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최고 투자전략가 “없던 걸 가능케 하는 혁신 기업에 주목하라”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 인터뷰
피셔 가문 투자 철학은 ‘역발상 투자’
서학개미 유턴에 “쏠림 경계해야”
“삼전·하이닉스와 나머지 한국증시, 별개로 봐야“
”에너지 충격, 결국은 끝나…공포는 늘 과장된다"

4060억 달러, 한국 돈으로 약 600조원을 굴리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독립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켄 피셔(75)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은 여느 억만장자 투자자와는 사뭇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을 예측하기보다 통념이 틀릴 가능성을 파고드는 ‘역발상 투자 철학’을 고수한다는 점, 직접 고객들의 질문을 받아 동영상으로 답변을 해주고 전 세계 20여개 유력 매체에 매월 정기적으로 자신의 투자 철학을 기고하는 등 대중에 활짝 열려 있다는 점에서다.
두 사람 이상이 모이면 주식 얘기를 하는 시대, 부동산에서 주식으로 국민의 관심이 옮겨가는 때 그가 한국을 찾았다. 지난 10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 사옥에서 만난 켄 피셔 회장은 “역사적으로 볼 때 기술을 개발한 사람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이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비즈니스가 돈을 벌었다”며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비즈니스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여기에 투자하라”고 말했다.
2019년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한 피셔인베스트먼트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7년 만에 4배 넘게 불어났다. 한국인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도 피셔인베스트먼트에 돈을 맡기고 있다. 그는 “내가 어렸을 때 유망했던 종목은 대부분 사라졌다. 자본주의의 아름다움 중 하나는 오래된 것은 지고, 새로운 것이 피어난다는 점”이라며 “대부분은 현재 상태에서 최선이 뭔지 고민하고 이걸 따르려고 하지만, 최고가 되려면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야 한다. 경쟁자들이 아직 안 하는 새로운 것을 계속 찾으려 한다는 것, 이게 내 성공 노하우라면 노하우”라고 말했다.
WEEKLY BIZ는 월스트리트 최고 투자 전략가이자 투자 사상가인 켄 피셔에게 최근 세계 주식시장과 한국 시장, 그의 투자 철학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란 전쟁과 주식시장
-중동 사태가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한국과 일본처럼 중동산 석유에 의존하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본다. 이란은 경제 규모가 크지 않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내가 성인이 된 이후 8번의 에너지 중심 전쟁은 결국 잘 해결됐다. 물론 유가 변동에 따른 충격은 있을 수 있다. 전쟁이 발발하면 유가는 급등하고, 자본 시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격에 반영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시장은 상황이 최악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유가는 내려가고 증시는 우상향한다. 매번 그래 왔다. 공포는 늘 과장된다.”

