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버거킹·웬디스…햄버거 회사 CEO들 ‘먹방 大戰’ 벌어진 이유는?

서유근 기자 2026. 4. 16.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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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비즈니스 인사이트
성장 정체된 美 햄버거 시장
젊은층 소비 감소세 ‘심각’
“경쟁사 공격해야 산다”
성장판 열려있는 중국선 확장 공세도
그래픽=김의균

맥도날드 최고경영자(CEO)의 ‘맛없는 한 입’이 세계 버거판을 흔들었다. 지난달 크리스 켐프친스키 맥도날드 CEO가 자사의 신제품 ‘빅 아치 버거’를 시식하는 짧은 영상을 올렸다. 물론 제품 홍보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너무 작고 맛없게 억지로 먹는다”는 비판과 함께 온라인에서 조롱거리로 번졌다.

이후 몇 시간 만에 경쟁사 CEO들이 카메라 앞에 섰다. 톰 커티스 버거킹 북미 지역 사장은 자사 대표 메뉴 ‘와퍼’를 크게 베어물고 맛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영상을 올렸다. 이어 웬디스 미국 사장 피트 쉬어컨도 자사 대표 메뉴 ‘베이컨네이터’를 흡입하듯 먹는 영상을 올렸다.

중소 프랜차이즈들도 이 사건을 기회로 적극 활용했다. 골드스타칠리의 로저 데이비드 CEO 역시 자사 햄버거를 먹는 영상을 올렸고, A&W는 홍보 모델로 활동한 배우 알렌 룰루의 시식 영상을 공개했다. 잭인더박스는 마스코트가 햄버거를 먹으며 맥도날드를 겨냥해 조롱하는 듯한 영상을 올렸다.

이처럼 켐프친스키 CEO의 ‘먹방’은 의도치 않게 글로벌 프랜차이즈 경영진들을 링 위로 끌어올리며 ‘먹방 대전(大戰)’으로 번지게 했다. 경쟁사들은 남의 실수를 이용해 화제성을 가로챘다. 왜 이렇게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들었을까.

◇성숙한 시장, 치열한 경쟁

이번 ‘먹방 대전’의 바탕에는 성숙 단계에 접어든 미국 시장의 성장 둔화가 자리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IBIS월드에 따르면 미국 햄버거 시장은 2020년 1476억달러에서 지난해 1736억달러로 커졌다. 연평균 3.3% 성장한 셈이다. 올해는 2.3% 늘어난 1777억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 같은 2~3%대 성장은 미국의 햄버거 시장이 이미 완숙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나타낸다. 최근 수년간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정체된 상태로도 볼 수 있다.

프랜차이즈 햄버거를 덜 찾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급증한 외식 비용이다. 지난해 미국의 외식 물가는 식재료비와 인건비가 동반 상승하며 전년 대비 4.1% 올랐다. 이는 식료품 물가 상승률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로이터는 “생활비 부담 증가로 집에서 식사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미국 패스트푸드 체인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이전 세대와 달리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 패스트푸드 인기가 줄었다는 점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요식업 전문지 푸드앤와인에 따르면, 햄버거 주요 소비층인 Z세대의 패스트푸드점 소비는 지난 2년간 19%포인트 감소했다.

이런 이유로 맥도날드, 버거킹, 웬디스 등 점포 수 기준 ‘빅3’인 햄버거 프랜차이즈의 최근 성장세는 더디다. 맥도날드의 매출은 2023년 255억달러에서 지난해 269억달러를 기록해 연 2%대 성장에 그쳤고, 웬디스는 21억8200만달러에서 21억7700만달러로 소폭 감소했다. 버거킹은 2024년 14억5100만달러에서 지난해 15억1400만달러로 4%가량 매출이 성장했다.

이런 흐름은 주가 움직임에서도 드러난다. 맥도날드의 주가는 최근 3년간 등락을 반복하며 3년 전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버거킹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레스토랑브랜즈인터내셔널의 주가도 최근 3년간 60~80달러 사이에서 횡보하고 있다. 같은 기간 웬디스 주가는 3분의 1토막이 났다.

