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탓 원자재 쇼크 현실화…도로 확장·포장 지연
도로 확장 및 건설 지연 등 차질 빚어져
나프타 수급 차질에 레미콘 출하량도 감소
정부, 중동전쟁 여파에 건설업계에 6천억 지원


"공사가 멈추니 손님도 끊겼습니다. 장사하는 입장에선 답답할 따름이죠." 16일 오전 대구 북구 만평네거리~노원네거리 도로 확장공사 현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6)씨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중동전쟁 여파로 아스팔트 수급이 꼬이면서 공사가 멈추는 바람에 공사장 인부들의 발길도 끊겼기 때문이다. 주민들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인근 주민 최숙현(66)씨는 "차도 사람도 많이 다니는 곳인데, 공사가 중단돼 불편이 크다"며 "하루빨리 공사가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동전쟁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도로 확장공사와 포장공사 현장 곳곳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아스팔트 가격이 두 달 새 큰 폭으로 오르면서 공사비 부담이 커진 데다, 나프타 수급 차질로 레미콘 공급 문제까지 겹치며 건설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스팔트 수급난으로 도로 공사 지연
중동전쟁 여파로 원유 수급이 흔들리면서 아스팔트의 가격 급등과 공급 차질이 빚어지자, 도로 건설 및 정비 사업이 줄줄이 타격을 받고 있다. 이미 진행 중인 공사가 일시 정지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또한 긴급하지 않은 도로 공사의 경우 공사 기한이 미뤄지고, 발주 시기도 늦춰지고 있다.
16일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당 800원이었던 아스팔트 가격이 이달 들어 1천300원까지 뛰었다.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잔유물인 아스팔트는 아스콘(아스팔트 콘크리트)의 원료다. 하지만 최근 원유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아스팔트의 가격이 급등하고, 생산량 부족 현상으로 인해 수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대구경북아스콘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중동전쟁 여파로 아스팔트가 품귀 상태라 공급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상황"이라며 "현재는 기존 재고로 버티고 있지만, 5월이 되면 재고가 떨어져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스팔트 가격이 오르고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면서, 대구에서 도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발주 시기가 늦춰지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만평네거리~노원네거리 구간 도로 공사 현장에는 장비가 세워진 채 작업이 멈춘 상태였다.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 아스콘 수급 차질로 동구 파티마병원~북구 유통단지 도로 1단계(확장) 건설 등 3개 도로 개설공사가 일시 정지되거나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진행할 예정이던 도로 포장 보수공사 28건 중 25건은 아스콘 수급이 안정될 때까지 발주 시기를 재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프타 수급 차질로 레미콘 출하량 '뚝'…건설업계 비상
중동발 원재자 수급 불안은 레미콘 출하량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나프타 공급 차질과 시멘트 및 골재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레미콘 생산이 위축되고, 결과적으로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물량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레미콘 출하량은 약 9천300만㎥로 잠정 집계됐다. 십수 년 만에 1억㎥선이 무너진 것이다. 2021년 1억4천591만㎥와 비교하면 30% 이상 감소했다. 설상가상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란의 '강 대 강' 대치로 인해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출하량이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지역의 한 레미콘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수급이 불안하다 보니 생산을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고, 이로 인해 출하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정부와 석유화학기업이 나프타 수급을 직접 관리하기로 하면서 당장의 생산 중단 고비는 넘겼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한계점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나프타는 레미콘 이외에도 아파트 내장재와 단열재, 스티로폼, 우레탄 등 주요 건축자재의 원료인 폴리우레탄과 폴리스틸렌 생산에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중동전쟁 여파로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비상이 걸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자재수급지수는 74.3으로, 전월 대비 16.7포인트 하락했다. 설상가상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장기화 탓에 나프타 수급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전반적인 원재료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역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스팔트와 레미콘이 동시에 흔들리면 공사 일정 자체가 밀릴 가능성이 크다"며 "자재비 급등 상황을 반영해 공사비 조정이나 공기 연장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즉각 대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중동전쟁 여파로 원자재 수급 차질과 공사비 상승 우려가 커지며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가 확산되자, 정부가 특별융자와 보증료 인하를 포함한 금융지원 패키지를 본격 시행한다. 국토교통부는 16일 건설·금융업권 합동간담회 후속 조치로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협력해 건설업계 금융부담 완화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건설공제조합과 전문건설공제조합은 각각 3천억 원 규모의 특별융자를 운영하며, 조합원당 최대 지원 한도는 각각 1억 원과 5억 원으로 책정됐다. 금리는 연 2%대 후반에서 3%대 초반 수준으로 설정돼 시중보다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자금난을 겪는 건설사들의 숨통이 다소 트일 전망이다.
권영진 기자 b0127kyj@idaegu.com
서고은 기자 goeunseo@idaegu.com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