-결국 사태가 해결될 것이란 얘기인가.
“서방의 기술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한국과 북한을 비교해보라. 북한의 핵 능력을 제외하면 북한이 한국에 대적할 기술은 없다시피 한다. 한국은 F-35 같은 첨단 무기가 있지만 북한은 오래된 소련 무기뿐이다. 이란의 기술력도 작은 모기처럼 짜증 나는 수준이다. 화력으로 맞붙으면 서방에 대적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양보할 수밖에 없다.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등 주변 산유국들도 서방의 동맹이지 않나. 이란은 이들을 인질로 삼을 수 없고,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 통행을 허용하게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에너지를 둘러싼 전쟁은 시장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선거 이후 벌어질 일들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 임기의 중반쯤 중간선거가 찾아온다. 지난 125년 동안 여당이 야당을 크게 이긴 경우는 2번뿐이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하원에서 승기를 거둘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정치는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뺏어서 다른 이에게 주는 것이다. 적이 생길 수밖에 없다. 대통령들조차 당선되면 출신 당이 중간선거에서 밀릴 걸 알기 때문에, 모든 큰 법안은 대통령 임기 첫 2년 안에 통과된다. 후반부 2년은 중간선거에서 야당에 밀려 정책을 주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중간선거가 있는 해는 이런 긴장감에 휩싸여 올해처럼 주식시장이 횡보하는 경향이 있다.”
-중간선거가 끝나면 어떻게 되나.
“중간선거가 있는 해의 4분기는 지난 125년 동안 85% 확률로 우상향했다. 대통령 임기 3년 차인 이듬해 1분기는 95%, 2분기는 89% 확률로 주가가 올랐다. 올해도 11월 이후에도 미국 주식시장의 흐름이 좋을 가능성이 크고, 미국과 한국 증시는 양의 상관관계가 있는 만큼 한국 증시도 위를 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번에는 다르다? 노, 전혀 다르지 않다”
-새로운 일이 발생하고 시장이 출렁이면 사람들은 ‘이번 만큼은 다르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당신은 이 생각이 틀렸다고 말해왔다. 지금도 이 생각은 유효한가.
“그렇다. 이란 사태를 봐도 마찬가지다. 전쟁이 터지고 유가가 치솟아도 강세장을 꺾지 못했다. 물론 늘 그렇듯이 강세장은 언젠가 끝나고 약세장이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강세장 속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도, 이란 전쟁도 강세장을 막지 못했는데 무엇이 막을 수 있을까. 이번에도 이런 일은 반복될 것이다. 전설적 투자자인 존 템플턴 경이 “영어에서 가장 값비싼 한마디는 ‘이번에는 다르다(This time it’s different)’이다’라고 했었다. 나 역시 동의한다. ‘This time it’s different’는 영어에서 가장 위험한 네 단어다. 현실은 항상 조금 다르게 보이지만, 긴 역사 속에서 볼 때 실제론 다르지 않다.”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버블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존 템플턴의 또 다른 유명한 말 중엔 ‘강세장은 비관에서 태어나 회의로 자라고, 낙관으로 성숙하고 황홀경에서 죽는다’가 있다. 버블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 자체가 황홀경이 오지 않았다는 증거다. 사람들이 버블이라고 생각할 때는 진짜 버블이 아니다. 진짜 버블은 모든 사람이 낙관에 젖어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할 때 나타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한국 증시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한국 대표 종목에 대한 평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국 증시의 ‘투톱’이다. 시장에서 산업 관련 종목은 크게 가치주와 성장주로 나뉘고, 가치주가 우세할 때와 성장주의 퍼포먼스가 좋을 때가 있다. 지금은 가치주에 주목해야 하는 시점인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가치주다. 한국 증시에 기대를 걸어볼만한 이유다.”(일반적으로 가치주는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종목을, 성장주는 현재의 실적보다는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높은 주식을 말한다.)

-가치주가 언제까지 각광받을까.
“당분간은 그럴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리더십은 절대적이지 않다. 지난 2022년부터 미국의 M7(대형 테크주 7개)이 시장을 이끌었지만 성장세만 놓고 보면 유럽 은행이 M7를 넘어섰다. 성장주가 주도하는 장 속에서도 가치주가 주목받을 여지도 있는 셈이다.”
-그간 해외 증시로 나갔던 한국 개인 투자자들 중 상당수가 국내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어느 나라 국민이든 자국 내 투자만 생각해선 안 된다. 늘 시선은 ‘세계’를 향해 있어야 한다. 글로벌 증시에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 국내 투자를 할 준비가 안 돼있다고 봐야 한다. 특정 국가의 증시가 장을 이끌 때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영원한 리더는 없다. 위험 회피를 위해서라도 글로벌 투자 비율이 가장 커야 한다. 국내 투자는 그다음이다.”
-미국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가?
“미국인·프랑스인·영국인 모두가 마찬가지다. 미국은 세계 최대 국내총생산(GDP)을 자랑하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지만, 미국 증시만 해도 성장주 비중이 과도하게 크다. 지난 2023~2024년처럼 성장주가 잘 나갈 때는 미국이 글로벌 증시의 리더로 활약한다. 하지만 지난해처럼 성장주가 뒤처질 때는 미국이 47개국 주가 지수 중 하위권에 속했다.”