실적 부진에 따라 웬디스는 전체 매장의 5%에 해당하는 매장 300여 곳을 올해 상반기 내에 폐쇄할 계획이다. 잭인더박스도 재무 상태 개선을 목표로 지난해 4분기에 매장 47개를 정리하기도 했다.

◇경쟁자를 공격해야 산다

이처럼 파이가 한정된 정체된 시장에서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생존 전략은 결국 ‘경쟁사 점유율 빼앗기’가 됐다. 이 같은 배경 아래 점유율을 빼앗기 위해 서로 물고 뜯는 방식의 경쟁을 펼쳐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버거킹은 2018년 고객이 맥도날드 매장 600피트(약 182m) 이내에 있을 때 버거킹 앱을 실행하면 와퍼를 단돈 1센트에 근처 매장에서 먹을 수 있는 쿠폰을 지급했다. 맥도날드로 가던 손님의 발길을 버거킹 매장으로 돌리겠다는 취지다. 9일간 진행된 이 이벤트로 앱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한 것은 물론, 소셜미디어상 언급 818% 증가 등 4000만달러에 달하는 홍보 효과를 거뒀다.

웬디스는 더 노골적이다.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경쟁 업체들을 직접 비판한다. 맥도날드가 ‘신선육 도입’을 홍보하자 웬디스는 맥도날드를 공개 언급하며 “그럼 여전히 대부분의 버거는 냉동 패티를 쓰는 거냐”고 묻는 식이다. 맥도날드가 실수로 블랙프라이데이 홍보 트윗을 엉망으로 올렸을 때는 “트윗이 맥도날드의 아이스크림 머신만큼 고장 났다”고 조롱하며 ‘맥도날드 아이스크림 머신은 늘 고장’이라는 밈(meme·인터넷 유행)을 확산시켰다.

세 업체는 치킨게임도 서슴지 않는다. 맥도날드가 2024년 6월부터 5달러짜리 세트 메뉴 판매를 예고하자, 버거킹은 햄버거와 너겟, 감자튀김, 음료로 구성된 5달러짜리 세트로 맞불을 놓으면서 맥도날드가 예고한 시점보다 먼저 판매를 시작했다. 이에 맥도날드는 당초 4주로 정했던 이벤트 기간을 추가로 두 달 연장하며 응수했다. 이에 질세라 웬디스는 가격을 더 낮춰 3달러짜리 아침 세트를 내놓기도 했다.

◇중국에선 농촌으로 확장

여전히 성장판이 열려 있는 세계 2위 소비 시장인 중국에서는 미국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들이 점포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다소 다른 전략을 쓰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농촌 지역에서의 성장세가 폭발적이다. 현재 중국에 7000개 매장을 보유한 맥도날드는 향후 3년간 매장 3000개를 새로 오픈할 계획이다. 이 중 대다수가 농촌 지역 매장이다. KFC 역시 같은 기간 4000개 이상 오픈할 계획이며, 버거킹, 도미노피자, 피자헛, 서브웨이 등도 농촌 지역으로 공격적 확장을 펼치고 있다. 중국 대도시에는 이미 버거·치킨 가게가 포화 상태인 반면, 인구의 약 3분의 2가 사는 외곽에는 매장이 적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들의 농촌 확산 경쟁 이면엔 현지 자본이 자리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는 미국이지만, 중국 맥도날드는 현지 자본인 중신캐피털의 지분 비율이 크고, KFC와 피자헛을 소유한 얌그룹은 별도 현지 법인에서 중국 사업을 운영하는 등 중국 자본의 영향력이 크다.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많은 서구 브랜드가 몸집을 줄이고 있는 환경에서도 중국계 투자자들은 수천 개 매장을 열 자본을 기꺼이 대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이는 일종의 도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제이 라우 S&P글로벌 애널리스트는 “농촌 지역에서 살아남으려면 생활 수준에 맞는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신뢰할 만한 공급망을 구축해야 하는데, 이는 비용을 늘리고 마진을 더 압박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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