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트럼프 ‘초대형 개선문’ 설립 프로젝트, 반대 부딪힌 이유는

현정민 기자 2026. 4. 16.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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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76m로 세계 최대 규모 개선문 건설 추진
당초 구상보다 4배 이상 커져
참전용사 단체 거센 반발…“인근 묘지 경관 해쳐”
트럼프 “나를 위한 기념물” 발언에 상징성 논란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에 파리 개선문을 능가하는 초대형 개선문 건설을 추진하면서 법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15일(현지 시각)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16일 미국 독립 선언 250주년을 기념하는 개선문(Triumphal Arch) 건설 계획이 공개될 것”이라 발표했다.

캐럴라인 레빗 미 백악관 대변인이 워싱턴DC 건설 예정인 초대형 개선문의 건축 계획 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레빗 대변인에 따르면 이 건축물은 워싱턴DC 인근 버지니아주 포토맥강에 위치한 인공섬인 컬럼비아섬 메모리얼 서클 부지에 건립되며, 건국 250주년을 기념해 높이 250피트(약 76m)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백악관(21m), 파리 개선문(50m)과 더불어 아치형 개선문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진 멕시코시티 개선문(67m)을 훌쩍 뛰어넘는 높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당시 제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식 참석을 위해 파리 개선문을 방문, 이후 이 구조물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해 12월 언론 인터뷰에서 두 달 내 아치 건설을 시작하고 싶다고 밝히는가 하면, 같은 달 23일에는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금박을 입힌 대형 개선문 디자인 3종을 아무런 설명 없이 게시하며 개선문 설치를 시사한 바 있다.

문제는 개선문 규모가 당초 구상보다 4배 이상 커지면서 이를 둘러싼 반발이 확대됐다는 점이다. 앞서 구상 초기 개선문의 높이는 미 건국 연도인 1776년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76피트 규모로 논의됐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개선문보다 높은 문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최종 높이가 250피트까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설계 과정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평가다. 최종 설계를 맡은 건축가 니콜라스 레오 샤르보노는 금색 독수리와 사자 장식 등이 포함된 모델을 제시했는데, 이는 단순한 디자인을 제안한 경쟁 후보와 달리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러한 급속한 확대는 당초 개선문 건설을 제안했던 전문가들마저 등 돌리게 하고 있다. 2025년 보수 싱크탱크 클레어몬트연구소 기고문을 통해 개선문 건설을 지지했던 건축 평론가 케이츠비 리는 “기념비적 개선문이 없는 유일한 서방 수도 워싱턴에 60피트를 넘지 않는 기념 프로젝트를 구상했었다”면서도 “현재 부지에 비해 추진 중인 건축물은 규모가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했다.

대형 개선문이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의 경관과 상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전 용사 단체도 거센 반발을 표하고 있다. 버지니아 역사자원부에서 전 수석 건축사로 근무했던 칼더 로스는 “개선문은 묘지에 무례한 방해물이 될 것”이라며 “위치 자체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법적 분쟁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 단체는 의회 승인 없이 건설을 추진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1986년 제정된 ‘기념물법’에 따라 의회의 명시적 승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1920년대 알링턴 메모리얼 브리지 설계 승인 당시 ‘컬럼비아섬에 두 개의 기둥을 세운다’는 조항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이미 법적 권한이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재원과 공사 일정에도 불확실성이 드리운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는 총사업비를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국립인문기금(NEH)은 본 프로젝트에 최소 1500만달러(약 221억원)를 배정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전체 비용이 더 높아질 가능성도 관측된다. 백악관은 공공·민간 자금을 혼합해 총비용을 조달, 올여름 착공해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공사를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일각에선 개선문을 둘러싼 상징성 논쟁도 불거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CBS 인터뷰에서 개선문이 누구를 위한 기념물이냐는 질문에 “나 자신(Me)”이라 답하며 논란을 키웠는데, 백악관은 이를 두고 “미국 정신의 지속적 승리를 기념하려는 의도를 말한 것”이라며 진화에 나선 바 있다.

사라 본드 아이오와대 사학과 교수는 “고대 로마에서는 개선문 건설에 앞서 원로원의 승인을 받는 것이 공공에 대한 존중을 의미했다”며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을 활용해 그저 자신의 승리를 과시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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