-한국 투자자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하자면.
“한국 경제의 성장 스토리는 그 자체로 기적이다. 하지만 경제 상황과 주식 시장이 항상 같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투자하는 건 또 다른 얘기다. 비록 이들 반도체 종목이 한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만, 두 주식과 한국 증시 전체는 별개로 보는 게 맞다.”
◇피셔 패밀리의 투자 철학
-아버지 필립 피셔와 당신은 대를 이어 투자의 대가로 이름을 알렸다. 피셔 가족의 투자 철학 뿌리는 무엇인가.
“주식 시장은 비즈니스의 거울이고, 비즈니스는 새로운 과학 기술을 통해 우리 삶을 개선하는 일이다. 완전히 새로운 것이든 기존에 있던 것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입히는 일이든 ‘전에 없던 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모바일 기반 차량 호출 서비스 시장을 만든 우버가 대표적이다. 자본주의는 전에 없던 걸 만들어내는 데 본질이 있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한국과 북한은 오늘날까지도 닮아 있을 것이다. 결국 투자도 이런 자본주의의 본질을 이해하고, 비즈니스를 보는 눈을 기르는 데서 출발한다.”
-주식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 할아버지가 어릴 때만 해도 미국의 농업 인구는 전체 노동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오늘날 미국의 농업 생산량은 획기적으로 늘어났지만 노동력은 당시의 1.5%에 불과하다. 이 같은 ‘진보’는 궁극적으로 주식에 반영된다. 금이나 채권 투자만으로는 여기서 발생한 부가가치를 얻을 수 없다. 사람들은 변동성 때문에 주식을 싫어하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혁신의 대가가 가장 잘 반영되는 투자처는 주식이다.”
◇좋은 주식 고르는 법
-어떤 종목에 투자하면 좋을까.
“역사를 보면 기술을 개발한 사람이 돈을 버는 게 아니다. 세상에 등장한 기술을 잘 활용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인류의 삶을 혁신한 사람이 돈을 번다. 우버는 단순한 앱일 뿐이지만 택시와 승객을 이어주는 아이디어가 모든 걸 바꿨다. 삶을 획기적으로 바꿀 비즈니스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여기에 투자하면 된다.”
-당신의 포트폴리오엔 엔비디아 비중이 가장 많다.
“엔비디아는 현재 제품 생산을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있는데도 완판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흐름이 끊기는 순간 주가는 폭락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무엇이 엔비디아의 수요를 꺾을지는 현시점에서 예상이 어렵다. AI(인공지능) 산업에는 데이터센터와 반도체가 필수다. 수요가 줄어 엔비디아가 적정 가격에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는 한, 문제는 없다고 본다.”
-당신은 여전히 이사회 의장이자 최고투자책임자(CIO) 중 한 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당신만의 투자 노하우가 있다면.
“오늘(10일) 기준으로 운용자산이 4060억달러(약 600조원)다. 우리의 노하우는 경쟁자들이 아직 안 하는 새로운 것을 계속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쉽게 들리지만 제대로 할 수 있는 이는 별로 없다. 대부분 현재로서 최선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걸 그대로 따라 한다. 남들만큼만 하겠다는 마인드다. 하지만 최고가 되려면 늘 새로운 걸 찾아 나서야 한다. 자본주의 아름다움 중 하나는 낡은 것이 지고, 새로운 것이 피어난다는 점이다. 내가 어렸을 때 유망했던 종목은 대부분 사라졌다. 오래된 기업은 뒤처지고, 새로운 플레이어가 시장을 장악하게 되는 것이 자본주의의 생리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당신은 포브스에 33년간 칼럼을 게재한 ‘역대 최장수 칼럼니스트’ 기록 보유자이다. 조선일보 WEEKLY BIZ에도 7년 넘게 칼럼을 싣고 있다. 미디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는 이유는.
“투자는 그저 내가 하는 업의 일부다. 나는 사람들에게 세상을 더 잘 볼 수 있게끔 돕는 것도 나의 업이라고 생각한다. 저널리즘은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볼지 알려주는 일이다. 나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말하는 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란 걸 일깨워주고 싶다. 글을 쓰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은 나에게 즐겁다. 천성이 글쟁이다. 은퇴해서 손주들이랑 놀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손주들도 언젠가는 클 것이고, 다 커버리면 같이 놀기 재미없지 않나.”
-한국 투자자들을 위해 조언한다면.
“’사람은 돈으로 경험을 사고, 경험으로 돈을 살 수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투자금을 들고 시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 이 경험을 토대로 더 큰 돈도 벌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달리 말하면 그만큼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의 투자 성향, 종목을 고르는 눈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경험을 쌓는 대가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책을 읽고 강의 몇 개를 듣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늘 시장에 참여하면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 나가야 한다. 투자는 평생의 업(業)이다.”
☞켄피셔는 누구?

1958년 ‘위대한 기업에 투자하라(Common stocks and uncommon profits)’라는 책으로 현대 투자 이론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 필립 피셔 전 피셔앤컴퍼니 회장의 아들이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자신의 투자 스타일 일부가 필립 피셔에게서 왔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부전자전(父傳子傳), 켄 피셔 역시 ‘수퍼 스톡스(Super Stocks·1984년), ‘투자에서 중요한 단 세 가지 질문(The Only Three Questions That Count·2006년)’ 등 10여 권의 투자서를 집필해 투자 전략가이자 사상가로 활동 중이다.
아버지가 1999년 91세의 나이로 은퇴한 것처럼, 켄 피셔 역시 자신이 살아있는 한 회사 이사회 의장이자 전략가로 계속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서 ‘조선일보 머니’ 영상을 보시려면 다음 링크를 복사해서 접속해보세요. https://youtu.be/0fzB-4Q8uX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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