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군사력 세계 5위 아니다 [이준희 칼럼]

2026. 4. 1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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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전쟁으로 타격받은 건 에너지 공급망뿐이 아니다.

한국은 미국이 보호할 나라가 아니라 스스로를 책임져야 할 강력한 부국이라는 인식의 확장이다.

주한 전략무기들을 빼내고, 파병까지 요구하는 건 거꾸로 한국을 미국의 가용 전략자산으로 본다는 의미다.

핵과 전략미사일을 넣은 북 군사력은 우리의 몇 배 위라고 단언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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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전이 바꾼 한반도 안보환경
독자적 대북억지력 확보 아직 멀다
자주국방 전제는 냉정한 사실인식
이재명 대통령이 3월 2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59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미·이란 전쟁으로 타격받은 건 에너지 공급망뿐이 아니다. 진짜 급해진 건 완전히 바뀐 우리 안보환경이다. ‘동맹 현대화’가 다른 게 아니다. 미국의 대북억지 공동책임 방기다. 한국은 미국이 보호할 나라가 아니라 스스로를 책임져야 할 강력한 부국이라는 인식의 확장이다. 주한 전략무기들을 빼내고, 파병까지 요구하는 건 거꾸로 한국을 미국의 가용 전략자산으로 본다는 의미다. 동맹의 기준점이 달라졌다.

안보환경 악화 이유는 또 있다. 미국은 도 넘은 이기적 행태에다 이번에 노정된 군사능력의 한계로 그동안 자임해온 국제질서 관리자로서의 신뢰를 잃었다. 이러면 미국에 개의치 않는 모험주의적 군사행동이 잦아지게 된다. 북한이 그 위험국 리스트의 앞줄에 있음은 물론이다.

여기서 냉정해야 할 건 북한 군사력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통합방위회의에서도 “북한 GDP의 1.4배나 국방비를 지출하며 세계 5위 군사력을 가진 대한민국”이라며 자주국방의 자신감을 거듭 피력했다. 실제 그런가.

단도직입하자면 ‘한국 군사력 5위’는 전형적 국뽕이다. 한용섭 전 국방대 부총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영·수를 뺀 전교 5등’이다. 재래식 전력 비교는 의미 없다는 뜻이다. 핵과 전략미사일을 넣은 북 군사력은 우리의 몇 배 위라고 단언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방산기술과 생산력은 귀중한 국방자산이나 고도의 비대칭 전력을 추구하는 북한에 대한 억지력은 제한적이다. 더욱이 이 순위를 내는 글로벌파이어파워(GFP)는 세계적으로 객관성과 신뢰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정체불명의 민간단체다. 유튜버, 블로거들이나 좋아할 엔터테인먼트적 순위에 가깝다는 말이다.

이보다 더한 착시가 남북 군사비 차이다. 지난해 우리 국방비 61조 원은 북한 추정군사비 15조~20조 원의 3, 4배다. 그러나 우리 국방비의 70%는 인건비, 시설유지관리비고 나머지 18조 원이 방위력 개선에 쓰인다. 그것도 주로 전차 전투기 함정 등 고비용 재래식 무기체계에 투입된다. 반면 인건비 따위가 의미 없는 북한은 군사비 대부분이 전력 유지증강에 들어가고 내용도 핵·미사일 외에 저비용 고효과의 사이버 전력과 무인무기체계, 특수전 확충용이다. 실질 군사비 총액에 차이가 없을뿐더러 북한의 쓰임새가 더 효율적인 실전용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북한이 ‘핵을 가진 군대’에서 ‘핵을 쓰는 군대’로 진화 중이라고 분석했다. 전자기 공격과 전력망 교란, 집속탄을 활용한 초토화, 드론과 보병·기갑을 결합한 종합타격 등 우리 방어체계를 무력화할 핵·재래식 통합작전능력을 갖춰가고 있다는 경고다. 그래서 군사비 절대우위론도 자기도취에 가깝다.

국부(國富)와 삶의 질을 놓고 벌인 북한과의 체제경쟁은 예전에 끝났으되 체제생존 싸움은 전례 없이 위험해진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 위기상황 관리에선 군통수권자부터 정확한 현실인식이 전제다. 그래야 전쟁양상 급변에 조응하는 군 구조와 훈련체계 개편, 실질적인 민관군 통합방위체계 구축, 고가의 전시(展示)용 위주인 장비확충순위 재설정 등의 전면적 대처가 가능해진다.

나아가 낭만적 대북접근 방식도 바꿔야 한다. 힘의 우위를 장담 못 하는 상태에서 무조건적 선의 포용은 무력한 양보나 굴종이다. 같은 무인기 침투 도발에 대한 일방적 사과, 한미연합훈련 축소, DMZ 경계병력 감축 같은 자해적 유화책이 그런 것들이다. 선의는 강자의 덕목이다. “그럼 한판 뜰까”가 아니라 원칙적인 등가(等價) 대응이 적이 함부로 못 하도록 하는 데 더 효과적이란 뜻이다. 우리 국방력은 아직 여유 부릴 만한 단계에 와있지 않다.

이준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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