에 공개하고 있다. 유권자는 정당에 투표하지만, 동시에 어떤 인물이 당선될지를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 후보자의 이력과 경력 정보도 정당과 선거관리기관을 통해 제공된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개방형 명부 방식을 채택해 유권자가 정당뿐 아니라 후보 개인에게도 투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같은 정당 내에서도 개인 득표에 따라 당락이 결정된다.

영국과 캐나다는 당원 참여 경선과 공개 절차를 통해 공천 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정당은 후보 정보와 검증 자료를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국가들은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후보 정보 공개와 유권자의 인물 선택을 전제로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제도상 정보 제공 장치가 있으나 실효성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비례대표 후보 선거공보를 정당이 '작성할 수 있다'고 규정할 뿐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유권자가 후보 정보를 충분히 접하기 어려운 '정보 비대칭'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선거 현장에서도 한계는 반복된다. 광역·기초의회 선거 모두 단체장 중심 공보물에 비례대표 후보는 부수적으로 배치되는 경우가 많아 유권자 인식에서 밀려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방의회 의원 선출 방식 개선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제도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대표적으로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여야 후보 모두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공약했으나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제도 개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입법 단계에서 멈춰 서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2022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정치 대전환, 완전비례제로 디자인하자' 토론회에서 문우진 아주대학교 교수는 '개방명부 중층 비례대표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개방명부 제도가 개인표 의존 구조를 강화하고 같은 정당 후보들이 서로 경쟁해 무소속 후보의 당선을 도와주는 단기비이양식 선거제도와 달리, 같은 정당 후보들의 표가 정당표로 합산되어 군소정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증가시킨다고 진단했다.

문 교수는 "유권자가 비교적 작은 선거구에서 후보에게 직접 투표하도록 하되, 더 큰 선거구 단위에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라며 "유권자 선호를 반영하면서도 비례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같은 정당 후보 표를 정당 득표로 합산해 군소정당의 진입을 촉진하고, 이른바 '기호 효과'도 완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공천 구조 개선과 비례대표 확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현출 건국대학교 교수는 "공천 과정의 민주화가 핵심"이라며 "현재 약 10% 수준인 비례대표 비율로는 대표성 보완이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청년·여성 등 생활정치와 밀접한 주체들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천이 필요하다"며 " 인구소멸지역 정책을 고령 정치인이 설계하는 구조에서는 현실성 있는 대안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비례대표 정수를 확대하고 역할을 강화하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지만, 결국 국회가 법과 제도를 바꾸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유권자들의 요구도 분명하다. 직장인 김모(45) 씨는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의회에 들어가는지 알고 선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방의회가 주민 삶과 직결된 의사결정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비례대표 후보는 여전히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지방의회 비례대표제의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후보 정보 공개 의무화와 공천 과정의 투명성 확보 등 대의민주주의의 비례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적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명호·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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