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커머스 총동원령...CJ는 프로야구를 사랑해? [엔터코노미]
이해정 기자 2026. 4. 16. 16:34

콘텐츠 산업이 '만드는 이야기'에서 '발생하는 이야기'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제작비는 치솟고 흥행은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워진 가운데, 매일 새로운 서사가 만들어지는 한국 프로야구(KBO) 리그가 대안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특히 CJ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주요 플랫폼들이 일제히 야구에 주목하며 '이용자 홈런'을 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CJ CGV는 최근 KBO 리그 경기를 극장에서 생중계하며 스포츠 콘텐츠 확대에 나섰다. 특정 영화가 아닌 프로야구 경기를 상영작으로 편성한 것은, 극장이 더 이상 완성된 콘텐츠만을 소비하는 공간에 머물지 않겠다는 전략적 변화로 읽힌다. 서울·인천·대전·광주 등 주요 거점에서 동시 상영을 진행하며 단발성 이벤트를 넘어 정기 편성 가능성까지 타진하는 분위기다.
멀티플렉스 업계는 이미 축구 국가대표 경기, 해외 축구 리그, 콘서트, e스포츠 등 다양한 라이브 이벤트 상영을 시도해 왔다. 영화 개봉 일정이나 특정 작품의 흥행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크게 좌우되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수익 다각화 시도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관람 습관이 변화하면서, 극장은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공간을 넘어 함께 경험하는 공간으로의 전환 필요성이 커졌다. 실시간으로 결과가 바뀌는 스포츠는 이러한 변화와 맞물려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KBO는 극장 전략과도 맞아떨어진다. 경기 수가 많아 상영 편성의 유연성이 높고, 특정 팀을 중심으로 한 팬덤이 형성돼 있어 지역별 수요 대응이 가능하다. 주말 경기나 라이벌전, 포스트시즌 등 이벤트성이 높은 경기의 경우 극장 관람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도 충분하다. 영화와 달리 결말을 알 수 없다는 점 역시 반복 관람을 유도하는 특징이다.
장지연 CJ CGV 콘텐츠운영팀장은 "극장의 대형 스크린과 사운드를 통해 야구 경기를 더욱 생생하게 즐기려는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현장 못지않은 몰입감을 제공하는 중계를 통해 극장에서의 색다른 관람 경험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에서도 확인된다. CJ의 OTT 자회사 티빙은 KBO 뉴미디어 중계권을 기반으로 전 경기 생중계는 물론 하이라이트, VOD까지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월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전월 대비 9.4% 증가했고, 일간활성이용자(DAU)는 16% 이상 늘었다. 특히 DAU 증가폭이 더 크다는 점은 KBO의 콘텐츠 특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몰아보기가 빈번한 예능이나 드라마와 달리, 이용자를 매일 플랫폼에 접속하게 만드는 구조라는 의미다.
KBO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정해진 대본과 결말이 있는 작품이 아니라, 경기 결과와 순위 경쟁, 선수 기록이 실시간으로 갱신되는 '진행형 서사'라는 점이다. 하루에도 여러 경기가 열리고 시즌 내내 수백 경기가 이어지며 이야기가 누적된다. 별도의 기획 없이도 경기 일정 자체가 콘텐츠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제작 부담을 크게 줄이며, 또 시청 규모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용자가 응원팀 경기 일정에 맞춰 자연스럽게 접속하고, 특정 시간대에 소비 패턴이 고정되기 때문이다.
플랫폼 친화성도 뚜렷하다. KBO는 약 6개월간 이어지는 정규 시즌 동안 팀당 144경기가 진행되며, 거의 매일 경기가 열린다. 트래픽이 특정 시점에 집중되지 않고,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의미다. 체류시간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한 경기당 평균 2~3시간에 달하는 시청 시간은 이용자를 플랫폼에 오래 머물게 만들고, 이는 광고 노출 확대와 추가 콘텐츠 소비,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 등으로 이어지는 '질적 이용 확대' 효과를 만든다.

이 같은 흐름은 커머스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CJ온스타일은 KBO를 활용한 굿즈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데, 10개 구단과 협업해 출시한 굿즈는 지난 12일까지 누적 판매량 2만5천개를 넘어섰다. 특히 출시 당일 주문액이 목표치를 333% 초과 달성했고, 앱 유입 고객 중 신규 고객 비중이 65%에 달했다. 같은 날 해당 앱의 인기 랭킹 상위 10개 중 7개를 KBO 굿즈가 차지하기도 했다. 인기 구단의 마스코트를 적용한 오덴세 스트로우 커버 세트는 오픈 1분 만에 완판됐다. 이처럼 폭발적인 성과는 비즈니스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팬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확산시키는 '팬덤 커머스'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KBO 콘텐츠라도 플랫폼에 따라 이용 방식이 달라지는 모습이다. 온라인에서는 개인화된 시청 경험이 강화되고, 극장에서는 집단 관람을 통한 현장감이 강조된다. 커머스 영역에서는 팬심이 곧 상품 구매로 이어지는 양상이 나타난다. 이에 사업자들은 하나의 스포츠 IP를 각 플랫폼 특성에 맞게 재가공하며 서로 다른 수익 모델로 확장하고 있다.
같은 KBO 콘텐츠라도 플랫폼에 따라 이용 방식이 달라지는 모습이다. 온라인에서는 개인화된 시청 경험이 강화되고, 극장에서는 집단 관람을 통한 현장감이 강조된다. 커머스 영역에서는 팬심이 곧 상품 구매로 이어지는 양상이 나타난다. 이에 사업자들은 하나의 스포츠 IP를 각 플랫폼 특성에 맞게 재가공하며 서로 다른 수익 모델로 확장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야구의 인기를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 콘텐츠 산업 전반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 즉 높은 제작비와 불확실한 흥행 구조에 대한 대응 전략이 반영된 결과라는 점에서다. 수백억원이 투입된 작품이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손실이 사업자에게 집중되는 구조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라이브 콘텐츠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한계도 존재한다. 스포츠 콘텐츠는 시즌 의존도가 높고, 팀 성적이나 이슈에 따라 관심도가 크게 변동할 수 있다. 시즌 종료 이후 이용자 이탈을 어떻게 관리할지, 스포츠로 유입된 수요를 다른 콘텐츠나 상품 라인업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도 과제로 남는다.
이해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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