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체 피부로 만든 스킨부스터 ‘리투오’ 규제 사각지대…복지부·식약처 “보완책 검토 중”
임상·허가 없이 유통…“의료기기와 형평성 문제” 지적
사망자 기증 피부, 미용 목적 활용 윤리성 논란도
정부 “표시·광고·부작용 관리 등 기준 마련 검토”

최근 인체조직을 활용한 스킨부스터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안전성 입증 부족과 윤리적 논란은 여전한 상황이다. 관련 규제가 부재해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도 제도 보완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권동주 법무법인 화우 바이오헬스센터장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K-바이오헬스 포럼’에서 “다른 의료기기는 수년간 임상시험과 막대한 투자를 거쳐 허가를 받는데, 일부 인체조직 유래 제품은 상대적으로 느슨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인체조직의 미용 목적 사용을 둘러싼 제도 공백과 규제 필요성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인체조직 기반 스킨부스터가 임상시험이나 품목허가 없이 유통되고 있는 현행 제도의 허점과 기증 취지와 어긋나는 활용에 대한 윤리적 문제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특히 임상 검증 없이 유통되는 제품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논란의 중심에는 최근 피부 미용 시술에 사용되는 ‘세포외기질(ECM) 스킨부스터’가 있다.
ECM 스킨부스터는 사망자가 기증한 피부 조직에서 세포외기질을 추출해 분말화한 뒤 식염수에 희석, 주사기로 피부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다. 회당 시술 비용은 약 60만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제품이 사실상 인체에 주입되는 시술임에도 불구하고, 임상시험이나 품목허가를 거치지 않았고 이상사례 보고 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인체조직을 원료로 한 제품이 의료기기나 의약품이 아닌 ‘인체조직’으로 분류되면서 별도의 규제 체계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임상시험이나 제품 단위 허가 없이도 시장에 유통될 수 있어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는 스킨부스터 가운데 일부 제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다. 예컨대 파마리서치의 ‘리쥬란’, 바임(VAIM)의 ‘쥬베록’ 등은 수년간 임상시험과 대규모 투자를 거쳐 4등급 의료기기로 허가를 받았다.
반면 현재 인체조직 기반 ECM 스킨부스터 인기의 중심에 있는 엘앤씨바이오의 ‘리투오’는 인체조직 유래 제품이라는 이유로 별도의 의료기기 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단체 역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람 몸에 직접 주입되는 시술이라는 점에서 동일한 안전성·유효성 검증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관리 체계 공백도 문제로 지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는 소관 영역을 이유로 명확한 규제 책임을 나누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문제가 제기됐지만 제도 개선은 지연된 상태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도 국내 관리 수준은 미흡하다는 평가다. 미국은 인체 유래 물질을 단순 인체조직으로 분류하려면 최소한의 조작과 동종 사용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이를 벗어날 경우 생물학적 제제에 준하는 시판 전 허가를 요구한다. 유럽 역시 인간 조직 기반 제품에 대해 표준화된 품질관리 시스템과 문서화, 제3자 관리체계를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ECM 스킨부스터는 이 같은 수준의 관리 체계가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기증자와 유족, 시술을 받는 소비자 모두 해당 조직이 어떤 방식으로 활용되는지 충분히 알지 못하는 구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리적 논란도 적지 않다. 인체조직 기증은 원래 화상이나 창상 치료 등 환자의 생명과 기능 회복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이를 미용 시술에 사용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강소비자연대는 “기증자와 유족은 치료 목적 사용을 전제로 기증을 결정하는데, 실제로는 프리미엄 미용 시술 등에 활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센터장도 ▲미용 목적 사용 금지 명문화 ▲의약품·의료기기 허가 체계 편입 ▲전수 점검 실시 ▲기증자 고지 의무 강화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실제 국민 인식도 규제 강화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동한 숙명여대 교수가 전국 성인 10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인체조직의 미용 목적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하거나 강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응답은 60.9%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재생의학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인체조직 활용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함께 안전성·윤리 기준을 명확히 하는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인체조직의 미용 목적 사용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자 제도 정비를 검토하고 있다. 표시·광고 규제 강화와 부작용 보고 체계 개선, 사용 목적 관리 등을 중심으로 한 보완책이 논의되는 상황이다.
김희선 보건복지부 혈액장기정책과장은 “현재 복수의 의원실과 함께 인체조직 활용에 대한 규제 수준을 놓고 입법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다만 일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가 기존 조직 이식 등 치료 목적 활용까지 위축시키지 않도록 규제 범위와 수준을 신중하게 설정하겠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인체조직을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에서 제도 보완 방안을 검토 중이다.
임상우 식품의약품안전처 첨단바이오의약품TF팀장은 “인체조직은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처럼 효능·효과를 전제로 허가를 받는 품목이 아니라, 안전성과 이식 적합성을 중심으로 관리되는 영역”이라며 “이 같은 특성상 현행 법체계에는 광고나 사용 목적에 대한 직접적인 규율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임 팀장은 “표시·광고 관리 강화와 조직은행의 사용 목적 관리, 부작용 보고 체계 개선 등 제도 보완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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